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천안·아산 학업 중단 1300여 명 … 학교 복귀·자립 시스템 급하다

학업을 중도 포기한 박성진군이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한 주유소를 찾았다. 프리랜서 진수학
해마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은 오히려 늘고 있다. 통계청·충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2년 충남 지역에서 2622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이 중 천안(1027명)·아산(296명) 학생이 절반을 넘는다. 교우관계 부적응, 가정 불화, 비행이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겠다며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은 금방 사회적 냉대·무관심,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을 만나 실태와 문제점을 듣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알아봤다.



위기에 빠진 청소년 실태와 문제점
학교 그만둔 상당수 청소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방황
예산·인력 부족해 지원 어려워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을 참다 못해 집을 나왔고 학교도 그만두게 됐습니다. 학교를 떠난 뒤로는 아무도 제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남는 거라곤 배고픔과 외로움뿐이었습니다.” 백지운(20·가명)씨는 고교 졸업장이 없다. 가정 불화로 중2 때부터 겉돌다 고교를 중퇴했다.



학교를 나오니 처음엔 자유로웠다.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실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하니 배고픔과 외로움이 밀려왔다. 친구 집에서 눈칫밥을 얻어먹었지만 며칠뿐이었다. 돈이 떨어져 집으로 돌아갔다가 가출하기를 반복했다. 치킨 배달이나 음식점에서 일하며 번 돈은 노래방과 PC방에서 다 썼다.



# 가정 불화, 비행으로 학교와 멀어진 아이



찜질방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다 돈이 바닥나면 아파트 계단에서 잤다. 그러다 결국 못된 짓까지 하게 됐다. 중학생 후배들에게서 돈을 뜯어냈고, 차량에 있는 물건을 훔쳤다. 한때의 비행이 범죄로 이어졌지만 자신을 나무라거나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함께 가출한 친구들이 유일한 말벗이자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백씨는 “막상 학교를 떠나 보니 남는 건 고생뿐이었다”며 “그나마 충남청소년진흥원처럼 도움을 주는 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얼른 정신을 차렸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백씨는 현재 충남청소년진흥원의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성진(19·가명)군도 학업을 중도 포기했지만 백씨와는 다르다. 중3 때만 해도 고교생이 되길 원했다. 내신성적이 썩 좋지 않아 원하는 고교에 가지 못했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고교에 진학한 박군은 내성적인 성격에도 즐거운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도 생겼다.





#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학교 중퇴한 아이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무기력감에 빠졌다. 연예인이 꿈이었던 자신에게 학교 수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퇴서를 냈다.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노래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금세 잊어버렸다.



 그러나 사회는 냉혹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생활패턴은 엉망이 됐다. 늦잠을 자는 건 기본이고, 게임에만 빠져 살았다. 음악학원을 다니려고 했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2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벌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백씨와 박군처럼 비행이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충남청소년진흥원에 따르면 충남 지역 재학생 대비 학업 중단 청소년은 2010년 0.7%, 2011년 0.9%, 2012년 0.9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천안은 0.8%, 아산은 0.54%에 이른다. 특히 충남 지역 고교생 학업 중단 비율은 2.07%로 2배 이상이다.



 학업 중단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학교생활 부적응이다. 사단법인 ‘미래를여는아이들’이 학교를 떠난 청소년 100명에게 설문조사(2011년 5~11월)한 결과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공부에 흥미를 상실했다’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학교 다닐 필요성을 못 느꼈다’ ‘특기나 소질을 살리려고’ ‘노는 것이 좋아서’ 순이었다. 조사 대상 청소년들은 학교를 그만둔 후 겪는 어려움으로 ‘계획된 일이 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 ‘부모와의 갈등’ ‘비행에 대한 유혹’을 꼽았다. 상당수 청소년은 학업을 중단한 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여가시간을 대부분 집에서 보내거나 방황하면서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충남청소년진흥원과 충남 도내 시·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적성과 진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두드림’, CEO가 돼 실물경제와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뻔뻔비즈(Fun Fun Biz) 프로그램’, 관계 개선을 위한 ‘솔리언 또래상담’과 ‘부모와 자녀 간 갈등 해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청소년 포럼’과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같은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청소년진흥원 박영의 상담복지센터장은 “지금도 대책 없이 학교를 나오는 청소년이 많지만 예산과 장비·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하거나 사회에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