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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미국·독일·일본 시스템 뒤죽박죽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남영역 방면에서 지하 서울역으로 들어오면 열차가 ‘거북이 걸음’으로 서행하면서 객차 안의 전등이 순간적으로 꺼진다. 열차에 공급되는 전력이 교류에서 직류로 바뀌면서 동력이 끊기기 때문이다. 이때 전력을 공급하는 관할 변전소까지 변경된다. 서울역~청량리 지하 구간은 서울메트로 소속이고, 그 외 구간은 코레일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메트로는 직류 방식만 쓰고 코레일은 교류 방식만 사용한다.



서울 2호선 자동제어장치 8년 혼용
선로엔 신형 디지털 깔았지만
구형 열차 많아 "시스템 충돌 오류"
직류 → 교류, 우측통행 → 좌측통행
4호선 남태령역 구간 사고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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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공급 방식을 바꾸는 ‘절연구간’은 66m 정도지만 이 구간을 지날 때 동력제어장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기관사들이 매우 조심하는 구간이라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차에 문제가 생겨 운행이 지연되는 경우 중 적지 않은 사례가 직류·교류 전환에 따른 오류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1974년 1호선 서울역~청량리 구간이 완공된 후 서울 지하철은 수십 년간 구간과 노선을 확장해 왔다. 그 사이 기술과 설비·운전시스템을 들여온 국가가 바뀌면서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온갖 기술표준이 통일되지 못한 채 혼재돼 있다.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열차의 통행 방향이다. 일본의 기술을 통째로 들여온 지하철 1호선은 진행 방향이 왼쪽(좌측 통행)이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2~4호선의 진행 방향은 오른쪽(우측 통행)이 됐다.



4호선 남태령~선바위역에 있는 일명 ‘꽈배기굴(입체교차터널)’도 혼재된 기술표준 때문에 생겨난 기형 구간이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4호선은 ‘우측 통행-ATC(자동 열차 통제 시스템)-직류’지만 코레일이 맡고 있는 안산선은 ‘좌측 통행-ATS(자동 열차 정지 시스템)-교류’를 사용했다. 4호선과 안산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진행 방향을 놓고 갈등하는 양측은 꽈배기굴을 만들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 구간은 사고가 잦다. 2009년 7월 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과 선바위역 사이에서 전력이 끊겨 양방향 지하철 운행이 40분 동안 중단됐다. 같은 해 12월 16일에도 남태령역에서 선바위역으로 달리던 열차가 갑자기 멈춰 열차 운행이 6분가량 중단됐다.



 지난 2일 발생한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도 혼재된 기술표준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하철에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열차를 자동으로 세울 수 있는 자동정지 시스템이 있다. 원래 2호선에는 일본의 교산·대동 등이 개발한 ATS가 설치돼 있었다. ATS는 선로에 설치된 신호를 보고 기관사가 대응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노후화로 서울메트로는 2000년대 들어 디지털 방식의 신형 ATO(자동 열차 운행 시스템, 독일 방식)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선로는 2006년까지 ATO를 모두 깔았지만 차량이 문제였다. 올해 4월 현재 ATS 방식의 2호선 열차는 50편, ATO 방식은 38편이다. 그러다 보니 선로와 차량에 두 가지 기술 표준이 뒤죽박죽돼 있는 상황이다. 두 기술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시스템’까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까지 메트로의 철도제어 분야에서 일한 A씨는 “한 노선에 세 가지 표준의 시스템이 돌아가니 서로 충돌해 툭하면 오류가 난다”고 털어놨다. 자동제어 방식은 노선마다 제각각이다. 1호선은 일본의 ATS, 3·4호선은 미국 기술의 ATC를 채택하고 있다. 5~9호선은 ATO 방식이다.



 6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 당일 오전 1시30분, 열차 운행 종료 후 선로에 실제로 있지 않은 열차가 궤도 위에 있는 것으로 (관제소에)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을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이 확인했었다”며 “이 직원은 통상적 오류로 생각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ATS 작동 부분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인식·구혜진 기자



◆ATS(Automatic Train Stop·자동열차정지)장치=열차가 추돌 우려가 있을 때 경보를 울리고 자동 정지시키는 장치. 신호기를 통해 200m 구간의 열차 속도를 앞 열차와의 거리에 따라 녹·황·적색으로 구분해 조정한다.



◆ATO(Automatic Train Operation·열차자동운전) 장치=관제실로부터 열차로 신호를 보내 열차를 자동으로 운전하는 장치. ATS방식보다 신형 시스템으로 세분화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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