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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선원들이 "탈출"을 말하지 않은 이유

권석천
논설위원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있다. 이준석 선장과 선원 14명이 사고 당시 세월호에서 나오면서 승객과 동료 선원들에게 “탈출하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은 이유다.



 그제 방송된 JTBC ‘뉴스 9’은 4월 16일 안산 단원고 박수현(사망)군이 오전 8시52분 촬영한 동영상에 이어 10시11분 찍은 사진 8장을 입수해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아이들이 보낸 세 번째 편지’였다. 사진 속 아이들은 심하게 기울어진 객실 안에서 침대와 바닥, 벽에 간신히 기대 있었다. 수현군의 사진은 학생들이 무려 1시간20분 동안 굳은 얼굴, 애타는 가슴으로 대피 안내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시각 선박직 승무원들은 이미 배에서 빠져나간 상태였다. 기관실 선원 7명은 오전 9시5분쯤 선실 복도에 모여 있다 9시48분 해경에 구조됐다. 뒤이어 조타실에 있던 이 선장 등 선원 8명도 배에서 내렸다. 그들은 해경 도착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방송설비나 비상벨 등 대피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설비들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승객들의 생명은 그토록 가치가 없었던 것일까.



 검찰 내부에서는 “집단최면 상황이 아니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해상과 육상은 완전히 다르다.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죽는다. 더욱이 구호 의무가 있는 선장과 선원들이 왜 자신들만 빠져나왔는지 합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승객들까지 5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면 우리 목숨을 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걸까.”



 -자신들이 나온 뒤 무전기로 배 안에 있던 승무원에게 알릴 수 있지 않았나.



 “그 점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 배를 모르고 바다를 모르는 승객들은 꼼짝없이 안내방송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은.



 “처음엔 힘들다고 봤는데 지금은 반반이다. 한마디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법원도 무죄를 선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선원 15명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작해야 “해경 구조선이 와서 손을 흔들었고 옮겨 탔다. 당시 승객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진술뿐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시 의문 앞에 선다. 그들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사전 모의라도 했거나 특별한 신념체계를 내면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목되는 건 이들과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의 연계성이다. 그 핵심 고리는 1등 항해사 강모씨다. 강씨는 과적 사실을 감추기 위해 평형수(平衡水)를 줄여서 넣은 인물로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에서 방송설비가 멀쩡한데도 “방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침몰 중 세월호와 청해진해운 사이에 오간 일곱 번의 통화 중 여섯 번이 강씨였다. 조타실에 있던 그는 휴대전화를 가지러 침실에 다녀왔지만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엔 선원들의 은폐된 마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가 있다. 규정상 사고가 났을 때 비상 대응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는 선장이 아니라 청해진해운 최고경영자(CEO)였다. 해운업계에서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는지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람 목숨보다 화물이, 선체와 보험금이 더 크게 다가온 것일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는 인천지검 수사가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지금은 냉정하게, 또 집요하게 팩트를 가려내고 탐욕의 실체를 확인해야 할 때다. 그것이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우리에게 보내온 동영상 편지·사진 편지에 응답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이번 수사에 한 줌의 의혹과 의문이라도 남는다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갇혀 숨져간 아이들에게 더 큰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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