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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야당도 개조해야 한다

김 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나라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먼저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인사 방식을 고쳐야 한다. 관저 격실에서 나와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 새로 취임하는 심정으로 ‘개혁의 횃불’을 골라야 할 것이다.



 정권만이 아니라 야당도 바뀌어야 한다. 야당은 의회권력의 절반을 쥐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시민·문화·언론 권력으로부터 상당한 지원도 받고 있다. 야당은 국정의 막강한 통제자인 것이다.



 야당은 대통령 후보부터 바뀌어야 한다.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는 정치인을 넘어 국가 지도자다. 정권을 대하는 방식에서 이들은 차원이 달라야 한다. 자신이나 정당보다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민해야 한다.



 앨 고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억울한 대통령 후보다. 2000년 연방대법원이 재검표를 막지만 않았다면 그는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권을 공격해야 하는 심정으로 보면 그만 한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앞에서 고어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동부를 덮쳤다. 구조가 늦어 많은 이가 죽었다. 사망·실종이 2000명을 넘었다. 재난 발생 사흘 후 고어는 어느 의사로부터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 고어는 자신의 돈으로 비행기를 전세 내 날아갔다. 그러고는 뉴올리언스 병원에 갇혀 있던 환자 등 270명의 구조를 주도했다. 당시 야당은 부시 정부의 부실 대처를 질타했다. 하지만 고어는 그 대열에 서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느라 땀을 흘렸다.



 한국의 야당 대통령 후보는 다르다. 세월호 사고 다음 날 문재인 의원은 지지부진한 구조활동에 대해 “우리의 수준이 부끄럽다”고 했다. 최근 팽목항에 가서는 “국격이 침몰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침몰했다”고 했다. 그는 “구조 등에서 보여준 무능한 모습들에는 야당도 함께 책임이 있다”고 하긴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을 강하게 공격한 것이다.



 문 의원은 ‘국격 침몰’이라 했다. 모든 야당 의원이 그것을 말해도 문 의원만큼은 자격이 없다. 그가 비서실장이던 노무현 정권 때 국격이 어떻게 됐는가. 노 대통령은 김정일 앞에서 온갖 저자세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훼손했다. 대통령 가족은 거액을 받았고 나중에 이를 안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기도 했다. 이는 국격의 상승인가 추락인가.



 2011년 10월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불법 시위를 지원하는 세력 때문에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은 이를 부추겼다. 국회 청문회장에서 그는 불법 크레인 농성자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회사 경영자에게는 “(총선이 있는) 내년 4월엔 세상이 바뀐다”고 협박했다. 국민이 보는 앞에서 회장을 ‘살인자’로 몰아붙였다.



 야당은 ‘국정 발목잡기’도 고쳐야 한다. 국회 미방위는 미래 산업과 방송정책을 다룬다. 이렇게 중요한 곳을 새정치연합은 2개월 넘게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 원자력 방호·방재법 등 100여 개 법안을 막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모든 방송사가 노사 동수로 편성위를 설치하도록 법을 고치자며 이를 고리로 걸었다.



 노사 동수 편성위는 경영진의 방송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다. 노사 동수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면 누가 기업을 세우고 방송사나 사학을 만들겠는가.



 ‘바보 여당’이 투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맞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조항의 위험을 따지지 않고 덜렁 합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조항에 반대하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렇다면 야당은 국가를 생각해 무리한 발상을 접었어야 했다. 여당의 실수가 여당을 비판할 이유는 돼도 국정 자체를 가로막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 세월호 사태로 국회에도 따가운 시선이 쏠렸다. 그러자 새정치연합은 슬그머니 방송법 개악을 철회했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시장후보를 경선이 아닌 지도부의 결정으로 정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밀실공천을 없애고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주는 게 새정치라고 주장해왔다. 민주당과 합친 것도 공천 개혁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랬던 안 의원과 신당 지도부가 밀실에서 안철수파에게 공천을 거저 주었다.



 종교처럼 새정치를 외치던 이들이 나라가 온통 세월호에 정신이 쏠려 있는 틈을 타 이런 구(舊) 정치를 저지른다. 아니 구 정치 시절에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경선을 없앤 적은 없다.



 여당과 정부, 청해진과 세월호 선원들… 이들만 무책임한 게 아니다. 과거를 잊고, 여당과 국가를 구별하지 못하고, 실체 없는 새정치로 호객하는 야당… 이들도 세월호 앞에 할 말이 없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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