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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만 먹으니 휴대전화 판다고 하기도 겁나요

서울 동교동에서 SK텔레콤 대리점을 운영하는 심재요(47) 사장은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로 골목상인인 대리점·판매점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올 초 친한 친구가 스마트폰을 사겠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저를 통해서 사면 최소한 어수룩해 손해를 보는 고객은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죠.

[현장 속으로] SKT 대리점 심재요 사장의 하소연
영업정지 탓, 매출이 평소의 10%
보조금 상황 고객 통해 듣기도
많이 뿌려도 웬만한 고객 꿈쩍 안해
출고가·통신료 인하가 공정 경쟁



 보조금을 최대한 보태서 싸게 사게 해줬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마구 뿌리기 시작하더군요. 말 그대로 ‘보조금 대란’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며칠만 더 기다렸으면 30만~40만원은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휴대전화 보조금이 이래요. 이른 아침에 고객으로부터 “보조금 뿌렸다던데 얼마면 살 수 있어요?”라는 전화가 걸려오면 우리도 그제야 압니다.



 제가 SK텔레콤 대리점을 오픈한 건 2010년입니다. 창업 이후 어렵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요즘과 비교하면 예전이 그리워요. 정부에서 내린 영업정지 처분 때문에 그런 거예요. 신규가입은 물론 번호이동까지 막아놓으니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그렇다고 요금 납부 등 다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 때문에 문을 닫지도 못합니다. 장사는 안 돼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 착한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고, 자릿세는 꼬박 나가니 매일 적자를 보고 있지요.



 이번 정부의 영업정지 규제에는 할 말이 많습니다. 물론 보조금 제도는 고쳐야 할 문제고, 대리점·판매점이 이를 어느 정도 부추긴 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휴대전화 시장에선 한 이통사가 보조금을 뿌리면 다른 이통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저희는 하루에 스마트폰 한 대 팔기가 버거운데, 옆에 있는 경쟁사 대리점에서는 보조금 덕에 하루에 10대 이상 팔려나갑니다. 이걸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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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금을 많이 뿌린다고 대리점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보조금을 뿌린 날은 많이 팔아도 이후에는 손님이 뜸하죠. 보조금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젠 웬만한 수준의 보조금으로는 손님들이 움직이지도 않아요. 결국 보조금을 뿌리는 게 대리점에는 ‘마이너스’인 셈이지요.



 저는 보조금 문제가 어떤 특정 집단이 잘못했다기보다는 한국의 복잡한 휴대전화 유통구조에서 나오는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공식 보조금과 요금 할인 외에도 여러 유통 단계에 걸쳐 제조사 장려금, 판매 및 정책 수수료 등이 복합적으로 뿌려집니다. 차라리 이런 보조금 대신 출고가를 내리는 게 이용자 차별을 최소화하고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최근 이통 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정지를 받으니 제조사가 제품 출고가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이통사들도 이젠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요금인하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접근 방법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불법 보조금 잡는다고 도입한 ‘온라인 신고 포상제’인 폰파라치 제도도 허점이 많아요. 사실 폰파라치 신고하는 사람의 90% 이상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업계 종사자들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각 이통사의 위반율을 책정하니 신고를 안 할 수가 없죠. 같은 업종 종사자끼리 상도의에 어긋나는 걸 알면서도 생계 때문에 서로를 고발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요. 사실 요즘은 휴대전화 대리점을 하고 있다고 제 직업을 밝히기도 두렵습니다. 우리가 마치 이통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데다,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터지면서 전체 대리점·판매점이 싸잡아 욕을 먹고 있거든요. 대부분의 대리점·판매점주들은 평범한 골목 상인들인데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달 20일이면 영업이 재개됩니다. 그때부터는 이통시장에서 편법 보조금이 아닌 통화 품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새로운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소비자들의 편익을 늘리고, 대리점·판매점들도 수익을 내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입니다.



정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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