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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남편의 여성 직장 동료 때문에 신경 쓰인다는 39세 주부



Q 39세 기혼 여성입니다. 출산 후 회사를 관두고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요즘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때문에 고민입니다. 남편 회사에 같이 다니는 제 대학 친구 말이 남편과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척척 알아주는 여성 동료가 있다는 겁니다. 혹시 불륜이 아닌가 살펴봤는데 그런 낌새는 전혀 없다더군요. 알아보니 10년을 한 부서에서 일 한 사람입니다. 제 속이 좁은 건가요.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불륜은 아니니 뭐라 트집을 잡을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다른 이유로 화 내는 일이 많아지며 부부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이해되나요?
Q:10년 같이 일해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데 불륜 아니니 뭐라 비난도 못해
부부 사이 멀어지는 기분, 어떡하나요
A: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직장 배우자 둬 … 경쟁 관계 동성보다 이성이 편한 탓
정 신경 쓰이면 가족 모임 제안해 보세요



A 남녀 사이에 우정이 가능한가. 오래 된,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토론 주제입니다. 가능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쪽이 힘을 얻습니다. 특히 기혼자는 ‘남녀 사이의 특별한 우정’은 언제든 불륜으로 갈 수 있는 위험한 관계로 인식해 ‘내 배우자의 이성 친구’를 쉽게 허락하지 못합니다. 기혼자의 플라토닉 러브는 그저 환상 속 이야기로만 존재해 왔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오피스 와이프, 혹은 오피스 허스번드라 불리는 직장 배우자(workplace spouse)라는 독특한 남녀 관계가 출현한 겁니다.



 직장 배우자란 같은 직장을 다니는 남녀가 애인이나 부부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둘 사이에 사랑 같은 감정은 나누지 않는 걸 말합니다. 아니, 그런 남녀 관계가 어딨어, 라고 의문을 품는 사람이 아마 많을 겁니다. 그런데 2006년 미국의 한 조사에서 직장인 32%가 직장 배우자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니 놀랄 만하죠. 혹시 미국이라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지난해 국내의 한 구직회사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직장 배우자가 있다고 답한 사람이 29.7%였습니다.



 친구도 아니고 부부도 아닌 하이브리드형 남녀관계가 직장에서 이렇게 늘어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우선 직장 내 여성의 수와 역할이 증가한 게 한 이유입니다. 지금은 여성 직원이 더 많거나 상사가 여성인 게 흔하지만 한 직장 안에서 남녀가 동료로 함께 일한 것이 2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직장인들은 집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직장 동료와 더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됩니다. 배우자와는 가정사와 관련한 중요한 일을 공유하지만 생존과 성취를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회사가 아무래도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공유하는 내용이 더 많고 복잡합니다. 물론 회사 이야기를 배우자와 공유할 수 있지만 한 번 더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죠. 직장 동료끼리는 그 회사의 문화나 고유한 직장 언어를 서로에게 학습시킬 필요가 없고요. 그러니 동료와 대화하는 게 더 편할 수 있죠.



 대표적인 직장 배우자의 예가 방송국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나 아나운서입니다. 같이 오래 진행할수록 눈빛만 봐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줍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은 듯한 이별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국내의 직장 배우자와 관련한 통계를 보면 미혼(24.2%)보다는 기혼(40.2%)이 직장 배우자가 많았습니다. 직급별로는 과장급(51.1%), 차부장급 (41.5%) 순이었습니다. 직장 배우자가 되려면 어느 정도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미혼보다 기혼이 많지 않나 추측합니다. 그리고 미혼보다는 기혼이 친구와 부부 중간의 하이브리드형 남녀 관계를 가지려는 경향이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죠. 미혼은 열애로 넘어가도 별 저항이 없지만 기혼은 불륜이 돼버리니까요.



 통계 수치만 보면 직장 배우자는 이미 상당히 일반화한 현상이라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직장인이 갖고 있는 직장 배우자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당사자와 주변인 간에 차이가 컸습니다. 직장 배우자가 있는 당사자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관계’(48.5%)라거나, ‘회사에서 만난 친구’(33.5%)라고 이야기했지만 주변인은 ‘나쁜 소문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관계’(25.9%)라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관계로 보여 불편’(23.7%)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가치관을 반영하니까요. 직장 배우자를 수용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직장 배우자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죠. 거꾸로 직장 배우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상당 수 있겠지만요.



 직장 동료보다 직장 배우자의 존재에 대해 가장 민감한 사람은 당사자의 배우자나 연인일 겁니다. 통계를 보니 배우자나 연인에게 직장 배우자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직장 배우자가 없는 직장인은 ‘기분 나쁠 것 같다’(40.7%)거나 ‘혹시 바람 피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것 같다’(32.2%)고 말했습니다. 반면 직장 배우자가 있는 직장인은 ‘친구 관계로 인정할 수 있다’(33%)며 이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밌는 건 ‘기분 나쁠 것 같다’(22.7%)는 답이 2위를 차지한 겁니다. 자신의 직장 배우자에 대해서는 수용적이지만 배우자의 직장 배우자에 대해서는 싫어하는, 이중적 잣대인 셈이죠.



 회사 일이 힘들어서 공감을 받고 싶으면 동성 동료와 할 일이지 왜 이성이냐고 따지는 배우자가 많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동성 간에는 경쟁심과 질투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반면 남녀 사이는 특별한 관계로 연결되면 상대방에 대해 상당히 이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보다 먼저 승진해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직장 배우자라는 남녀 관계는 이렇게 긍정적 측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부부 관계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직장 배우자의 존재를 알게 되면 부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아무리 떳떳하다고 주장해도 상당수의 배우자가 불륜의 전 단계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또 불륜은 아니더라도 배우자인 자신보다 타인과 삶을 더 공유하면 상당한 질투와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직장 배우자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양쪽 부부, 또는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만나 우정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권합니다. 오해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자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부부간 소통은 없이 직장 배우자와만 주로 삶을 나눈다면 직장 배우자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합니다. 내 삶의 메인 파트너는 직장 배우자가 아니라 한 방 쓰는 진짜 배우자니까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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