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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朴 40% ‘재결집’ … 정국구도, 대선 당시로 원위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 역시 떨어졌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야당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고민 깊어지는 청와대

한국갤럽이 세월호 사고 발생 2주일 만인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8%로, 2주 전 조사(59%)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0%로 나타나 2주 전(28%)에 비해 12%포인트 높아졌다.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이유로는 ‘세월호 사고 수습 미흡’이 35%, ‘리더십 부족과 책임 회피’가 17%로 나타났다. 세월호 사고에 따른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연령별로는 20대(37%→24%)와 30대(42%→28%)의 지지율이 모두 20%대로 하락했다. 50대 이상(50대 64%, 60대 이상 77%)에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았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박 대통령에 대한 세대 간 지지율 격차는 더 커졌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50대 이상은 박 대통령을 어렸을 때부터 봐오면서 보호 본능을 품고 있는 반면, 그런 기억이 없는 20~30대는 정부의 무능에 대한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당 지지율에선 새누리당이 39%로 2주 전(45%)에 비해 6%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새정치민주연합도 24%로 1%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층의 비중은 26%에서 34%로 눈에 띄게 늘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는 40%대로 떨어진 반면, 국정수행에 대한 불만은 20%대에서 40%로 급증한 데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자신의 대선 득표율(51.6%)보다 떨어지고,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던 박 대통령 반대세력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재결집해 40%대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점에서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정국이 1년 반 전 대선 당시 구도로 회귀한 셈”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그 공백을 파고들지 못한 채 함께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데 대해선 “야당도 과거 집권세력이자 기성세대란 점에서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그동안 국정능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런 맥락에서 세월호 사고를 정략적으로 접근할 경우 강력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두고 정치권이 여론의 반응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허 이사는 “정부·여당과 야당 지지율이 모두 하락하고 부동층이 급증한 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정운영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도 “정치권은 상처 입은 민심의 본질을 직시하고 진정성 있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의 방식 달라질지 관심 쏠려
지지율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어떻게 상황을 수습하고 돌파구를 찾을지에 정가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다. 관심의 첫 번째 대상은 대(對)국민 사과 여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은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나타난 여론의 반응도 우호적이진 않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종교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대안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간접 사과’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해명성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물론 여권의 박근혜계 인사들은 “실행 가능한 대안을 먼저 마련하고 이를 절제된 언어로 전달해야지, 준비 없이 상황에 쫓겨 그때그때 발언하면 리더십을 잃는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전과 달리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사과의 뜻을 밝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점은 박 대통령 스스로 밝힌 대로 ‘사고 수습과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마스터플랜이 마련된 다음’이 될 전망이다. 그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결국 여론에 달려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계속 악화된 대정부 비판여론, 하락하는 지지율 등을 감안해 이르면 이달 중순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인사도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한 지 1년2개월 동안 4차례 사과를 했는데, 모두 대변인이 대독하거나 청와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한 형식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사과할지가 주목된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의 업무와 회의 운영 스타일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열리는 중요한 회의는 월요일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와 화요일 국무회의다. 박 대통령은 주말 내내 두 회의에서 발언할 내용을 구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수석이나 장관들이 올린 보고서를 숙독하며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수시로 해당 수석·장관에게 전화해 질문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석·장관들은 휴대전화를 2개씩 갖고 다니며, 박 대통령의 구상 마감일인 일요일에도 전화가 올 때에 대비해 긴장 속에 주말을 보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주말 구상이 다듬어지면 직접 그 내용을 워드로 작성해 수석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 형식으로 밝힌다. 장관과 수석들은 이 발언에 대통령의 국정 방향이 담겨 있다고 보고 꼼꼼히 받아 적는다. 이 모두발언은 그대로 청와대 홈페이지와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장관·수석은 물론 국민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함으로써 소통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담화 형식 대신 국무회의나 수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하는 건 이런 인식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장관·수석들 간의 소통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평소 장관·수석들이 박 대통령 앞에서 이견을 제시해 토론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 홀로 돌파구 찾을 가능성
자체적으로 활발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해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관찰해 온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자체 여론조사를 정기적으로 하진 않는다. 홍보 파트에 관련 예산이 배정돼 있긴 하지만 지지율 조사를 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꼼꼼히 챙기는 박 대통령은 언론에 나타난 자신의 지지율 추이와 민심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또 자신에 대한 보도의 흐름도 빈틈없이 꿰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오후 6시 이후엔 대개 퇴청해 사저에서 보고서를 숙독하는 한편, 신문과 TV뉴스는 물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도 접속해 청와대 관련 뉴스를 점검한다고 한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참모들이 눈여겨보기 힘든 지방 언론매체에서도 청와대 관련 오보를 찾아내 홍보 담당자에게 전화로 시정을 지시한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시사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보좌진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는 것. 이 때문에 대통령의 돌발 질문에 대비해 청와대 홍보 담당자들은 1시간 간격으로 주요 인터넷 포털에 접속해 ‘박근혜’를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 등이 브리핑에서 자신의 말에 사족을 달아 전달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얘기를 하는 걸 엄금하는 것도 박 대통령 특유의 이미지 관리법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어긴 담당자에겐 전화로 “도대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셨나”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민심의 흐름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퍼스트레이디로 5년, 의원으로 15년을 지내며 얻은 감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에게 빚을 지지 않고 정치를 해 온 스타일이라 이번 위기도 누구와 상의하기보다 스스로 고민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선 친박 의원 입각 가능성 점쳐
정홍원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인해 불가피해진 개각을 박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단행할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관료들이 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중용했지만, 이번 참사로 그들의 무능이 드러나자 당내에선 친박계 의원들의 중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새누리당과 별다른 접촉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여권 인사는 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자리를 보고 거기에 맞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지,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자리를 찾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개각은 청문회 부담을 감안해 6·4 지방선거 직후 단행할 가능성이 크고, 관료 대신 정치인을 쓴다는 식의 도식적 접근 대신 위기 국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가들을 중용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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