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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이상화 같은 허벅지 만들면 뚱뚱해도 장수 문제없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스케이트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
뉴욕의 타오 푸춘린치 여사는 현역 요가강사다. 해마다 라틴댄스 대회에도 출전한다. 그녀의 나이는 올해 95세다. 튼튼한 다리 근육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박자의 라틴 음악에도 경쾌하게 온몸을 움직일 수 있다. 댄스는 두뇌와 근육이 척척 맞아야 ‘휙’ 하고 몸을 돌릴 수 있어서 두뇌도 건강해야 한다. 운동, 특히 근육이 건강의 버팀목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22> 장수의 지름길

올해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상화 선수의 23인치 허벅지다. 웬만한 여자의 허리와 맞먹는 근육은 특히 단거리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게 해준다. 반면에 마라톤선수의 몸은 마른 장작을 연상하게 한다.

어떤 유형이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될까? 운동선수는 과도한 운동으로 오히려 수명이 짧아진다는 설도 있는데 근육이 정말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매일 걷기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거운 아령으로 근육을 키워야 하는지? 이런 고통스러운 방법 외에 다른 묘수는 없는가? 어떤 방법으로 급격히 몸이 변하는 중·장년에게 ‘100세 장수’의 꿈을 이루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UCLA 의대, 근육과 수명관계 연구
필자의 건강검진 성적표엔 늘 ‘과(過)체중’이란 경고가 붙어 있다. 비만의 지표로 쓰이는 체질량지수(BMI), 즉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3.5로 정상(18.5∼22.9) 범위를 벗어나 과체중(23∼24.9)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성적표를 볼 때마다 ‘정상 체중’으로 되돌리려고 아예 밥의 반을 덜어놓고 식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의 소식은 마음 편하게 한 공기를 먹게 했다.

미국 UCLA 의대 연구팀은 올해 ‘미국 의학잡지’에 체중이 아닌, 근육량이 수명을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55∼65세 남녀 3659명을 조사한 결과 기존의 비만지표인 BMI가 실제 수명과 연관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근육량 지수, 즉 근육량(㎏)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훨씬 더 정확하게 수명과 비례한다고 발표했다.

근육이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는 얘기다. 실제로 체질량지수가 정상 체중 범위라고 분류된 미국 성인의 24%가 대사(代謝)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체중이 정상 범위이니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연구결과에 고개를 끄떡이게 되는 것은 두 유형의 사람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한 유형은 체중은 적게 나가지만 내장지방은 많은, 소위 ‘마른 비만’인 사람들이다. 특히 일부 젊은 여성들이 이런 ‘마른 비만’에 속하고 실제로 이들의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는 반대로 체중으론 ‘과체중’이지만 근육이 충분히 있는 사람은 실제로 오래 산다. 따라서 체중을 기준으로 산출한 BMI를 건강 지표로 삼기는 곤란하다. 이제 병원이나 건강센터에선 체중 대신에 근육량을 측정한 비만 도표를 걸어놓아야 할 것 같다. 근육량 측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체지방 분석용 저울에 올라서면 1분 이내에 근육·지방량 등을 분석해 준다. 가정용 분석 저울도 구입 가능하다. 물론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해선 병원의 CT를 이용할 수 있다. 근육이 많을수록 장수한다고 하니 이제라도 근육을 늘려야겠다.

그런데 근육을 키우려면 매일 1시간씩 한강변을 걸어야 하나, 아니면 헬스장에서 무거운 역기를 들어야 하나? 어떤 근육을, 어떻게 단련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건강의 바탕은 근육이다. 일러스트 박정주
근육 늘어나면 골다공증도 멀어져
지난해 12월, 빙판길에서 넘어져 119를 부른 횟수가 서울시에서만 3000건이다. 빙판길 낙상뿐 아니라 일단 넘어지면 노인에겐 치명적이다. 근육은 매년 1%씩 줄어 80세가 되면 30세의 절반이다. 줄어들고 약해진 근육 때문에 집 안에서도 쉽게 넘어진다. 나이 들면 골밀도마저 떨어져 한번 넘어지면 바로 골절이 된다. 뼈가 부러지면 잘 붙지도 않아서 대퇴부 골절 노인 환자의 27%가 1년 이내, 80%가 4년 내에 사망한다.

일본 정형학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 노인의 사망 원인 중 암·노환에 이어 3위가 골절일 만큼 골절은 ‘대단히’ 위험한 사고다. 최선의 골절 예방책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우선 몸의 중심부인 허리와 다리를 지탱해 주는 허벅지 근육 같은 큰 근육, 소위 ‘코어(core) 근육’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 몸의 근육은 세포다. 근육 운동을 하면 세포 수가 증가해 근육량도 늘어나지만 근육의 힘도 강해진다. 근육의 힘, 예를 들면 손아귀의 힘(악력)이 센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통계는 근육이 바로 건강이란 방증이다.

무작정 굶으면 근육만 빠져 역효과
넘어지지 않도록 근육의 힘을 키우는 데는 짧고 강한 자극을 근육에 주는 것이 좋다. 순간적인 힘을 내는 근육, 소위 ‘속근’을 생기게 하는 데는 오래 걷기 같은 낮은 강도의 운동보다 무거운 역기를 잠깐씩 올렸다 내리는 고(高)강도 근육운동이 더 효과적이란 말이다. 굳이 헬스센터를 갈 필요도 없다. 대퇴부나 허벅지의 큰 근육을 키우는 데는 말 타기 자세가 그만이다. 그 자세에서 앉았다가 일어나는 반복 운동만으로도 허벅지를 이상화 선수처럼 만들 수 있다. 계단을 오를 때도 허리를 꼿꼿이 한 채로 무릎을 앞으로 내지 않고 오르면 허리와 허벅지 근육이 발달한다. 이렇게 근육이 늘어나면 뼈의 양도 늘어나고 단단해져서 골다공증이 예방된다. 노화는 다리에서부터 온다. 튼튼한 허리·허벅지 근육이 건강의 첩경이다.

필자는 며칠 전 갑작스러운 배탈로 3일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덕분에 체중이 4㎏이나 줄어서 예정에 없는 다이어트를 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뱃살이 줄기보다는 그나마 있던 다리의 근육이 홀쭉해졌음을 발견했다. 먹을 것이 줄어든 비상 상황에서 몸은 ‘보통예금’에 해당하는 근육의 에너지를 먼저 쓰고 ‘정기예금’인 지방 에너지는 나중에 사용한다. 따라서 지방을 없애려고 음식 섭취를 갑자기 줄이면 근육만 빠진다. 우리 몸은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해 몸이 눈치 못 채게 매일 조금씩 음식량을 줄이고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놓아야 ‘요요’ 없이 성공적으로 뱃살을 줄일 수 있다.

날씬한 몸매보다 더 중요한 근육의 역할은 성인병을 예방하는 능력이다. 성인병은 ‘죽음의 4중주’라고 불리는 비만·당뇨·고지혈증·고혈압이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과식과 운동 부족에서 오는 잉여 칼로리다. 남는 칼로리는 고에너지의 지방으로 복부에 저장된다. 비만의 시작이다. 혈관 속에 녹아드는 지방은 인슐린의 기능을 방해해 혈중 포도당의 세포 내 흡수를 막아 혈당을 높인다. 2형 당뇨병의 시작이다. 당뇨병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더 높여서 이미 과잉 칼로리로 인해 높아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 높인다. 고지혈증의 시작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죽음의 4중주’의 ‘피날레 펀치’를 날린다. 뇌졸중·심장마비다. 이런 성인병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극히 간단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 남아도는 칼로리가 지방으로 쌓이는 것을 사전에 막으면 된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4년 후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무거운 역기를 들어 삼두박근을 키운다. 이들은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 힘든 근육 운동도 이를 악물고 참는다. 일반인들은 오직 건강과 몸매만을 위해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려야 한다.

하버드 의대, 지방분해제 동물 실험
힘든 운동 대신 더 쉽게 지방을 태우는 방법이 없을까? 놀랍게도 가능하다. 지방을 운동 없이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연구진이 발견해 2014년 유명 과학 잡지인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했다. 발견한 물질은 아미노산 유도체(Beta Amino Iso Butyric Acid)다. 운동하는 근육세포가 지방세포에 ‘스스로 타 버려!’라고 명령하는 신호물질이다. 우리 몸의 지방 덩이는 살아 있는 세포 덩어리다. 스스로 태울 수 있는 ‘보일러’인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진 지방은 갈색이고 ‘보일러’가 별로 없는 백색 지방은 단순 저장 창고다. 태아는 갈색 지방을 갖고 있지만 성인은 불행히도 모두 백색 지방이라 스스로 태워서 없앨 수 없다. 그런데 하버드대 의대팀이 발견한 물질은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바꾸어 스스로 타 버리는 ‘지방 소각용 알약’인 셈이다. 게다가 이 알약은 간에서 지방산(酸)도 분해시켜 온몸에서 지방을 싹쓸이 청소한다.

이 알약을 쥐에게 먹였더니 지방이 30% 줄었다는 사실은 알약 하나로 뱃살을 줄일 수 있다는 희소식이다. 더구나 알약 하나를 먹으면 말을 안 듣던 인슐린마저 고분고분해져서 제 업무(혈당 낮추기)를 제대로 수행한다. 즉 인슐린 저항성이 없어져서 혈당을 낮춘다니 신통한 일이다. 이 알약은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할 것이다. 이 물질이 혈액 내에 많은 사람일수록 혈당·인슐린저항성·콜레스테롤이 적은 ‘건강한’ 상태였다. 이 결과대로라면 고통스럽게 운동을 해서 뱃살의 지방을 빼지 않아도 ‘지방 청소 알약’ 한 알만 먹으면 지방을 줄이고 뱃살이 금방 줄 수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가 기대된다.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방 태우는 효과가 검증된 근육 움직이기, 즉 운동을 하자.

95세 라틴댄스 선수인 타오 푸춘린치 할머니는 말한다. “오래 살기 위해서 운동하지는 않는다. 라틴댄스를 배우는 그 도전 자체가 즐거워서 한다.” 하버드대학이 발명한 알약 하나를 먹고 오래 살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라틴댄스로, 아니면 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타기로 즐겁게 오래 살자. 인체의 근육을 가장 잘 묘사한 조각가인 로댕은 “위대한 예술가는 근육이나 힘줄, 그것 자체를 위해서 조각하진 않는다. 그들이 표현하는 것은 전체다”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중요한 ‘전체’는 수명의 ‘길이’가 아닌 수명의 ‘깊이’가 아닐까?



김은기 서울대 화공과 졸업. 미국 조지아텍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역임.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역임. 한국과학창의재단 STS사업단www.biocnc.com에서 바이오 콘텐트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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