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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罘罳<부시>

지난달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네 번째 한국을 찾았다. 그의 이번 방한에서 그는 대한제국의 국새(國璽)를 포함한 인장 9점을 반환했고,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경복궁(景福宮)을 찾았다. 정전(正殿)인 근정전(勤政殿) 뒤편 조선의 임금이 정사를 펼치던 사정전(思政殿)을 지날 때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마 밑에 씌운 그물의 용도를 물었다. 설명을 맡은 박상미 한국외대 교수는 새나 뱀이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한 부시(罘罳)라고 설명했다.

부(罘)는 그물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토끼 그물(兔罟)’로 풀이했다. 사냥에 쓰이는 그물을 일컫는다. 한자 시(罳)는 부시(罘罳)의 용례만 보인다. ‘대문 밖이나 성 모퉁이 위에 설치한 그물 모양의 구조물’ ‘처마에 설치해 새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철망’이란 뜻이다. 전자는 ‘(한나라 궁궐) 미앙궁의 동쪽 궁궐의 부시가 불탔다(未央宮東闕罘罳災)’란 용례가 『한서(漢書)』에 보인다. 후자는 두보(杜甫)의 시 가운데 “부시는 아침에 모두 내려앉고(罘罳朝共落) 서까래는 저녁에 함께 기울었네(棆桷夜同傾)”란 구절에 쓰였다.

공교롭게도 부(罘)는 중국 민초의 애환과 해학이 담긴 한자이기도 하다. 중국 산둥(山東) 반도 동쪽 옌타이(煙臺)시에는 즈푸취(芝罘區·지부구)란 행정구가 있다. 즈푸(芝罘)는 옌타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옌타이에는 산이 하나 있었다. 멀리 진시황(秦始皇) 때다. 황제가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선약(仙藥)을 찾아 이곳을 세 차례 찾아왔다. 황제의 행차는 백성에게 고역이었다. 장정들은 길을 닦는 데 동원됐고, 경비를 대느라 막중한 세금이 중과됐다. 세 번째 동순(東巡) 길에 황제가 세상을 떴다. 민초는 슬픔보다 기쁨이 앞섰다. 이때 만들어진 한자가 ‘부(罘)’다. 넉 사(四)와 아니 부(不)를 합쳤다.

진시황이 네 번은 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행복할 복(福)과 중국어 발음이 ‘푸’로 같다. 이후 진시황이 찾았던 산을 지부산(芝罘山)이라 불렀다. 상서롭고 행복을 상징하는 버섯인 지(芝)와 함께 ‘진시황이 네 번째 방문은 할 수 없게 됐으니 이는 백성의 복’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백성을 업신여긴 진시황을 꾸짖은 부(罘)의 해학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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