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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지 않을 한국, 무너지지 않을 김정은 정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망하려야 망할 수 없는 나라다. 반면에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도무지 무너질 수 없는 정권이다.



대한민국은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이 순환되는 시스템이다. 정권을 잡으려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유권자의 표를 얻음으로써 숙원을 달성한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이렇게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나라를 망쳐버리는 경우 정권교체라는 제도적 대안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국가가 망하기 전에 먼저 정권이라는 범퍼가 충격을 흡수하고, 새로 교체된 정권을 통해 국가는 운행된다. 정권은 유한하되 국가는 영원하다.



북한은 어떤가? 북한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정권 교체라는 제도는 없다. 우리처럼 여러 당 간에 집권당과 야당의 순환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집권당인 조선노동당 내에서도 당의 최고위는 대대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고정돼 왔다. 역사적인 경험에 따르자면 김정은 이후의 안정적인 정권은 김정은의 자식 혹은 일가 중의 하나의 범주 안에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국가가 엉망이 돼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국가는 망해 가도 정권이 무한한 까닭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나 북한의 최고위는 공히 자신의 본분에 충실해야 함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의 본분은 무엇인가? 당연히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개인의 임기는 제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집권당으로서 차기 대통령을,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이 정권 유지의 기본이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표를 얻어야 하므로 모든 정치인은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를 펴게 마련이다. 정권 유지라는 본분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국민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가 강요하고 있다. 정권을 유지하려면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국가가 망하지 않아야 정권도 지속된다. 정권은 기약이 없어도 국가는 영속된다.



이에 반해 북한의 최고위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은 무엇인가? 인민의 표? 그런 것은 없다. 노동당 엘리트들의 충성? 충성을 제도적으로 도출해 내기 위한 대표적인 방편 가운데 하나가 인사행정인데, 북한의 인사정책은 최고위 한 분의 심사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여론 역시 결집, 표출되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북의 최고위가 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은 밑으로부터의 수렴이 아닌 위에서의 통제를 통해 얻어진다. 국가가 망해도 정권 유지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그들은 연명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강압적 통제장치가 발달돼 있다. 강성국가가 아니라 철옹통제가 핵심이다. 이미 망한 국가를 강성정권이 붙잡고 있는 셈이다.



사실 북한의 이러한 시스템의 기원은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의 이상인 공산체제를 전 지구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과도기로서 국가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국가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 공산세계에선 국가란 소멸되기 마련이라는 그들 특유의 생각에서다. 다만 국가가 소멸되는 이상향으로 가는 과도기에 국가가 존재할 따름이다. 국가 형태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없어질 국가기구를 대신해 혁명 승리를 위한 혁명지휘체제로 편성돼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전투사령부,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혁명의 사령부는 당이다. 그러므로 혁명사령부의 교체는 그들의 상상력의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에 어찌 전투사령부를 바꾸겠는가. 그들에게 복수정당제의 제도적 우월성을 들이댄다면, 그들은 도대체 복수의 전투사령부를 주장하는 저의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시이므로 인권도 유보된다. 체제 내의 물적·인적 자원의 사용도 전투사령부인 당이 배타적으로 독점한다.



이런 배경에서 역대 사회주의 체제는 원래 집권당의 교체를 통해 국가 위기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전투사령관, 당의 최고위만을 교체함으로써 국가 혹은 당의 위기를 극복하곤 했다. 그런데 사회주의의 이단아 북한은 이마저도 봉쇄했다. 김일성 일가에 의해 사령관은 세습된다.



지금 대한민국이나 북한 모두 정도와 관점의 차이가 있지만, 국가적 위기의 순간을 겪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국민 혹은 인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양자의 미래에 대한 관건은 시스템의 차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지수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모스크바대 정치학 박사. 전문 분야는 소련과 북한 정치. 러시아 국립인문대 정치학 연구과정 등을 거쳐 현재 명지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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