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정은 잦은 인사, 홀로서기 위한 '김정일 색' 지우기 관측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새로 임명된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 2일 ‘5·1절 경축 노동자연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최근 잇따른 요직 인사를 통해 자기 색깔이 뚜렷한 권력구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일 사망 이후 2012년 4월 출범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권력구도가 완성돼가고 있다. 김정일 시대의 색깔을 벗고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갈 신(新)실세그룹들이 대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황병서 발탁 … 북한권력 변동에 담긴 의미는



 최근의 2인자 교체가 그 하이라이트다. 지난해 말 장성택 숙청 이후 2인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차수)의 전격 퇴진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최용해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오른팔이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항일 빨치산 2세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를 대신해 당 조직지도부에서 오랫동안 군사담당을 했던 실무형의 황병서(65) 제1부부장이 새 총정치국장이 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인민군 제681군부대 산하 포병구분대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제1위원장은 “구분대의 싸움 준비가 잘 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책하고, 그 원인이 “당 정치사업, 군인들과의 사업을 잘 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날 그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군(軍) 정치기관들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민군대의 정치기관들은 군사사업이 성과적으로(성과 있게) 진행되도록 정치사업을 참신하고 진공적(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김정은은 군의 정치사업을 총괄하는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용해를 해임했다.



 최용해는 불과 몇 주 전 선출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직책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 제1위원장이 전날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 준공식에 참석한 소식을 전하면서 준공사를 한 최용해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소개했다. 2012년 4월 군 총정치국장 임명 전에 맡았던 당 근로단체 비서에 다시 임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정치국장으로 활동했던 지난 2년간의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받고 다시 ‘전공’ 분야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청년동맹에서 오래 사업했을 뿐 군의 정치, 선전사업을 담당한 경험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영호 총참모장, 장성택 부장의 숙청과는 정치적 의미가 다르다.





군 대대적 수술 나선 것으로 보여

이에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총정치국의 핵심 부서인 조직부국장에 박영식 중장(우리의 소장에 해당)을, 선전부국장에 김동화 중장을 임명했다. 총정치국의 핵심 간부 3역(役)을 세대교체한 셈이다. 박영식 중장은 2010년 조명록 차수 장례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으며, 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평양방어사령부) 정치위원으로 활동하다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발탁됐다. 2013년 2월 중장이 된 김동화 선전부국장은 총정치국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다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이 군 총정치국을 개편한 것은 지난해 가을 시대적 추세에 맞는 당 선전사업을 해야 한다며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일부 간부를 문책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선전선동부 인사에 이어 지난 2월 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를 열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고히 세우는 데 당 사상사업의 화력을 총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의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선전사업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김 제1위원장은 이번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통해 군의 정치사업에서도 형식주의 타파를 강조하며 군의 정치, 선전사업을 자기 스타일에 맞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즉 당의 선전사업에 이어 인민군 내의 정치사업 수술에 착수한 셈이다. 특히 조직지도부 출신의 총정치국장 기용은 당의 군 통제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북한은 당 총정치국 개편에 앞서 지난달 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를 개최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추대하는 등 국가기관 주요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임설이 나돌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원로그룹이 대부분 유임되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새로 국방위원으로 선출됐다. 기존에 부위원장이었던 김영춘 차수와 국방위원이었던 김격식 대장,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은 13기 대의원에는 선출됐으나 국방위원회에서는 탈락했다. 13기 대의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진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역시 국방위원에서 해임되고 후임으로 조춘용이 임명됐다. 이용무 차수, 오극렬 대장은 원로 대우 차원에서 다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돼 자리를 지켰다.



 또한 북한은 지난 4월 8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개최해 국제담당비서를 김영일에서 강석주로 교체하고, 평양시당 책임비서에 김수길 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임명했다.



실무형 인사 중용 의지 드러내

특히 당과 내각의 외교사령탑 교체가 눈에 띈다. 강석주 비서 임명과 함께 내각 외무상이 박의춘에서 이수용으로 교체된 것이다. 강석주 비서는 중국에도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 오랫동안 대미협상을 주도해 왔다. 이수용 외무상은 중국보다는 유럽, 중동외교에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향후 외교 다변화와 대미외교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이수용의 외무상 기용은 내각의 외자유치 기관인 조선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해외자본 유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시작된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주도해온 곽범기 비서, 박봉주 총리, 노두철 부총리 등은 모두 유임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향후 경제개혁과 경제특구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대외개방 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내각책임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김덕훈 자강도 인민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내각 부총리에 기용한 것은 실무형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덕훈은 1961년생으로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 “실리가 나지 않는 것은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기업경영의 합리화를 강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 3월 9일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 실시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총 687명의 대의원 중 약 55%인 376명을 새로운 인물로 교체했다. 이는 1998년 제10기 때 교체율 64%보다는 낮지만 2003년 제11기 때의 50%, 2009년 제12기 때의 45%보다는 다소 상승한 수치다.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인민군 총정치국, 당중앙위원회 전문부서의 인사 결과를 볼 때 북한은 김영남, 이용무 등 원로그룹을 예우하며, 황병서 신임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으로 대표되는 신실세그룹을 전진 배치시키는 등 노·장·청 조화를 통해 안정 속의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당·정·군의 중간 간부층에서는 40~50대로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노·장·청 조화 통해 안정 속 변화 선택

평양시당 비서에서 노동당 근로단체부장에 승진 기용된 이일환 부장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1960년생인 이 부장은 13기 대의원에는 선출되지 않았지만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제1비서를 지내는 등 청년동맹 간부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할머니가 항일 빨치산 출신이고, 부친인 이건일도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는 혁명3세대다. 김경희 비서의 사실상 퇴진과 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부상도 세대교체의 또 다른 사례다.



 최휘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태성 조직지도부 부부장, 홍영칠·홍승무 기계공업부 부부장, 김병호 선전선동부 부부장, 마원춘 재정경리부 부부장 등도 3세대 간부로 김정은 체제에서 상당 기간 중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 빈도수가 높아 신실세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해 처형된 장성택 행정부장과 관련이 있거나 그의 전횡을 막지 못한 정치적 책임이 거론된 간부들에 대한 처리도 마무리됐다.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이병삼 인민내무군 정치국장, 이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등이 장성택 사건의 여파로 물러난 대표적 인물들이다. 당 행정부가 해체되면서 당 조직지도부의 역할과 위상은 더욱 강화됐다.



 김정은 체제는 지난 2년간 이영호 총참모장과 장성택 부장 숙청, 잦은 군 인사 등으로 김 제1위원장의 리더십과 체제 안정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잦은 인사로 조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2세대의 퇴진은 김정일 시대의 유산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체제의 동요보다 김정은 1인체제의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당 총비서에 공식 취임한 김정일도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인사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최근 단행된 인사를 통해 새로운 권력구도를 출범시킨 김정은 체제가 대내외의 우려를 불식하고 장기적으로 체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창현 국민대 교양대학 겸임교수 khistory@dreamwiz.com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