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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재난민국’ … 비리구조가 ‘위험사회’ 주범



‘표를 사기 전 배의 선장이 비정규직은 아닌지, 대리선장은 아닌지 확인해 본다’ ‘위도와 경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GPS 장비를 구입한다’ ‘선실은 선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도록 한다’ ‘선실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은 궁극의 비상신호다’….

[서울 지하철 추돌 사고] 이번엔 지하철 … 불안감 퍼지는 한국



최근 인터넷방송 포털사이트 팟빵닷컴에 ‘한국에서 여객선을 안전하게 타는 방법’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웹툰(사진) 내용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국민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당국의 초기 대응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공분했다. 네티즌들은 ‘씁쓸하지만 공감이 간다’며 이 만화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 나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놀란 국민들의 가슴은 2일 벌어진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로 다시 한 번 내려앉았다.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하루가 멀다 하고 빚어졌던 대형 참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20년 전 ‘후진적 사고의 재발을 막자’며 국가적 대응에 나섰지만 공염불이 되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위험사회(risk society)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잘 정비된 선진국형 위험사회

86년 독일 뮌헨대 교수이자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규정하는 ‘위험사회’는 성찰과 반성 없이 근대화를 이뤄낸 현대사회를 의미한다. 울리히 벡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현대인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야기시켰다고 말한다. 근대사회의 과학기술이 ‘일상적 위험’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사회에 내재된 대형 사건·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과학과 산업의 부정적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성찰적 근대화’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안전장치의 마련이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위험사회』가 주목을 받은 건 성수대교와 삼풍아파트 붕괴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이 책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비리구조가 더해진 ‘후진적 위험사회’”라고 진단한다.



홍 교수는 3일 중앙SUNDAY와의 전화 통화에서 “독일은 위험한 과학기술을 사용하지만 잘 정비된 선진국형 위험사회”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험한 과학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정비되지 않은 후진적 위험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처럼 구조적 비리가 거의 없고 잘 정비된 사회에서도 현대 과학기술 자체에 내재된 위험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게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이론이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비리구조까지 만연된 ‘악성 위험사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2008년 펴낸 『대한민국 위험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전사회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면서 부패문제의 해결을 무엇보다 먼저 강조해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잘 보여주듯이 제도와 기술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부패가 만연해서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위험사회 한국’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제도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해도 문제인 판에 그마저도 부패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패의 이면에서 후진적 성장주의와 개발주의가 맹렬히 작동하고 있다. ‘위험사회 한국’은 기술적 대응이 아닌 사회적 대응, 부문적 대응이 아닌 총체적 대응을 요청한다.”



90년대 이후 20여 년 만에 대형 참사가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인터넷상에선 ‘대형 사고 20년 주기설’까지 퍼지고 있다. 과연 안전사고는 반복되는 걸까.



공학칼럼니스트인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 헨리 페트로스키는 『종이 한 장의 차이(원제 Success through Failure)』에서 대형 안전사고의 30년 주기설을 제시했다.



대형 사고 전 경미한 징후 반드시 존재

1847년 영국 체스터 교량 붕괴를 시작으로 1879년 스코틀랜드 테이강 다리 붕괴, 1907년 캐나다 퀘벡교, 1937년 미국 타코마해협 현수교 붕괴, 1970년 호주 웨스트게이트 다리 사고 등이 30년을 주기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페트로스키는 30년을 주기로 반복된 대형 교량사고의 원인을 세대 간 ‘실패의 노하우’가 단절된 탓으로 진단했다. 당대에는 실패의 교훈을 염두에 두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이런 교훈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수년 전 페트로스키의 30년 주기설을 실무 단계에서 검토한 적이 있다고 한다. 국토부의 한 전직 고위급 관료는 “5~6년 전 안전사고 대책 논의를 하면서 이 주기설에 대해 실무선에서 잠시 논의한 적이 있다. 70년 와우아파트 붕괴,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에 이어 30년쯤 후 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검토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의 엔지니어 교체 시기가 더 빠르고 안전대책을 곧바로 수립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주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논의도 오갔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하인리히의 법칙’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낸 이론이다. 1931년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분석을 통해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는데 큰 재난이 있기 전엔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고, 그에 앞서 300번의 사소한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큰 재해는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안전사회는 남은 국민들의 몫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건, 세월호 침몰에 이어 지하철 추돌사고까지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일상은 위협받고 있다. 외출 중인 가족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휴대전화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황금연휴를 맞아서도 멀리 여행을 가기보단 가까운 곳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원 윤형구(39)씨는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국내외 출장이 잦은 아내와 통화가 부쩍 늘었다. 행여 전화를 못 받을 때에는 불안해서 계속 문자메시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참담함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위험사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홍성태 교수는 “이 참혹한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일어서서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바꿔야 한다. 이것은 이념이나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 죽음과 삶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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