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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초 인근 구난업체 동원령 왜 안 내렸는지 조사해야"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민·관·군 합동구조대가 민간업체 ‘언딘’의 바지선을 이용해 수색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세월호 침몰] 민간 전문가가 말하는 해경 대응 의문점

세월호 침몰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실종자 가족이 모인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을 모두 투입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공대 투입”도 언급했다. 그런데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군의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군은 해경의 ‘현장 통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UDT·SSU 출신의 민간 잠수 전문가들도 지난달 20일 해경과 민간 해상 사고 수습업체 언딘(언딘마린인더스트리)이 자신들의 참여를 막는다고 항의하며 현장에서 철수했다. 해경은 언딘을 제외한 다른 전문 업체에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자원과 인력 총동원’ 명령은 무시됐다. 이 때문에 해경이 자신들의 공적을 내세우기 위해 군의 작업을 가로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해경과 언딘의 관계도 유착 의심을 받고 있다. 해경은 세월호 소속 회사인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맺은 수색 작업에 대한 독점적 계약 때문에 다른 전문 업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해경이 언딘을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관련 업계와 민간 전문가들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한다. 사고 초기에 해경이 다른 민간 전문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해경과 언딘이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방해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향후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진상조사가 필요한 대목들이다.



‘88수중개발’은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수색·인양 작업에 참여했던 해상 사고 수습 전문업체다. 최근의 대형 사건에 투입됐던 회사지만 범정부대책본부나 해경은 사고 초기 구조와 수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곳에 자문조차 하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9일 뒤에나 이 업체의 직원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이 회사의 정호원(36) 부사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고 말했다. SSU 대원 출신인 그는 15년의 해상 수색 경험이 있다.







-해경이나 대책본부에서 구조나 수습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나.

“사고 뒤 혹시 연락이 오면 장비와 직원을 동원해 현장에 가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연락이 없다가 지난달 24일 저녁에 갑자기 해경에서 다음날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회의가 열린 지난달 25일은 세월호 침몰 9일 뒤였다).”



-어떤 회의였나.

“명칭이 ‘세월호 수색·구조 전문가회의’였다.”



-참석자는.

“해경 경비국장, 해양구조협회 부회장 중 한 명, 해군 인사담당 장성급 간부, 나를 포함한 해양 사고 수습 전문업체 직원 3명, H중공업 선박제조 관련 간부, 해양수산부 직원, 광주기상청 직원 등 약 20명이 목포의 서해해양경찰청 6층 회의실에 모였다.”



-해군에서는 왜 구조작전이나 군수지원과 관련된 간부가 아닌 인사담당이 왔나.

“참석자들이 그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투 스타(소장)였는데 현장의 해군 인력 배치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논의가 있었나.

“회의 시간은 두 시간이 채 안 됐다. 참석자들이 한두 번씩 발언하고 끝났다. 수중 구조 작업 진행과정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얘기했다.”



-회의에서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나.

“이미 선체에서 시신들을 인양하던 때였는데, 무슨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었겠나. 이런 회의는 초기에 했어야 한다. 참석자 중 일부는 ‘내가 여기에 도대체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사고 초기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바다에서 선박 사고가 나면 관할 해경 상황실에서 관할 지역 내에 신고된 모든 구난업체에 비상출동 명령을 내리도록 돼 있다. 모든 관련 업체는 해경 경비구난과에 사전에 신고하게 돼 있고, 이 신고업체 리스트를 상황실에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는 목포 지역 구난업체에 대한 출동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나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경은 해운사가 계약한 업체라는 이유로 언딘에 단독으로 구조 작업을 맡겼는데, 이것이 통상적 절차와 다르다는 얘기인가.

“해경은 우선 가까운 곳에서 출동할 수 있는 업체들에 긴급 구조 작업을 맡겼어야 한다. 우리 회사가 있는 부산 지역에서는 통상 일이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뒤에 선박이나 화물 인양을 위해 선박업체나 보험사가 특정 업체와 계약을 해 현장을 수습한다. 이번에는 왜 가까운 지역 업체를 곧바로 출동시키지 않아 초기 작업이 지연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 업체들이 비상 출동을 하지 않고 먼 곳의 업체가 배타적으로 작업을 하는 사례가 없다는 말인가.

“15년간 이 분야에서 일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언딘이라는 업체의 능력이나 장비가 뛰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 뭐라 얘기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거의 모든 구난업체가 장비와 인력은 용역 계약을 통해 동원한다. 특별히 어떤 업체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사고 초기 대응을 지켜봤을 때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초기에 SSU가 실종자 구조에 우선적으로 투입됐어야 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은 국가의 일이다. 해양구조 관련 회의에 참석해보면 언제나 인명구조는 군과 경찰의 임무고, 배나 화물을 인양하는 것은 선박회사나 보험사에서 고용한 민간업체의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SSU는 구조에 필요한 장비들을 가장 잘 갖추고 있고, 인명 실종 사태에 대비해 늘 훈련하는 곳이다. 민간업체가 실종자 구조 작업을 주도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구조·수색을 돕겠다고 나섰던 민간 잠수 전문가들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UDT 동지회’의 권경락(55) 회장은 “해경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UDT나 SSU 대원 또는 우리 회원과 같은 군 출신 전문 요원들을 적극적으로 투입했어야 했다. 해경이 우물쭈물하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수색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면 해경이나 언딘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여기고 우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 나를 포함한 회원들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당시 현장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민간 잠수요원들의 주장에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구조·수색과 관련된 여러 의혹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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