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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는 피자야" 부모들 부둣가 상 차려놓고 오열

안산에서 머물고 있던 단원고 유가족 160여 명이 1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희생자 유가족(오른쪽)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이날 일부 유족은 팻말을 들고 팽목항을 행진하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이들 희생자 가족은 이후 진도 실내체육관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김성룡 기자]


딸을 잃은 엄마는 곱게 화장을 했다. 세월호 침몰 열엿새째. 제대로 씻을 정신도 없던 엄마였다. 마흔 중반쯤 됐을까. 엄마의 입술에 발린 분홍 립스틱이 산뜻해 보였다. 얼굴엔 옅게 찍어 바른 파우더가 화사했다. 엄마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눈물에 고운 화장이 씻겨 내려갔다.

팽목항 절박한 실종자 가족들
물살 빨라지는데 수색 늦어 애타고
시신 유실 가능성에 더 마음 졸여



 “이렇게 화장이라도 하면 돌아올 줄 알았는데….”



 1일 전남 진도 팽목항엔 말끔한 모습의 실종자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샤워 한 번 마음 놓고 못했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팽목항에 이런 소문이 떠돌았다. “한 엄마가 며칠 동안 화장을 하고 다녔더니 며칠 뒤에 아이 시신을 찾았답니다.” 이 소문은 ‘몸단장을 하면 자식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번졌다. 이날 실종 학생 부모들은 너도나도 곱게 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엄마들은 립스틱과 파우더를 찍어 발랐다. 아빠들은 진도 읍내까지 30분 이상 차를 타고 나가 이발을 하고 왔다. 까슬까슬한 수염도 깨끗하게 밀어버렸다.



 이날 화장을 하고 팽목항에 온 한 엄마는 “어떤 엄마가 화장을 했더니 곧바로 아이 시신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며 “다른 사람들에겐 미친 짓처럼 보이겠지만 자식을 잃은 상황에서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울먹였다.



 팽목항 부둣가에는 며칠째 외롭게 놓여 있는 밥상이 하나 있다. 상 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 콜라, 과자 등이 놓여져 있다. 말끔하게 이발을 한 아빠와 화장을 찍어 바른 엄마들이 이날 이 밥상 앞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다 엎드려 울었다.



 “○○아, 네가 좋아하는 피자야. 내 새끼, 얼마나 춥고 배고플까….”



 머리는 헝클어지고 화장도 지워졌지만 부모들은 오래도록 밥상 앞을 떠나지 못했다.



 이날 시신 9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오후 9시 기준으로 세월호 참사 사망자는 221명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생사조차 모르는 실종자가 81명이나 된다. 시신이 차례차례 발견되면서 팽목항을 지키던 가족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있다. 지난달 말 300여 명에서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에겐 그들의 빈자리가 더 큰 절망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다 나오는 데 우리 애만 소식이 없어. 임시 안치소에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가 오히려 부럽소.”



 손자를 잃은 한 70대 할아버지가 흐느끼며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이후 매일 팽목항에 나와 돌아오지 않는 손자를 기다린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처럼 보름이 넘도록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물살이 빨라지는 대조기에 접어들면서 시신 유실 가능성이 커지자 가족대책본부 천막 안에선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지난달 30일에도) 총리가 왔지만 시신 유실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유가족 160여 명이 팽목항을 찾았다. 유가족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늑장대응 무능정부 물러가라’ 등의 구호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팽목항 주변을 맴돌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정부가 하는 꼴이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아직 자식을 찾지 못한 가족들을 위로할 겸 다시 내려왔다”며 “이번 사고를 일으킨 건 무능한 정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도=고석승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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