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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처에 목숨 잃는 시대 올 수도"


1940년대 페니실린 발견 이후 무수한 생명이 항생제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인류가 마침내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듯 보였다. 그러나 70여 년 만에 항생제가 등장하기 이전처럼 다시 단순한 감염이나 상처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가 나왔다. 항생제가 통하지 않아서 비롯되는 ‘항생제 이후 시대’다. 지난달 30일 펴낸 ‘항생제 내성’ 보고서를 통해서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보고서에서 “(항생제 이후 시대는) 종말론적 예언이 아닌, 21세기에 얼마든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얘기”이라며 “항생제 내성은 현대 의학의 성취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토로했다. 그간 각국 차원에선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WHO가 처음으로 전지구적 실태 조사를 해 보건당국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WHO는 설명했다.

 WHO는 비교적 흔한 감염균 7종을 분석했다. 설사의 원인균인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시겔라균,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그리고 폐렴간균과 폐렴연쇄상구균, 성병의 일종의 임균 등이다.

 조사 대상인 114개국 대부분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인 사례가 발견됐다.

대장균의 경우 제3세대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에도 내성을 보이는 균이 발견된 국가가 86개국이었다. 한국도 포함됐다. 폐렴간균도 71개국에서 생명이 위독할 때 마지막 수단으로 처방하는 카바페넴에 듣지 않는 균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인도(52%)·바레인(40%)의 내성률이 높았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가 동시에 듣지 않는 다제(多劑) 내성 결핵균이 발견된 국가는 92개국이다. 2015년이면 결핵 발병 케이스의 다섯 중 하나 꼴로 다제 내성 결핵일 것이란 예상도 했다. 전세계에서 매일 100만 명 이상이 감염된다는 임질도 최후 치료제격인 항생제가 통하지 않아 치료에 실패한 케이스가 2007년 일본을 시작으로 호주·캐나다·프랑스 등 모두 11개국에서 보고됐다.

 WHO는 두 가지 ‘처방’을 했다. 내성균 확산이 사람이나 동물의 항생제 오·남용으로도 촉진된다는 점을 들어 정부와 민간이 관련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1990년 이후 새로운 타입의 항생제가 등장하지 않은 만큼 항생제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후쿠다 게이지 사무처장은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전 세계는 인류가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지원해온 중요한 공공 의료재의 하나인 항생제를 잃는 것은 물론 아주 처참한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집단은 보고서를 환영했다. 동시에 즉각 행동에 옮기란 주문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제니퍼 콘 박사는 “시리아·나이지리아 등 세계 여러 현장에서 뛰는 우리는 무서울 정도로 병균들이 항생제 내성이 강해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버밍엄대학의 로라 피독 교수는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건 행동”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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