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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푸틴·오바마의 '가스 전쟁' 시진핑은 돌아서서 웃는다

“석유의 색깔은 검정이 아니라 핏빛이다.”



불붙은 에너지 대전
푸틴, 천연가스 수출 다변화 급해
중국에 유럽 수준 싼값 제공 약속
오바마, 중·러 에너지 동맹 부담
미 기업 중국 셰일가스 개발 허용

 석유 전문가 마이클 이코노미데스가 저서 『컬러 오브 오일』에서 한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도화선은 석유였다. 독일이 소련과 중동을 침공하자 유전을 빼앗길까 우려한 미국과 영국이 반격에 나섰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은 말할 것도 없다. ‘에너지 권력을 쥐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경제사의 이면을 관통하는 철칙이다. 18세기 세계를 제패한 영국(석탄)을 왕좌에서 끌어낸 건 석유를 앞세운 미국이었다. 그런데 80여 년 만에 석유 치세가 흔들리고 있다. 가스 패권을 둘러싼 각축전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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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국면으로 흐르자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 밸브다. 푸틴은 지난달 10일 유럽 18개국 지도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22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의 체불 가스대금을 당장 갚도록 중재하라는 독촉장이었다. 친러 우크라이나 정부를 자꾸 부추기면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그겠다는 엄포이기도 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은 끊어버렸다. 러시아는 2009년까지 과거 세 차례나 유럽으로 가는 가스밸브를 무기로 유럽의 무릎을 꿇린 바 있다. 매서운 북·동유럽의 엄동설한은 러시아에 전가의 보도였다.



 러시아의 힘은 우크라이나 등을 거쳐 유럽 전역으로 뻗은 천연가스 파이프에서 나왔다. 천연가스는 생산비만 따지면 석탄이나 석유보다 싸다. 100만 BTU(1BTU는 약 252㎈, 1파운드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영국에서 주로 쓰는 단위) 기준 국제시세는 천연가스가 4.7달러, 원유는 17.5달러다. 그러나 폭발하기 쉬운 기체라는 특성이 발목을 잡았다. 운송하려면 액체로 압축한 뒤 다시 기체로 바꿔야 하는 고도의 기술도 요한다. 천연가스가 배(생산비)보다 배꼽(운송비)이 더 커진 이유다.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PNG)의 경쟁력은 여기서 나왔다. 일단 가스관만 깔면 운송비가 거의 안 든다. 액체로 압축했다 기체로 바꾸는 과정도 필요 없다.





 그러나 이빨 빠진 사자인 줄 알았던 유럽이 이번엔 달라졌다. 푸틴의 협박에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을 이룬 미국이 뒷배를 봐주고 있어서다. 셰일가스 수출을 금지해온 미국도 러시아 견제를 위해 유럽으로의 수출에 긍정적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계절도 봄이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셰일가스 채굴 기술도 유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에서 네 번째로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1월 미국 에너지회사 셰브론과 셰일가스 채굴 계약을 맺었다. 영국과 독일도 셰일가스 개발을 검토하고 나섰다.



 푸틴도 팔짱만 끼고 있진 않았다. 러시아는 1980년대 뼈아픈 기억이 있다. 소련과 체제 경쟁을 펼친 미 레이건 정부는 저유가 공세를 펼쳤다. 수출의 50%를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가 궁지에 몰린 건 당연했다. 동유럽 공산국가에 퍼줄 달러가 고갈되자 소련은 91년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비장의 카드가 필요했던 푸틴이 눈을 돌린 곳은 중국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2년 동안 러시아 동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중국 동북3성과 베이징을 거쳐 산둥반도까지 4000㎞에 이르는 가스관 건설 협상을 벌여왔다.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해온 러시아는 최근 중국에 유럽 공급가격 수준으로 가스값을 낮춰 주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중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와 장기 가스 공급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2018년부터 30년 동안 중국에 매년 380억㎥ 천연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 수출량의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러시아와 미국·유럽의 신냉전에 어부지리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챙기는 형국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로 중국을 유혹하자 미국과 유럽도 중국 셰일가스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량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중국에 셰일가스는 ‘그림의 떡’이었다.



 셰일가스는 광산 하나에 호수나 강 하나가 필요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중국은 절대적인 물 부족 국가다. 게다가 대부분 셰일가스 광구가 쓰촨성과 충칭시 인근 쓰촨분지, 네이멍구 자치구의 오르도스분지 등 건조한 지역에 분포해 있다. 중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지난해 2억㎥로 미국의 2012년 생산량 2660억㎥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까닭이다. 한데 물을 적게 쓰고도 셰일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미국과 유럽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몰려오면서 중국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전략정책 부문장을 지낸 닉 버틀러는 파이낸셜타임스(FT) 블로그에 “세계 에너지 산업의 무게 추가 동쪽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80년간 석유 권력을 독차지했던 ‘일곱 자매(Seven Sisters)’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고 전했다. 일곱 자매는 미국과 유럽에 본부를 둔 대형 석유회사 BP·셸·엑손·토탈·셰브론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이 셰일가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버틀러는 “권력 재편의 중심에 아시아 그리고 중국이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셰일가스라는 무기를 거머쥐는 순간 러시아와 미국으로 쏠렸던 가스 패권에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코드 … 미·캐나다만 수익성 갖춰 채굴



셰일가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셰일(Shale)’ 암석층에 녹아 있거나 갇혀 있는 천연가스를 의미한다. 지하 깊은 곳에 넓게 퍼져 있어 땅 아래 직선으로 구멍을 뚫어 뽑아내는 전통 방식(수직 시추)으로는 생산이 어려웠다. 그런데 2000년대 미국이 수직으로 구멍을 뚫은 뒤 지하에서 수평으로 채굴하는 기술과 고압의 물로 셰일가스를 머금은 암석을 부숴 가스를 분리해내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혁명이 일어났다. 값싼 천연가스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게 되자 에너지 가격이 급락했다. 이는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유인이 됐다. 셰일가스 채굴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현재 수익성 있는 수준으로 생산해내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뿐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셰일가스나 채굴 기술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해왔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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