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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이젠 "안 되는 건 안 된다"라고 하자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안 됩니다.”

 버스 기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돈을 더 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대답은 같았다. “안 됩니다.”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겪은 일이다. 마무리 작업 중인 제네바 모터쇼장과 전야제 행사를 둘러봤다. 늦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가 넘었다. 모터쇼 개막일인 다음 날 취재가 걱정이었다. 프레스센터에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오전 6시쯤 출발해도 7시가 넘어야 도착하는 거리였다. 러시아워도 피해야 했다. 그런데 전세버스 기사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가이드가 몇 번 얘기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버스 기사가 야간에 최소 9시간 휴식을 하는 것은 스위스에선 의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처벌받는다. 버스에 운행 기록 측정 장치가 달려 있다.”

 도리가 없었다. 기사의 휴식 시간을 감안해 다음 날 오전 7시쯤 출발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역시 선진국이구나’ 하고. 속으론 빈정댔다. ‘이렇게 융통성이 없으니…’라고.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1시간여 운전을 하고 나면, 기사는 저녁까지 쭉 쉬면 될 일이었다. ‘안 된다’ 앞에서 ‘하면 된다’는 나도 모르게 체화된 행동 규범이었다. 그 투지와 열정이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근원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제, 우선순위를 바꾸기로 했다. 세월호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일과 삶 속에서 ‘하면 된다’의 위력은 대단하다. 사고가 있기 직전 강덕수 STX 회장이 구속됐다. 내부 인사에 따르면 화근이 된 중국 다롄 조선소 인수를 강 회장이 추진할 때 상당수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말리진 못했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일상적인 업무에서도 ‘하면 된다’ 앞에서 ‘안 된다’가 얼마나 옹색한지. ‘안 된다’는 무능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성장했고, 또 가르치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도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그림이 있다. 더 실으라면 싣고, 무리해서라도 가라고 하면 갔을 것이다. 한 번 해서 아무 문제 없었는데 두 번은 왜 못하느냐고 했을 것이다. ‘하면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높은 사람 지시만 그런 게 아니다. ‘하면 된다’는 소소한 삶 속에 배어 있다. 떼쓰고 엉기면 안 되는 게 됐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자,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은 불편함의 대가인데 불편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소리쳤다.

 ‘하면 된다’로 인해 이만큼 먹고산 것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속은 진짜 된 게 아니라, 된 것처럼 보였던 것 투성이였다. 너무 늦은 한탄이란 걸 안다. 그래도 국가 개조까지 하겠다고 나섰다면, 일과 삶의 뿌리까지 바꿔야 한다. 대통령은 아버지의 캐치프레이즈였던 ‘하면 된다’를 넘을 수 있어야 한다. ‘하면 된다’를 이제 내 삶과 일의 우선순위에서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긴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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