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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우리 공동체의 구조적 문제와 병폐, 그리고 정부 기관들의 심각한 무능과 무책임이 만나 초래된 세월호 참사로 국민 마음과 국가 능력이 위기다. 박근혜 정부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정신의 중심과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잃고 있다. 표면적인 정치적·이념적 대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성원들의 마음 바탕에 공유되어 있던 근본 가치·능력·신뢰·방향·심성 구조가 크게 요동하고 있다.



 기성세대로서 젊은 영혼들이 ‘수장되어 가는’ 실제 상황을 모든 국가가 눈 뜨고 지켜보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도, 나 자신을 용서할 수도 없어 팽목과 안산을 두 번 다녀왔다. 결론은 팽목의 비극을 제대로 위로·치유하고 초래 요인들을 근본부터 혁파하는 덕성과 능력에 이 공동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부의 책임과 대처가 무엇보다 크고 제일 먼저다. 나아가 전체 공동체의 참회와 국가 발전 노선의 전환 역시 필수적이다.



 팽목에서 엄마·아빠의 끝없는 통곡과 절규, 가눌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을 보고, 또 상하 국정 담당자들의 지리멸렬을 보며 율곡이 토붕와해(土崩瓦解)를 외쳤던 혈언이 가슴 바닥까지 내려왔다. ‘필사즉생’을 말한 명량대첩의 울돌목에서는 국가 수호와 백성의 안위에 대한 노심초사로 심한 위장병을 앓은 이순신의 충정이 모골을 송연하게 했다. 진정 애민과 애국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한국에서 네 가지의 ‘최초’ 기록을 갖게 되었다. 돌아보면 세월호 이전 최초 사태들에서 이념과 진영논리를 넘어 객관적 판단과 엄정한 책임성을 갖고 추상같은 국가기강을 세웠다면 상하 정부조직이 지금의 난파 상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첫째 건국 이래 전직 대통령 2세가 이끄는 최초의 정부다. 필자가 <중앙시평>에서 지적했듯(2012년 10월 18일) 현대 공화주의 등장 이래 세계적으로 2세 정부들의 업적은 매우 나쁘다. 이러한 보편성을 딛고 과연 한국적 예외를 보여줄 수 있을지 크게 주목된다.



 둘째 최고 정보기관을 포함한 국가기구의 대선 개입 논란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자체가 정당성을 도전받으면서, 합법성·합헌성·정통성 문제를 야기한 민주화 이후의 최초 정부다. 해외 언론들은 대선 논란을 동구·동남아·중동·아랍의 정정 불안 국가들 수준으로 다루었다.



 셋째 국가 정보기관이 간첩 증거조작을 위해 외국 국가문서를 조작한, 건국 이래 최초 정부다. 국가 공식기관이 외국 공식 외교문서를 조작한 것은 세계 외교 관계와 한국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 국가기관이 국격·국제관계·민주주의·공안사건·기관이익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시하는지 증명한 사건이다.



 넷째 민주화 이래 최대의 해양 재앙을 기록한 정부다. 놀랍게도 생명 피해의 규모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넘는다. 생명피해의 크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 반성을 통한 국정 개혁과 방향 전환의 크기로 연결되어야 한다.



 국가 추락과 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 현재 가장 중대한 요인은 결국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속히 심판자·호통자·포고자에서 내려와야 한다. 매우 시급하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담당자·당사자·책임자다. 지금처럼 한발 떨어진 국가 호통자, 현안 관전자, 사후 심판자 역할을 지속해선 국가 기강 와해와 관료 보신주의, 상호 책임회피는 불가피하다. 포고와 호통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힘으로 찍어 누를 때’ 가능했던,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능동적 참여와 국가조직의 적극적 헌신도 불가능하여 국가 능력의 하락과 국가위기 역시 점점 심화될 것이다.



 분초가 급한 팽목 현장에서 필자가 수차 목도한, 총리·장관·해경총수, 그리고 수많은 정부 조직과 군경이 현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고비 때면 대통령을 호출해야 하고, 그럼에도 그들 누구도 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면담 약속을 지키라”며 연결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그리고 결국은 작동 불능 정부로서 단 한 사람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하는 비극적 현실은 국가기강·국정체계·정부운영·책임윤리의 총체적 붕괴를 한꺼번에 폭로했다.



 팽목 현장에서 가장 많이 물었던 궁극적 질문은 “이게 과연 나라인가?”였다. 대통령은 본래 ‘앞에 앉다’ ‘보초 서다’는 말에서 나왔다. 단체의 안위를 지키는 수호자·보초를 뜻한다. 또 앞에 앉기 때문에 상하·좌우·전후를 ‘먼저’ 보고 듣고 조정하는 사람을 뜻한다. 근대 국가에 대통령이라는 말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라 꼴이 아닌’ 상황을 개탄한 율곡은 지도자의 덕목은 일상보다 난국 때 중요하다고 언명한다. 대통령의 본래 역할을 숙고하고, 지금의 국가 위기를 엄중 직시해 박 대통령이 난국 극복의 덕성을 발휘하길 간곡히 간구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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