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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숙면 프로젝트 … 병실 TV 없애고 새벽 채혈도 금지

몇 년 전 연세대 의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안숙희(59·여)씨는 열흘가량 입원하면서 거의 매일 새벽 4~5시에 잠을 깼다. 간호사가 채혈(採血)한다고 들어와 잠을 깨우고 불을 켰다. 안씨는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새벽에 잠이 깨고 나면 다시 잠이 안 와서 숙면을 취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이 새벽 채혈을 한 이유는 오전 7~8시 의사의 회진시간에 맞춰 환자의 혈액검사 결과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새벽 채혈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병원의 관행이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주요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병을 이기기 위해 잠을 푹 자라고 권고하면서 한편으로는 숙면을 방해해 왔다. 의사의 동선에 맞추느라 환자는 안중에 없었다. 공급자 위주의 관행이었다. 노성훈(60·사진) 연세암병원장은 3년 전 이런 관행에 의문을 품었다. 숙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머리를 맞댔고 그 결과 채혈 시간을 오전 7시 이후로, 회진은 8시 이후로 바꿨다. 오후 10시~오전 6시는 환자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다. 채혈도, X선 촬영도 할 수 없다.

 연세암병원이 30일 봉헌식(奉獻式·하느님께 병원을 바치는 행사)을 열고 정식 개원했다. 지하 7층, 지상 15층의 새 건물을 지어 기존 암센터보다 병상(510개)을 130개 늘렸다. 2530억원이 들어갔다. 연세암병원의 모토는 ‘환자 중심’이다. 노 원장은 “환자에겐 절실하지만 병원이 배려하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부터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깨달음은 노 원장의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을 바꿔 생각함) 원칙에서 나왔다. 3년 전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일주일 입원했다. 통증 때문에 힘들게 잠들었는데 1~2시간 뒤 혈압·체온을 재고 피를 뽑는 통에 무척 괴로웠다고 한다.

 환자 숙면을 위해 2~6인실 TV도 없앴다. 대여섯 명이 함께 쓰던 대형 냉장고는 없애고 병상마다 작은 냉장고를 하나씩 설치했다. 긴 대기 시간 깨기에도 나섰다. 새로 온 암 환자는 일주일 안에 수술이나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는 ‘패스트 트랙’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신규 환자 전담 간호사를 배치했다.

 예방과 사후 관리도 강화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후유증을 종합 관리하는 ‘암 생존자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노 원장은 “암 치료 시작한 지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보는데, 그래도 환자는 재발이나 다른 암 발생을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적이 있는 고위험군도 관리 대상이다.

 노 원장은 “다른 병이 있거나 전이됐거나 재발한 암 환자는 여러 명의 의료진이 한자리에서 진찰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도록 ‘베스트 팀’ 8개를 꾸렸다”며 “어떨 때는 외과 의사가 두세 명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팀은 외과·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의사들이 참여한다.

 노 원장은 “과거에는 환자의 질병만 바라보고 그 치료에만 매달렸는데 지금은 암과 환자, 그 보호자까지 연결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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