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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보고 싶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후 입원치료를 마친 단원고 학생들이 30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조문했다. 생존 학생 74명 중 이날 퇴원한 70명은 부모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생존 학생들은 일정 기간 심리치료를 더 받은 후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낯선, 그래서 두려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 같았다. 버스 계단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려왔다. 엄마·아빠의 손을 꼭 쥐고서였다. 불안감 때문에 엄마·아빠를 잡은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간 듯 팔에는 힘줄이 돋아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70명이 30일 안산 화랑유원지의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사고가 난 지 꼭 2주일 만이다. 74명이 고대 안산병원에서 몸과 마음을 치료받다 이날 70명이 퇴원하면서 분향소에 안치된 친구들을 보러 왔다. 구조된 학생 75명 중 나머지 1명은 안산 한도병원에 있다. 퇴원하지 않은 학생들은 심리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당초 고대 안산병원은 학생들의 조문을 반대했다. 아직 심리적 안정을 완전히 찾지 못한 상태에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상당수 학생들이 원하고, 단원고에서도 “일상으로 복귀하려면 조문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해 이뤄졌다.

학생들은 이틀 전부터 조문을 준비했다. 이발사·미용사를 병원으로 불러 단정히 머리를 깎았다. 30일 오후 2시5분 흰 웃옷에 검은 바지·치마를 입고 버스 6대에 올랐다. 마음을 가라앉혀줄 엄마·아빠, 그리고 교사들과 함께였다. 왼쪽 가슴엔 ‘다시 돌아와’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달았다.

 병원에서 분향소까지는 약 10분 거리. 일반 조문객들은 학생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 “아이들을 생각해 달라”는 학부모 대표의 사전 요청에 취재진도 4~5m 떨어진 곳에서 학생들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학생들은 버스에서 내려 5m를 걸어서는 분향소가 차려진 초대형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속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나 보다. 흐느낌이 일었다. 친구 앞에 국화를 바치면서도 한 손은 엄마 손을 꼭 쥐었다. 덩치 큰 한 남학생은 자그마한 아빠 품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였다. 애써 슬픔을 가라앉히고 옆으로 걸음을 옮기면 거기엔 또 다른 친구가 미소 짓고 있었다. 또다시 울음이 터졌다. 엄마·아빠의 토닥임도 쏟아지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그 옆에 놓인 선생님 영정 앞에서 다시 한번 오열했다. 친구 156명과 교사 4명 등의 사진이 놓인 60m길이 테이블 곁을 지나는 동안 수도 없이 눈물을 훔쳤다.

 눈물의 순례는 19분간 이어졌다. 오후 2시17분 분향소에 도착한 학생들은 오후 2시36분 다시 버스를 타고 떠났다. 혹시 실신하는 학생이 있을까 안산시가 구급차 20대를 대기시켰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생들 조문을 지켜본 김정연(58·여)씨는 “상처가 정말 깊은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저 아이들의 슬픔과 상처를 누가 어떻게 씻어주고 보듬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떠난 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안산의 모처로 향했다. 이곳에서 5월 11일까지 머물며 심리치료를 계속 받게 된다.

 안산 분향소에는 30일까지 모두 23만여 명이 찾아왔다. 23~28일 안산 올림픽기념공원 실내체육관에 차려졌던 임시분향소 조문객을 합친 수치다. 한밤중에도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오전 1시 분향소를 찾은 김용성(55)씨는 “사람들이 많은 낮에는 제대로 조문할 수 없을 것 같아 밤에 왔다”고 말했다.

안산=임명수·윤호진·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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