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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관피아 척결하려면 관료가 써준 보고서 의존 줄여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각계 인사들은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의 출발은 보고서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고서 작성으로 평가 받는 관료들

 관료의 강점은 보고서 작성 능력이다. 박 대통령은 보고서를 중시한다. 관저에서도 보고서를 읽는 시간이 많다고 신년 기자회견 당시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 상황에 대한 판단을 관료집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존하는 상황에선 관피아를 깰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은 “수직적 리더십하에서는 리더의 심기를 안 건드리려는 게 일반적”이라며 “누군가 보고서를 모아서 전달하는 과정에선 솔직하고 정확한 내용이 보고서에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솔직하고, 그 분야를 잘 아느냐가 중요한데, 그렇지 않은 보고서라면 그 문서는 엉터리”라고 덧붙였다.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역시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은 그 무엇이든 공론화해서 집단지성을 가동시킨 뒤 내려져야 한다”며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집단이 만든 보고서를 보고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6월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당시 한국 정부는 핵재처리와 관련해 새로운 기술이라며 건식 재처리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실용화는커녕 연구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고 정부의 주장은 힘을 잃고 말았다. 공론화→집단지성 가동의 과정이 생략된 단독보고서의 한계였다.

 ◆장관·참모들과 직접 소통 늘려야

 이번 세월호 사고 대응과 처리 과정에서도 소통의 문제는 또 불거졌다. 박 대통령은 4월 17일 진도에 있는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왜 발견 못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학생들이 세월호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게 아니라 상당수의 단원고생이 세월호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국정운영에 있어 대통령의 진정성은 믿지만 혼자서는 소용이 없다”며 “보좌진·참모들에게 받아쓰기만 시키지 말고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의원은 “(참모들과 먼저 소통하고)그 뒤에 여당과, 그 뒤에는 야당과 대화를 하면서 전체 국민의 뜻을 파악하게 되는 것”이라며 “ 지금의 청와대는 통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용덕(전 한국행정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도 “미국 대통령은 재난 시 와이셔츠 차림으로 참모·전문가와 토론한다”며 “장관이나 참모뿐 아니라 전문가가 참여해서 수직적인 협의가 아닌, 횡적인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모가 언제든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든가, 대통령이 참모 방을 찾아서 기탄없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도 “대통령은 모든 국정 현안을 참모, 청와대 수석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그래야 참모들이 정부와 소통할 수 있고 정부도 혼신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이 대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세월호 사고 때 공무원들은 물살이 세다는 이론적인 이유로 잠수를 하지 않았고, 관료들은 브리핑만 했다”며 “공무원들과 대통령이 현장에서 먼저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규섭(정치커뮤니케이션) 서울대 교수는 “국민이 재난을 겪을 때는 아픔을 같이 한다는 느낌을 줘야 리더십이 발휘되고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데 초반 대응이 미숙했다”고 말했다. “현장 중심의 국정운영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고도 했다. 박명호(정치외교학과) 동국대 교수는 “(모든 현장에 대통령이 있을 수는 없는 만큼) 대통령이 얘기를 듣는 채널을 여러 개로 넓혀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현장에 대한 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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