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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의 여론읽기] 현장 달려간 오바마, 나흘 뒤에 간 부시 … 표심 갈랐다

예기치 않은 대형 재난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크게 동요시킨다. 재난으로 인한 슬픔과 상처, 분노의 감정이 서로 뒤엉키기 때문이다.

 태풍·산불·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잦은 미국의 경우 대형 재난으로 정치적 운명이 엇갈린 경우가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첫해(2001년) 9·11 테러라는 미증유의 재난을 만났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테러 직전 51%(갤럽 조사)에서 테러 2주 만에 90%로 수직 상승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엄청난 참사를 수습하고 테러 집단을 응징해주기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28일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미국 아칸소주 빌로니아 마을 . 10명 이상이 숨지고 가옥 150여 채가 파괴됐다. [ 로이터=뉴스1]

부시 대통령을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아니라 허리케인 카트리나였다. 2005년 8월 말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하면서 뉴올리언스 지역의 제방이 무너졌다. 이 바람에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사망·실종자만 2541명에 달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미국 사회는 뉴올리언스가 약탈과 총격이 난무하는 무법 천지로 변한 것에 경악했다. 정부의 사전 대처 소홀과 늑장 대응을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소극적 처신도 문제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사고 나흘 뒤에야 피해 지역을 둘러봤고, 피해 주민을 위로한다면서도 무법 지대가 된 뉴올리언스 도심과 이재민들이 임시 수용된 컨벤션센터 등엔 찾아가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떨어지면서 공고해 보였던 공화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 이 충격으로 ‘카트리나 모멘트(Katrina Moment)’란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결정적 사건을 계기로 지지율이 내리막을 걷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이끈 계기는 허리케인 샌디였다. 대통령 선거(11월 6일)를 보름 앞둔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발생했다. 샌디는 초특급 허리케인으로 바뀌면서 미국 동부로 접근해왔다. 재선 운동에 한창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10월 27일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해 재난 대응을 지휘했다. 피해 지역을 신속히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현장을 찾아 구조·복구 작업을 지시하면서 국민을 지키는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반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예산 삭감을 주장했던 공화당 롬니 후보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이런 ‘샌디 효과’에 힘입어 초박빙의 승부였던 대선은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 직후 출구조사 는 미국 국민들이 왜 오바마를 선택했는지를 보여준다. 4개 항의 설문 중 롬니 후보는 ▶누가 강한 후보인가 ▶누가 미래 비전이 있는가 ▶어느 후보가 미국의 가치와 가깝다고 보느냐는 항목에서 모두 이겼다. 하지만 ▶누가 보통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느냐는 마지막 항목에서 오바마 대통령(81%)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2011년 동일본 지진은 결국 일본의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지진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이어지면서 일본 역사상 최악의 복합재앙을 일으켰다. 사고 초기 일본 국민들은 놀라울 정도의 절제력을 발휘하면서 정부의 사고 수습에 협조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사고 지역에 긴급 구호 물자를 지원하는 타이밍이 늦어 피난소에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부실한 원전 관리를 관료들이 은폐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정권은 코너에 몰리게 됐다. 결국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사고 발생 5달 만에 실각했다.

 반대로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때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원자바오 총리가 사고 당일 곧바로 쓰촨 현지로 달려가 안전모를 쓴 채 사고 현장을 누비며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모습이 생중계돼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재난 대처능력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공고한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미국은 위기의 순간에 먼저 뭉친 뒤 나중에 공과를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당장 잘잘못을 따지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재난 시 특히 초동 대응이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 민심과 멀어질 수도, 다시 지지를 회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정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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