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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매화 그리고, 중국은 시 얹고

중국 베이징 XYZ갤러리에 전시된 매화 작품 앞에서 다정하게 선 한국 문인 화가 허달재 화백(왼쪽)과 중국 여류 시인 판쉐이.
‘풍상만리 신수산하(風霜萬里 信守山河)’

 ‘온갖 풍상을 겪어도 내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시는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살포시 고개를 내민 매화 한 폭에 얹혀 있다. 매화는 한국의 대표적 문인 화가 직헌(直軒) 허달재(63) 화백이 즐겨 그렸다. 그는 한국 남종(南宗) 문인화의 맥을 이어온 의재(毅齋) 허백련 화백의 장손이다. 시는 중국 화단의 대표적 여류 시인이자 수묵화가인 판쉐이(范學宜)가 짓고 썼다. 한국과 중국, 그림과 시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완성된 문인화 30여 점이 베이징 ‘798 예술거리’에 위치한 XYZ갤러리에서 전시(4월 6~5월 4일) 중이다. 중국 미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허 화백의 새로운 시도다. 예술계 한·중 합작의 새로운 모델을 시도한 것이다. 판 시인은 “전시된 작품은 모두 고가에 팔렸다”며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전시하기 위해 만든 작품까지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에서 두 화가를 만났다.

 - 어떻게 그림과 시를 융화시킬 생각을 했나.

 “난 항상 ‘정중동(靜中動) 고중신(古中新)’을 추구한다. 고대 문인화에 수록된 시는 그림에 대한 단상이자 철학이다. 내 그림을 중국 시인이 해석했으니 작품은 그림이고 시이기도 하다. 그게 창조 아닌가.”(허 화백)

 “수년 전부터 변하되 전통을 넘지 않는 허 화백의 그림을 보면 시상(詩想)이 떠올랐다. 그걸 그림에 올렸을 뿐이다.”(판 시인)

 - 작품 철학은.

 “동양 철학이다. 그러나 그 철학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려면 전통에 근거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그래야 작품에 화가의 품격이 융화된다.”(허 화백)

 “내 취미는 음악이고 여행이고 독서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서 내 작품에는 중국 전통을 추구하되 서양화와도 맞닿아 있다. 일종의 ‘사상 해방’이라고나 할까.”(판 시인)

 판 시인은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영화 주제곡 가사를 직접 쓰기도 한다. 그의 수묵화는 동양화를 모델로 하되 필법은 서양화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요즘 한·중 미술계는.

 “서양화 세상이라 동양화 설 자리가 없다. 동양화가들의 창조성 부족 탓이다. 이번 합작 모델이 새로운 문인화의 부흥으로 이어졌으면 한다.”(허 화백)

 “과거의 틀에 안주하는 화가들이 많다. 앞으로 허 화백과 함께 한·중 새로운 문인화 세계를 추구할 생각이다. 물론 뿌리는 전통에 두고.”(판 시인)

 두 화가는 10여 년 전 한·중 작품 교류전 등을 통해 예술 철학을 공유했고 매년 상호 교류전을 통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글·사진 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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