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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목요일] 교통사고 후 택시 못 타는 엄마 PTSD 치료가 필요합니다


벌써 40일째다. 하루도 빠짐없이 악몽에 시달린다. 몸서리치게 무서웠던 그날의 기억은 매일 꿈으로 되살아난다. 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극한의 고통. 그는 “꿈에서도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는 정모(41)씨 이야기다.

지난 3월 그는 전봇대에 매달려 고압전선(2만2000V)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다 감전 사고를 당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오른손을 심하게 다쳐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손 부상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 고통이다. 눈만 뜨면 시도 때도 없이 감전 순간의 고통이 엄습한다. 눈을 감으면 악몽이 찾아온다.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다. 병원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는 “20년 가까이 전봇대를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전봇대에 올라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PTSD는 큰 사고나 재난·전쟁 등을 경험한 후 공포와 불안을 떨치지 못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질환이다. 최근 세월호 사고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병은 큰 사고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일터·집·도로·산·바다 등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나 사고를 겪어도 생긴다.

 PTSD 환자가 늘고 있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5929명이던 PTSD 환자는 지난해 6741명으로 늘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PTSD클리닉 이병철 교수는 “평범한 사람의 80~90%가 일상 생활을 하다 끔찍한 일을 경험하는데, 이 중에서 10~20%는 PTSD를 겪는다”고 말한다. PTSD 환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다. 지난해 환자 중 여자는4099명으로 남자(2642명)의 1.5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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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다. 이 연령대도 여자가 866명으로 남자(489명)의 1.8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교수)은 “여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약하고, 감성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여자가 우울증을 많이 앓듯이 PTSD도 비슷하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50대 여성이 PTSD에 취약한 이유가 밝혀진 것은 없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 원장은 “PTSD에 관심을 가진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며 “우울증·수면장애를 견디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가 PTS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김모(50·여)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지 2년 가까이 PTSD로 고생을 했다. 그는 2012년 택시를 타고 가다 마주 오던 차와 충돌했다. 다행히 뒷자리에 타고 있던 김씨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 하지만 사고 후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떨리고 악몽에 시달렸다. ‘이러다 말겠지’ 하고 1년이 지났지만 도로 위의 차만 봐도 사고 순간이 자꾸 떠오르고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사고 1년 만에 병원을 찾았고, 6개월 치료받고 호전됐다.

 아이들이나 청소년의 경우 사고 빈도는 적지만, 일단 사고를 경험하면 PTSD 위험성이 더 크다. 사고 충격이 어른보다 크기 때문이다. 박모(8·여)양은 지난해 아버지가 숨진 뒤 미술심리치료를 받았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차의과대학 김선현 미술치료대학원장은 “세월호 사고는 많은 사람이 공분을 나타내고 관심을 갖지만, 개인적인 사고를 당한 사람은 혼자서 그걸 감당해야 한다”며 “특히 청소년들은 주변에서 알아채기도 힘들어 평생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TSD를 예방하고 잘 관리하기 위해선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규섭 원장은 “사고 직후 1~2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PTSD 여부가 갈린다”며 “증상이 나타난 후에 치료하는 건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PTSD 환자는 자신이 병을 앓는 줄 잘 모르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참다가 뒤늦게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초기 불안을 낮추면 PTSD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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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