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문용직의 바둑 산책] 국가 30년 계획, 발전 더뎌도 한 수 한 수 꾸준히

왕루난 중국위기협회 주석은 2006년 "5년 후면 한국을 실력으로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 예상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 한국기원]

중국 바둑이 드세다. 지난해엔 4년마다 열리는 응씨배를 비롯해 삼성화재배·LG배 등 메이저 세계대회를 여섯 차례나 우승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단체 대항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하세배·LG배·농심배 등 세계대회를 3개나 거머쥐었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한국 바둑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었다.

 중국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바둑인구 8800만 명에서 오는 걸까. 바둑의 발상지라는 오랜 전통과 문화에서 오는 걸까.

 ‘몽백합배 이세돌·구리(古力) 10번기’ 4국이 지난달 27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렸다. 중국 선수단을 이끈 왕루난(王汝南·68) 중국위기(圍棋·바둑)협회 주석을 만났다. 왕 주석은 현재 류쓰밍(劉思明·60) 중국기원 원장과 함께 중국 바둑의 최고결정권자로 꼽힌다. 솔직한 인물로도 정평이 있다. 그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도 머뭇거리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 구리 9단의 10번기 4국 승리를 축하한다.

 “2대2로 겨우 따라잡았다. 기쁘지만 이제부터다.”

 - 중국 바둑의 성장은 어디에 힘입은 건가.

 “문제의 초점을 ‘기반(基盤)’에 모으면 국가의 계획에 힘입은 바 크다. 그리고 오랜 기간 천쭈더(陳祖德) 이후 여러 중국기원 원장들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그는 ‘기반’이란 용어를 먼저 꺼내 보였다. 1층 없이 2층은 없다. 멀리 내다보는 대륙적인 기풍이 엿보였다.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 잡히면 개혁은 어렵다. 실제로 중국은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6차 5년 계획(1981~85)’ 속에 이미 바둑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었다. 30년이 흘렀다.

 - 사회주의 국가 기조와 시장경제가 함께 어우러진 데서 오는 힘인가.

 “국가 계획을 따르면 발전이 느린 점은 있다. 대신 기초를 탄탄히 할 수 있다. 개방 이후 사회의 지지가 더해져 오늘이 있다.”

 - 중국기원의 주요 특징이라면.

 “기사들은 나이 60이 넘으면 퇴직이 정해져 있고, 그 이후엔 기원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일관된 계획의 실천은 중요한데, 전임 원장(퇴임 후 위기협회 주석을 맡는다)과 현직(중국기원 원장)이 일을 함께해 나가는 관행은 그 때문이다. 나 자신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사회의 요구를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 현재 한국은 정체된 상태다. 한국의 문제점은.

 “발전할 때는 고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잘 안 보인다. 어려울 때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일도 많이 터진다. 바둑의 발전은 역사적으로 성쇠가 있었다. 30년 전 일본이, 10년 전 한국이 이렇게 변화할 줄 아무도 몰랐었다.”

 지난해만 해도 중국은 겸손을 잃지 않았다. 아직 한국을 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나 오늘은 자부심이 뚜렷했다. 오만은 아니었다.

 - 중국은 덤이 ‘7집 반’이다(한국과 일본은 6집 반). 어떤 효과가 있나.

 “흑은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수법이 변한다. 수법이 변하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왕 주석은 바둑과 심리의 관계를 꿰고 있었다. 바둑과 사회의 연계에 대해서는 어떤 안목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 보급은 바둑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세계화와 구별된다. 중국은 앞으로 바둑을 어떻게 보급할 생각인가.

 “보급의 정의에 동감한다. 중국은 지난 20~30년간 바둑을 체육으로 보고 경기력 향상에 주력했다. 이제는 문화현상, 특히 교육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문화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으면 기술은 발전할지 몰라도 바둑은 곧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기원은 산하에 ‘바둑문화위원회’(가칭)를 만들 계획이다. 당신도 초청하겠다.”

 그동안 한국에선 중국이 바둑을 체육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왕 주석은 바둑의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최근 중국엔 어린이 바둑교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좋은 교실이 있다면 자동차로 다섯 시간을 달려 한 시간만 배우고 간다 하더라도 부모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두뇌 개발에 좋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 대만기원과는 어떻게 지내나.

 “정치적 색채를 가장 적게 띠는 것이 바둑이다. 중국 을조리그에 대만팀이 참가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이세돌·구리 10번기’에 5년 전부터 큰 힘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중국은 왜 일본의 색채를 중시하고 있나. ‘십번기(十番棋)’는 일본이 썼다. 중국의 예를 보면 청(淸)나라 국수 황룡사(黃龍士)와 서성우(徐星友)의 대결을 ‘혈루편(血淚篇) 10국(局)’이라 불렀다.

 “‘번기’를 쓴 이유는 20세기 최고의 기사 우칭위안(吳淸源·1914~) 선생을 기억해 바둑을 널리 보급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칭위안은 1939년부터 56년까지 ‘10번기’ 대결에서 일본의 일류기사를 모두 항복시킨 인물이다. 일본 바둑 성장엔 중국이 배경으로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구리 9단은 중국 바둑의 상징적인 존재다. 랭킹으로는 3위지만 다른 기사들과는 격이 다른 대접을 받는다. 이세돌도 구리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중국 바둑의 남은 숙제는 확고한 개인전 우승이다. 세계 제일로 인정했던 이세돌만 이기면 중국은 지난 시대의 수치를 넘어설 수 있다. 2500년 바둑 역사에서 발상지였던 중국이 다시금 바둑의 종주국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문용직 객원기자

◆왕루난=1946년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출생. 전국개인전 준우승(1975) 이후 전문기사 8단에 올랐다. 중국기원 원장(2003~2006)을 거쳐 현재 중국위기협회 주석(2006~)으로 있다.

▶ [바둑] 기사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