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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관피아에 '재취업 면죄부' 준 공직자윤리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폐단이 속속 드러나면서 척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관피아를 완전히 추방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치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 ‘관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가 관피아 개혁을 외쳤으나 성과가 보잘것없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관료들은 이번에도 뒤에서 웃고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관료의 보신(保身) 노력은 본능적이고 필사적이다. 총리에 이어 장관 몇 명 교체한다고 바뀔 관피아가 아니다.

 결국은 제도와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관피아를 깨자’는 중앙일보 시리즈 보도에서 적잖은 개혁의 단서가 제시됐다.

 예컨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김희옥 위원장)의 퇴직 관료 재취업 심사 제도만 개선해도 관피아의 적폐를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는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의 대안을 귀담아 들어보자. 현행 심사 제도는 재취업을 허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문제다. 2011∼2013년 872명의 퇴직 관료가 재취업 심사를 신청해 58명만 탈락했다. 통과율이 93%나 된다. 이 때문에 공직자윤리위가 퇴직 관료에게 ‘재취업 면죄부(免罪符)’를 발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 교수는 “재취업 금지를 전제로 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신 극히 예외적으로 재취업을 허용하더라도 안전사고 등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을 저지르면 천문학적인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자는 제안이다. 퇴직 전 근무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안전 관리·감독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원천차단하자는 것이다. 미국 정부와 유사한 방식이라는데, 제도 개혁 과정에서 검토해보자.

 관피아의 재취업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또 있다. 전직 국회의원과 보좌관·비서관 출신을 묶은 ‘여피아(여의도정치인+마피아)’다. 이들의 정부 산하 기관 낙하산 재취업은 국회윤리위에서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부의 한 간부는 “대선 캠프 공신이라고 무더기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나쁜 관행을 없애야 한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법피아(법조+마피아)’도 문제다. 판사와 검사가 억대의 연봉을 받고 로펌으로 옮길 경우 지금은 차관급(고법 부장판사·검사장) 이상만 재취업 심사를 받는다. 최근 안전행정부가 1급 이상으로 심사 대상을 확대하자고 협조 요청을 했으나 대법원·법무부·대검찰청은 한목소리로 묵살해버렸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이 합세해 집단 기득권을 사수한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켜내려면 관피아는 물론 여피아·법피아와의 싸움을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해야 하는 이유다.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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