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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세먼지, 한·중·일 협력이 필수

강찬수
논설위원 겸 환경전문기자
“뱀에 물린 장사가 팔뚝을 잘라내는 심정처럼 비장한 각오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대구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리간제(李干杰) 중국 환경보호부 부부장(차관)이 본회의와 기자회견에서 거듭 강조한 말이다. 중국발(發)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가 한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그는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에 주력했다.

 사실 3국 환경장관회의는 1999년부터 매년 열렸지만 올해만큼 주목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동북아의 환경 재앙인 미세먼지 오염 문제가 핵심 의제였기 때문이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도 증가시킨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의 바깥 공기는 디젤자동차 엔진을 가동시킨 차고 안이나 담배 연기 자욱한 흡연실의 탁한 공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해 초부터 서울 등 한반도의 미세먼지 오염이 부쩍 심해졌다. 지난해 서울시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는 6년 만에 악화됐다. 올 들어 4월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오염도 역시 ㎥당 59㎍(마이크로그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보다 악화됐다. 2004년부터 10년간 수도권 대기 질(質) 개선을 위해 투자를 계속해왔는데도 오히려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세먼지는 국경을 모른다. 중국 미세먼지는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온다. 우리 환경부는 민간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 스모그에 미치는 영향이 30~50%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 미세먼지와 무관하게 서울에서만 스모그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오염도의 80~90%를 차지할 때도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의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환경성 장관도 “일본 서부지역은 초미세먼지(PM-2.5) 기준을 초과하고 있고, 많은 학자는 중국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석탄의 절반을 소비하고 있고 스모그로 인한 중국 국민의 건강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도 예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기오염 예방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까지 1조7000억 위안(약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환경보호법 수정안을 채택했다. 환경보호가 국가의 기본 정책임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리 부부장이 “중국 대기오염 문제가 장기적으로 누적된 문제이고 대책에도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할 정도로 하루아침에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조금씩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세계의 굴뚝’인 중국 바로 옆에 위치한 한국은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이번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번 회의에서 세 나라는 미세먼지 등 대기 질 개선을 향후 5년간 추진할 9개 협력 분야의 으뜸 주제로 정했다. 우선협력 분야의 실천을 위한 공동행동계획도 내년 회의 때 확정하기로 했다. 또 지난 3월 첫 회의를 한 ‘대기 분야 정책대화’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우리 환경부는 중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대기오염 물질 관측 데이터 공유, 대기오염 예보 모델 공동 연구, 과학기술 인력 교류 등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어떤 기상조건에서,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는지 파악하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도 인정하는 오염물질의 발생·이동 데이터 확보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래서 중국에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할 것인지, 우리 자체의 오염을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을 추진해야 할지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은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지 않으면 그 어떤 노력도 의미가 없다. 한국과 일본은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중국이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고 꾸준히 이행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와 기술을 교환하고 인적 교류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기업·전문가 차원까지 교류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온 우리의 정책 경험도 공유해야 한다.

 이번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세 나라 모두가 겪는 환경 재앙이란 점에 인식을 공유한 것처럼 동병상련(同病相憐)하는 열린 자세로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3국의 협력이 막 아기 걸음마 수준으로 시작됐지만 의지가 강한 만큼 얼마나 결실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강찬수 논설위원 겸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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