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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잊지 말아야 할 안행부의 민낯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세월호 사고는 가급적 언급 안 하려고 했다. 너무 참담하고 아파서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지금 해경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사고 초기 대응이 너무 허술한 탓이다. 신고 접수와 사고 전파에서 구조까지 어느 것 하나 잘한 게 없어 보인다. 해양수산부도 주무 부처로서 적지 않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고 희생자나 실종자 가족이 아닌 일반 국민이 봐도 분통 터지는 장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서 꼭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안전행정부가 보여준 민낯이다. 모든 비판과 질타가 청와대, 해경, 해수부를 향하는 사이 안행부는 살짝 비켜나 있는 형국이다. 시간이 흐르면 점차 기억에서 잊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고 초기 안행부가 보여준 모습은 잊기엔 너무 실망스러웠다. 안행부가 꾸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당초 368명이라던 구조자 숫자가 두 시간여 만에 절반도 안 되는 164명으로 정정됐다. 대부분 구조되겠구나 하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부실한 상황 장악력이 빚어낸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탑승 인원 집계도 오락가락했다. 결국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범정부대책본부가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안행부는 해경이나 해수부가 보내주는 해명 자료를 대신 나눠주는 ‘배달부’ 역할만 맡았다. 여기까지는 익히 다 아는 얘기다.

그 뒤부터 안행부가 보인 모습은 더 어이가 없다. 안행부는 대 언론 창구를 대변인실로 통일했다. 해당 과에 전화를 하면 “대변인실을 통해서 연락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대변인실에 취재 협조를 요청하면 “안 된다” “어렵다”는 회신뿐이다. 취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거북이’를 떠올렸다고 하면 너무 과한 비유일까.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머리와 다리를 딱딱한 껍질 속에 넣고는 숨어버리는 거북이 말이다. 그야말로 복지부동이다.

 다 비슷할 텐데 왜 유독 안행부만 더 문제 삼느냐 물을 수도 있다. 너무 힘센 ‘갑 중의 갑’이기 때문이다. 안행부는 정부 조직과 정원을 관장한다. 어떤 부처든 새로 조직을 만들고 인원을 늘리고 싶으면 안행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지자체들도 교부세 등 각종 지원금을 안행부가 쥐고 있어 눈치를 봐야 한다. 공무원이 공무원에게 접대받는 몇 안 되는 부처 중 하나로 불리는 게 안행부다.

 이런 부처일수록 잠시 소나기를 피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갑 행세를 하기 일쑤다. 권한에는 능력과 책임이 동반돼야 한다. 능력과 책임 없는 권한은 지극히 위험하고 불안하다. 남 탓하기 전에 언론 너희나 잘하란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안행부를 문제 삼은 이유다. 힘센 부처답게 안행부는 능력을 갖추고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안행부를 꼭 지켜봐야 한다. 세월호 당시 안행부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그래야 국민이 편해진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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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