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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관피아를 어떻게 깰 것인가

이정재
논설위원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급기야 관피아(관료+마피아)란 말까지 언론에 등장했을 때, 그 말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서 “관피아의 적폐를 근절하겠다”고 했을 때 내게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올 것이 왔다”였고 다른 하나는 “이번엔 과연 될까”란 의구심이었다. 대통령이 TV에 나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해결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아니 되레 커져 갔다.

 각오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 관료 개혁은 안 되는 쪽이다. 왜 그런가. 100만 공무원과 척지는 일이다. 말 그대로 적폐(積弊), 40년 넘게 쌓여온 관료와 이익집단의 카르텔을 깨는 일이다. 카르텔의 뿌리는 깊고 넓고 단단하다. 원조인 모피아(재무부+금융)부터 국피아(국토교통부+건설업), 교피아(교육부+학계), 산피아(산업통산자원부+산업계) 해피아(해양수산부+해운업계)까지…. 조금 과장하면 나라 전체와 싸워야 한다. 5년 단임 정권이 해내긴 벅찬 과제다. 상품으로 치면 인기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최악의 상품이다. 지난 정권들이 괜히 ‘개혁’을 입에 달고 살면서 구업(口業)만 잔뜩 쌓았겠는가.

 그럼 개혁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국민적 지지와 요구가 따르면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기회는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다. 재벌과 관료가 환란 주범으로 지목됐고, 나라 안팎에서 개혁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관료 대신 재벌 개혁을 택했다. 개혁의 칼자루를 되레 개혁 대상인 관료에게 쥐여줬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을 지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대표는 이를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는 “전문가란 이유로 경제 관료에게 경제 부처를 맡긴 게 패착이었다. 집권 초가 지나자 관료들의 저항에 막혀 국가 개혁은 한걸음도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 정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권 초 잠깐 의욕을 보이는 데 그쳤다. 사실을 말하자면 기회도 의지도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결자해지, 전·현직 관료들에게 물었다. 답은 비슷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공무원만 모른다. 그걸 깨닫게 해줘야 바뀐다.’ 기획재정부의 A는 공무원 연금을 예로 들었다.

 “50여 년 전 만들어질 땐 연 10~20%의 고금리 시절이었다. 연금 다 받아도 지금 돈 1억원 가치밖에 안 됐다. 부러움의 대상이 못됐다. 은행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지금은 어떤가. 10억원 가치가 있다.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연금 개혁을 안 하겠다고 버티면 어쩌나. 돌아오는 건 국민의 분노다.”

 유관기관·협회로의 낙하산도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까지는 큰 문제가 안 됐다. 퇴직 공무원은 적고 자리는 넘쳤다. 국민의 눈초리도 그리 따갑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고령화와 저성장의 충격이 온 나라를 덮쳤다. 사오정·삼팔선으로 내몰린 국민 눈에 관피아의 3·3·3(퇴직 후 산하기관장 3년, 유관기관장 3년, 유관협회장 3년씩 낙하산을 타는 것)은 질시를 넘어 증오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무조건 죄고 때리는 건 상책이 아니다. 퇴로는 열어주고 때려야 한다. 관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50대 초반이면 후배들에 떠밀려 ‘용퇴’해야 한다. “1급은 1년만”이 관행처럼 된 지 오래다. 정권 말이면 국장들이 승진 안 하려고 버티기도 한다. 떠미는 후배와 떠밀린 선배가 합심해서 뭘 찾아냈겠나. 그게 바로 유관기관·협회 낙하산이다.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 낙하산은 전면 금지하되, 후배 밑에서도 일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꾸고 임금피크제를 들여와 고령화의 충격을 덜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개혁이 된다.

 세월호는 가라앉았지만 그 처절한 분노와 슬픔의 부력은 다른 많은 것을 물 위로 띄워 올렸다. 그중 하나가 관료 개혁이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꽃 같은 목숨 300명과 바꾼 기회마저 놓쳐서야 이 나라에 미래가 있겠는가.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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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