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천안시, 급경사 부지 사놓고 4년 끌다 '없던 일로' … 세금 5억 낭비

이병용 동우아파트 입주자대표(왼쪽)와 입주민들이 천안시가 매입한 아파트 주차장 부지를 가리키며 시의 탁상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면수가 부족해 차가 인도에까지 올라와 어지럽게 주차돼 있는 모습. [채원상 기자]

천안시가 탁상행정으로 세금 수억원을 낭비하게 됐다. 아파트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산 땅이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아파트 주차장 조성사업 계획을 4년 만에 포기했다. 그동안 아파트 주민들이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불구하고 시는 외면해 왔다.

천안시 목천읍 신계리에 있는 목천동우아파트는 1922가구의 대규모 단지다. 1998년 입주 당시 차량 81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지만 694대의 주차 면적만 갖췄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매일 퇴근 시간이면 주차전쟁을 치른다. 한 곳뿐인 아파트단지 진·출입로도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단지 안 무질서한 주차로 인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고 주민들은 우려한다.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천안시는 아파트 주차장 조성을 약속했다. 시가 목천읍 응원리에 위생매립장을 조성하면서 ‘폐기물 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립장 반경 2㎞ 안에 있는 목천동우아파트에 주차장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는 2010년 6월 5억2500만원을 들여 아파트 옆 임야 7000㎡를 매입해 432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키로 했다.

 시가 사들인 땅은 아파트 단지에서 20m 이상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 지역에 있는 데다 지반을 지탱하기 위해 둘러싼 옹벽 2곳의 아래에 있어 주차장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차장을 조성하더라도 주차 면수가 시 계획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주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는 2011년 주차장 부지 770㎡ 추가 매입비 1억원과 토목공사비 6억9000만원 등 총 7억9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같은 해 11월 주차장 조성을 위한 설계용역을 발주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이 곧바로 주차장 위치 부적절, 주차 면수 축소, 주차장 운영 및 관리 문제를 내세워 민원을 제기하자 천안시의회와 시 관계자가 현장조사를 나와 주민들 의견에 공감했다. 같은 달 설계용역은 중단됐다.

 그러나 천안시는 지난해 2월 설계용역을 재개했다. 설계용역 결과 주민들의 우려가 사실로 나타났다. 432대를 주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의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주차 면수가 시 계획의 10%도 안 되는 34대에 그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파트단지와 주차장 진입로를 연결하는 기술적인 문제로 공사비가 6억9000만원에서 8억1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사를 고려해 타워형 주차장으로 설계를 변경할 경우 추정 공사비는 21억원에 달했다. 이마저도 주차 면수는 185대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목천동우아파트 주차장 조성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사전 타당성 검토가 부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해서 시 재정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는 4년 만에 주차장 조성사업을 백지화했다. 이후 시는 주차장 조성을 대체할 만한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시의 무책임한 행정이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주차장 부지 매입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 행정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병용 동우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면서 누가 봐도 주차장을 만들기에 부적절한 땅을 5억원 넘게 들여 사놓고 4년이 지나 아무런 진전 없이 포기한 건 시의 미숙한 행정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차장 위치도 문제지만 당초 계획한 1만㎡나, 실제로 산 7000㎡나 부지 매입 비용으로 똑같이 예산을 5억2500만원으로 책정했으며 공시지가보다 4.75배 더 주고 산 것을 보면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매입한 부지가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같은 임야이더라도 보존산지는 개발하기 어렵고 계획관리지역의 경우 주차장으로 지목 변경이 가능하다. 시는 토지 매입 면적·가격 관련 주민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공시지가가 아닌 감정가로 사는 것이 타당하고, 면적은 1만500㎡짜리 한 개 필지 중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7000㎡만 분할 매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설계용역 결과 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와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일 구성된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의해 다른 지원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