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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불빛, 뻥 뚫린 공간 … 진도체육관 불면 고통

세월호 침몰 사고 14일째인 29일 진도 실내체육관에 실종자 가족들이 앉아 있다. 아래 사진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후 이와테현 오쓰치 고교 체육관에 만들어진 이재민 피난소.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종이관과 천으로 가림막을 설치해 피해자 가족별로 사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김성룡 기자], [중앙포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천장의 대형 조명이 발산하는 빛은 수면을 방해한다. 가족들은 체육관 바닥에 고무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생활한다. 딱딱한 데서 쪽잠을 자다 보니 목·허리에 통증이 온다. 제대로 쉴 수 없다 보니 체력이 고갈돼 탈진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실종자 가족 14일째 쪽잠
샤워장 두 곳, 화장실도 불결
칸막이 설치 합의 안돼 지연
전문가들 "사적 공간 꼭 필요"

 칸막이가 없다 보니 가족들의 일상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체육관 관중석에서 방송 카메라 4~5대가 늘 가족들을 찍고 있다. 실종자 가족 이모(45·여)씨는 “가뜩이나 마음이 심란한데 사람들이 우리 모습을 유심히 보면서 지나갈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불 하나로 경계를 나누긴 했지만 작은 대화 소리까지 다 들린다. 팽목항으로 자식을 찾아나서는 부모의 통곡 소리, 대책본부에 항의하는 목소리, 아이 울음, 손자를 기다리는 노인의 한숨, 전화벨 등 별의별 소리에 노출돼 있다.



 실종자 가족의 거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김영훈 인제대 교수)는 29일 “실종자 가족이 쉴 수 있는 사적인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학회는 “지금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탈진과 신체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며 “인근 숙박시설을 이용하게 지원하고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 휴식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완 전남대 정신과 교수는 “실종자 가족들이 아픔을 함께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뜻은 존중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선 사적인 공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은 공동생활 공간에 개인별 재난구호용 텐트를 지원했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도 “정상적인 수면을 취할 수 없는 데다 사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든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가족들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22일 칸막이 설치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이뤄지진 않았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박승기 대변인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설치를 추진했지만 가족 전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며 “가족이 희망할 경우 인근 청소년수련원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체육관의 한정된 시설도 문제다. 한 실종자 가족은 “샤워장이 두 곳밖에 없어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시간대를 찾아 씻고 있고, 체육관 외부의 이동 화장실을 쓰는데 불결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국무총리는 29일 진도군청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세월호 구조·수색 관계기관 합동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열어 효율적인 구조·수색작업 방안 모색을 지시했다.



 ◆"유족 무관한 성금 모금 중단을”=세월호 침몰 14일째인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있던 임시합동분향소는 문을 닫았다. 학생 155명, 교사 4명, 일반인 3명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추모 인파가 몰리며 100여m 이상의 줄이 이어졌다.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사는 안산시 선부동 주민 이모(54)씨는 “지난주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 앞까지 갔다가 눈물이 쏟아져 들어가지 못하다 이제야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최승도(82)씨는 타고 온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다리를 절뚝거리며 헌화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너무 안타까워 아내와 함께 왔다”며 “어른들이 너무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조창연(21)씨는 “안산에 와서 직접 분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왔다”며 “희생된 학생들이 좋은 세상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조돼 입원 치료를 받아 온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30일 전원 퇴원해 단체로 합동분향소를 찾는다.



 한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사과한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의 성금 모금은 유가족 의사와 무관하다. 동의하지 않는 성금 모금을 당장 중지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 대책, 선박 관계자·정부 관계기관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진도=권철암·최종권 기자, 이상화·김혜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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