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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누군가는 눈물을 닦아줘야 하기에 울음을 삼켰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보름째입니다. 생사를 모르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진도 팽목항엔 자주 비가 내렸습니다. 비, 비, 비, 비, 비…. 비정한 빗줄기는 구조작업을 더디게 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슬픔이라는 이름의 비(悲)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悲, 悲, 悲, 悲, 悲…. 하늘의 비는 그쳐도 마음의 비(悲)는 언제쯤 멎을까요. 청춘리포트는 세월호 참사 현장을 어루만지고 있는 청춘 세대를 만났습니다. 자원봉사자로, 구조대원으로, 의료진으로 밤낮을 잊은 채 참사 현장을 뛰어다니는 20~30대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마음의 비도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습니다.



청춘리포트 … 진도에서 만난 2030

치료 뿌리치는 실종자 가족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 더 걱정

김양현 고려대 의대 교수 (36)




김양현 교수 [사진=김상선 기자·프리랜서 오종찬]


“자식 생사도 모르는 처지에 무슨 염치로 나 살겠다고 치료를 받겠어요?”



 그는 말문이 턱 막혔다. 아직도 자식의 생사조차 모르는 실종자 가족들은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다. 그런데도 일부 가족은 의사의 진료를 완고하게 거부한다. “내 자식은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데 어떻게 내 몸부터 챙기느냐”며.



 고려대 의대 가정의학과 김양현(36) 교수는 지난 27일 급히 전남 진도로 내려왔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쳐 가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서다. 그는 진도체육관 내 진료소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갓 30대 중반의 젊은 의사에게 가족들은 호의적인 편이지만 그의 걱정은 깊어만 간다. 장기간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면서 가족들은 불면증·소화불량·두통 등을 호소한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는 가족들이 많다.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2교대 근무를 한다. 근무시간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가족들에게 치료를 권유하는 것으로 보낸다.



 “실종자 가족분들 심경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당뇨·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분들의 경우 경황이 없어 약을 가져오지 못한 분이 많은데, 필요한 약을 챙겨 드리고 있죠.”



  사실 더 큰 걱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다. 체육관에서 만나는 대다수 사람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 때문에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다. 그는 “가정의학 전문의 눈으로도 알아볼 수 없는 심적 고통이 실종자 가족들을 짓누르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심적 고통을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들 찾으러 온 어머니 팔 붙든 채, 참았던 울음 끝내 터졌습니다

김호석 경찰 기동대 경위 (31)




김호석 경위 [사진=김상선 기자·프리랜서 오종찬]


시신이라면 자주 봤던 그였다. 올해로 4년차 경찰관인 김호석(31·전남지방경찰청 1기동대) 경위는 강력팀에서 일할 때 수시로 시신을 목격했다. 범죄 현장에서 목격한 시신은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고작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한 어린 시신들을 보자마자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세 살 딸을 둔 아빠이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고통이 그대로 자신에게 건너오는 듯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당일(16일)부터 팽목항 주차장에서 교통 정리를 했다. 임시안치소와는 400m 이상 떨어진 곳이었지만 하루 종일 곡소리가 들려왔다. 간간이 눈물을 훔치면서도 끝내 울음소리는 내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 앞에선 다른 사람의 눈물조차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였다.



 시신이 팽목항으로 들어올 때, 어떤 가족은 얼굴을 확인하려고 시신을 덮은 흰 천을 열어보기도 했다. 제 자식으로 확인되면 부모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그도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자 가족들을 일으켜 세워야만 했다.



 한번은 50대 후반 아주머니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풀썩 쓰러지는 걸 봤다. 아주머니는 쓰러진 채 울부짖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이 집에 안 오더라고요. 주변에 물어보니 세월호에 탔다는 거예요. 경찰 양반, 우리 아들 좀 찾아줘요.”



 아주머니는 그의 팔을 꼭 붙들었다. 이번만큼은 그도 눈물을 누를 수 없었다. 어머니뻘인 그 아주머니를 순찰차에 태워 임시안치소로 가면서 그는 펑펑 울고 말았다. 통곡의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젊은 경찰관에게, 가장 힘든 일은 눈물을 참는 일이다.



삶의 희망 없이 달리는 구급차 … 그 무력감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윤화영 보성소방서 소방교 (35)




윤화영 소방교 [사진=김상선 기자·프리랜서 오종찬]


모성은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엄마라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통할 수 있는.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딸과 세 살 쌍둥이 아들·딸을 둔 엄마다. 지난 18일 처음 팽목항에 배치됐다. 그날, 그녀는 구급차에 처음으로 시신을 실었다. 신원미상의 여성이었다. 시신을 받아 든 순간 그녀는 직감했다. 아, 가냘픈 소녀구나. 단원고 여학생이구나. 모성을 지닌 엄마의 직감이었다. 성인이라고 하기엔 작은 체구의 여성 시신. 그녀는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억지로 눌렀다.



 전남 보성소방서 소방교 윤화영(35)씨는 팽목항에 인양돼 온 시신을 이송하는 일을 한다. 처음 배치된 18일엔 병원 이송까지 맡았지만, 팽목항에 임시 안치실이 생긴 뒤론 부둣가에서 안치실까지 시신을 옮기는 게 주 임무가 됐다.



 “평소엔 구급환자를 이송하면서 살리기 위해 노력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아예 세상을 떠난 어린 학생들을 태우게 되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무기력하고 가슴도 답답합니다.”



 그녀는 쓸쓸하게 말했다. 이 쓸쓸함은 그녀가 소방대원이기에 앞서 엄마이기 때문일 테다. 그녀는 “아이 가진 엄마로서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이 증오스럽다”고 말했다.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그녀의 큰딸은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며칠 뒤 봄소풍을 떠나기로 돼 있었다. 마침 학교에서 소풍을 취소해 그녀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녀는 지금껏 시신 3구를 제 손으로 옮겼다. 한 명은 성인 남성이었고, 나머지 둘은 여학생이었다. 학생들을 옮길 때마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 그녀는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그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묵묵히 옮겼다. 젊은 모성의 애틋한 손길로.



“뭐라도 드셔야죠” 말 건네지만, 숟가락 위 전복죽은 그대로 식어

박유빈 대학생 자원봉사자 (20)




박유빈 학생 [사진=김상선 기자·프리랜서 오종찬]


그 어머니는 오늘도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어머니, 그래도 뭐라도 좀 드셔야….”



 몇 번이나 다시 권했지만 소용 없었다. 숟가락 위에서 전복죽이 식어갔다. 아이 잃은 엄마의 심정이 오죽할까. 그녀는 숟가락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이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가 겪는 일이다. 자식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들에게 밥 한 술이라도 전해드리는 것. 그러나 그녀가 직접 음식을 가져가도 그걸 먹는 부모는 거의 없다.



 광주여대 경찰법학과 새내기인 박유빈(20)씨. 그녀는 지난 주말(26일) 이곳 팽목항에 왔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자”는 선배들의 제안을 따라서다. 그녀는 도대체 팽목항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팽목항에선 종일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시신이 들어오고 부모들은 엎어져 울었다. 그녀는 울음을 꾹 참아가며 적십자 밥차에서 배식 봉사를 했다. 끼니 때마다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등이 밥차 앞에 줄을 섰다. 힘은 들었지만 바닷속에 갇혀 있는 안산 단원고 동생들을 생각하면 도무지 힘든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밥을 먹으러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대기실 텐트로 식사를 직접 배달했다. 간혹 고맙다면서 겨우 한 숟갈 뜨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눈물만 흘리며 안 먹겠노라 고개를 저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프고 마른 얼굴은 그녀의 마음속에 아프게 새겨졌다. 주중엔 수업 때문에 잠시 팽목항을 비우지만, 그녀는 이번 주말에도 진도로 향할 것이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진도=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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