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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을 먹어치우다

유색인 비하 담긴 바나나 투척 … 아우베스, 의연한 대처 한 관중이 바나나를 던졌다. 다니 아우베스는 화내는 대신 맛있게 먹었다. 28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생긴 일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품위 있는 대응으로 인종 차별의 상징인 바나나가 거꾸로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아이콘이 됐다. [사진 유튜브·SNS 캡처]


‘인종차별 반대,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Say No to Racism, We are All Monkeys)’.



 29일(한국시간) 세계 각국 축구 스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릴레이로 ‘바나나 인증샷’을 올리며 쓴 글귀다. 전날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의 다니 아우베스(31·브라질)가 비야레알전에서 보여준 의연한 인종차별 대처가 도화선이 됐다.



브라질 대통령 “강하고 단호한 메시지”



 바르셀로나가 1-2로 뒤진 후반 30분, 코너킥을 하려던 아우베스를 향해 비야레알 팬이 바나나를 던졌다. 바나나 투척은 원숭이 울음소리와 더불어 유럽 축구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색인종 비하 행위다. 하지만 아우베스는 태연하게 바나나를 주워서 까먹었다. 바르셀로나는 3-2 역전승을 거뒀고, 아우베스는 날카로운 패스로 두 개의 자책골을 유도하는 공을 세웠다.



 경기 후 아우베스는 “인종차별 하는 바보 같은 행동은 비웃어줘야 한다. 스페인에서 뛴 지 11년이 됐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며 “누가 바나나를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 더 많은 크로스를 할 수 있게 내게 에너지를 줬다”고 말했다. 게리 리네커 영국 BBC 해설가는 “최고의 대처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 스타들은 SNS에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란 글귀를 공유하며 아우베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동참했다. 네이마르(22·브라질)는 바나나 인형을 든 아들과 찍은 사진과 함께 4개 국어로 ‘우리는 모두 원숭이’란 글을 남겼다. 오스카(23), 다비드 루이스(27), 윌리안(26·이상 브라질) 등도 동참했다. 세르히오 아게로(26·아르헨티나)는 여자축구 스타 마르타(27·브라질)와 함께 바나나를 먹는 사진과 ‘우리는 모두 똑같다(We are all equal)’라는 글을 올렸다. 2011년 파트리스 에브라(33·프랑스)에게 “검둥이”라고 욕했던 루이스 수아레스(27·우루과이)마저 이 행렬에 동참했다.



차범근엔 침 뱉고, 이청용엔 원숭이 소리



아우베스를 지지하는 의미로 바나나 사진을 SNS에 올린 쿠티뉴(브라질·왼쪽), 수아레스(우루과이) 네이마르(브라질)와 그의 아들 스페인 TV 진행자 마릴로 몬테로 아게로(아르헨티나)와 여자축구 스타마르타(브라질) 뎀벨레·샤들리(이상 벨기에) 바나나색 비키니를 입은 브라질 톱모델 리마. [사진 유튜브·SNS 캡처]


 아우베스의 행동은 축구 외 분야에서도 큰 공감을 얻었다. 지우마 호세프(67) 브라질 대통령은 SNS에 ‘아우베스가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에 가장 단호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적었다. 브라질 톱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는 노란색 비키니를 입은 사진과 함께 ‘오늘 의상은 내 형제 아우베스를 위한 것’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아우베스의 아버지 도밍구스 아우베스(64)는 “망고와 코코넛·멜론·수박 농사를 짓는데 바나나도 재배 목록에 넣겠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비야레알 구단은 “바나나 투척자를 잡아내 평생 홈구장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제프 블라터(78)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아우베스는 관용을 베풀었지만 바나나 투척은 분노할 만한 일이다. 월드컵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아량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축구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선수들은 잦은 인종차별로 상처를 받아왔다. 3년 연속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를 차지한 야야 투레(31·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원정에서 상대 서포터스로부터 원숭이 소리를 들었다. 투레는 “러시아가 인종차별을 잡지 못한다면 흑인 선수들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선수도 인종차별의 아픔을 겪었다. 차범근(61) SBS 해설위원은 1979년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 시절 애버딘(스코틀랜드)과의 경기 중 얼굴에 영국 선수가 뱉은 침을 맞았다. 안정환(38) MBC 해설위원도 이탈리아 페루자 시절 주장 마르코 마테라치(41·이탈리아)로부터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핀잔을 받았다. 영국에서 5시즌째 활약 중인 이청용(26·볼턴)도 “원숭이 울음소리 등 인종차별적 야유는 늘 듣는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토트넘 시절 ‘핑퐁(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이영표(37) KBS 해설위원은 “솔직히 말해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들이 잘못됐고, 그들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착각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말했다.



“흑인과 오지 마” NBA 구단주 퇴출 위기



 미국프로농구(NBA)도 인종차별로 몸살을 겪고 있다. LA클리퍼스 도널드 스털링(80) 구단주가 사석에서 여자친구에게 “너의 SNS에서 매직 존슨(흑인 농구스타) 사진을 지워라. 내 경기에는 흑인과 함께 오지마”라고 말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28일 골든스테이트와 8강 플레이오프 경기 전 항의의 뜻에서 구단 로고가 보이지 않게 트레이닝복을 뒤집어 입은 채 국가 연주를 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무식한 사람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할 때 우리는 거기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카맥스·버진 아메리카 등 11개 업체가 클리퍼스와의 후원계약을 중단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NBA 사무국과 선수들은 스털링 구단주 퇴출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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