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기차역은 추억 박물관 … 역장님의 이야기보따리

박희채 대구역장은 그 지역 역사에 상상력을 보태 아름다운 기차역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대구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 역장. [사진 대구역]


기차역은 만남과 이별의 공간이다. 벌써 100년을 넘긴 곳이 숱하다. 역마다 가슴 절절한 사연 한두 가지가 있을 법하다.

스토리텔링 입히는 박희채 대구역장
안동 '독립운동가 역무원의 사랑'
상주엔 '자전거 선수 엄복동'
향토사에 상상력 더해 재미있게



 최근 들어 ‘안동역에서’란 가요가 인기를 얻고 ‘대전부르스’가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코레일 박희채(58) 대구역장은 자신이 거쳐간 기차역에 그런 스토리텔링을 입혀 온 소설가다. 2010년부터 그가 만든 기차역 이야기는 인터넷을 타고 역사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는 안동역장으로 있으면서 두 편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어느 독립운동가 역무원의 사랑이야기’와 ‘안기찰방 김홍도’가 그것이다. 역무원 이야기는 안동역사에 서 있는 연리지 벚나무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벚나무 주변에는 신라시대 오층 전탑과 당간지주가 있다. 광복을 이태 앞두고 겨울밤 한 역무원이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한 처녀를 목격한다. 그는 플랫폼에 쓰러진 처녀를 역무실로 업고 와 정성스레 간호한 뒤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며칠 뒤 처녀는 고맙다며 역무원을 찾아왔고 그렇게 사랑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오층 전탑 주위를 거닐고 사랑을 약속하며 벚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얼마 뒤 일본 고등계 형사들이 갑자기 그 역무원을 쫓기 시작했다. 역무원은 비밀 독립운동단체의 단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한다.



 안동을 지나는 중앙선은 1941년 개통됐다. 박 역장은 “안동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사실과 연리지를 배경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창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을 전 국회의원은 이 이야기를 사실로 착각해 “널리 알려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안동에서 조선시대 역마를 관리하던 찰방직을 지낸 화가 김홍도 이야기도 역사에 상상력을 보탰다.



 점촌역장을 할 때는 ‘강아지 명예역장’ 이야기를 만들었다. 기차역을 찾는 아이들을 위해 강아지 명예역장을 둔 걸 두고 일본의 고양이 명예역장을 모방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 때였다. 그는 향토사를 넘기다가 곽재우 장군과 얽힌 문경새재 개 무덤과 서낭당을 발견했다. 그는 설화를 바탕으로 강아지 명예역장 이야기를 창작했다. 탤런트 최불암씨는 점촌역에서 그 이야기를 접하고 감동했다고 한다. 또 상주역장을 할 때는 자전거 선수 엄복동 이야기를 상주역과 연결지어 버무렸다. 눈꽃열차를 운행하는 봉화 승부역에는 사랑의 자물쇠 이야기를 만들었다. 때가 되면 대구역에도 애틋한 사연을 입힐 생각이다.



 박 역장은 “기차역은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추억의 박물관”이라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승객들이 한 번 더 기차와 기차역을 돌아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사연은 코레일 경북본부가 2010년 펴낸 『기차역 이야기』에 처음 실렸다. 코레일은 다시 전국에 철도 스토리텔링을 공모했고 이를 묶어 지난해 한 권의 책으로 발간했다. 올해로 32년째 철도에서 일하는 박 역장은 1994년께 대구일보 등 3개 지방지의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지난해는 고려 말 무관 김양검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동동』 두 권을 펴냈다.



대구=송의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