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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살자고 … 대지진 잔해가 말을 걸다

아오노 후미아키 작, ‘수리, 교체, 합체, 습격-바닥재로 커버한 좌식 테이블’. [사진 아라리오 갤러리]


자연은 가차 없었다. 없는 듯 있다가 내리칠 때는 무시무시했다. 2011월 3월 11일 동일본 지역을 휩쓸어버린 대지진과 쓰나미는 오만한 인류에게 자연이 보낸 경고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희생자 2만 명,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원전의 공포는 일본 열도를 오랫동안 회복될 수 없을 늪에 빠뜨렸다. 상처가 너무 커서 넋을 놓았던 일본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서로를 격려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설치미술가 아오노 후미아키
국내 첫 개인전 '쓰나미의 기억'



 설치미술가 아오노 후미아키(靑野文昭·46)는 예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지진 탓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삶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죽은 이들을 기억하기로 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미야기현 센다이에 작업장이 있었던 그는 지진 현장에 널려 있는 대재앙의 잔해들을 눈물로 끌어 모았다. 그 채집 과정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조각이나마 되살리는 일이었다. 부서지고 깨진 그 물건들은 그가 불어넣은 숨결로 예술작품이 되었다. 잔해의 환생이었다.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 ‘환생, 쓰나미의 기억’은 예술이 때로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난을 입은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물들은 말 없는 증인이다. 장판지·페트병·타일·전화기·구두 등을 하나하나 수습해 닦고 매만져 복원한 작품은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을 지닌다.



 가족이 방바닥에 둘러앉아 따스한 차를 나누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음직한 작은 탁자가 말을 걸어온다. 탁자는 낡은 장판지로 옷을 입었다. ‘수리, 교체, 합체, 습격-바닥재로 커버한 좌식 테이블’이다. 기억이 스며든 그 탁자 앞에서 관람객은 상념에 잠긴다. 저곳에 앉아있었을 사람들을 떠올린다. 찢어진 푸른 장판은 지진 최대 피해 지역인 미야코현 처갓집에서 작가가 수습해온 것이다. 1997년 결혼 승낙을 받고자 처가에 찾아갔을 때 앉았던 장판이다. “바닥만 남은 집이 품고 있는 역사를 탁자로 복원해 당시 기억을 잊지 말고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3년이 흐른 지금도 일본인 그 누구도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집단 상흔의 대명사다.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이를 주제로 삼은 이는 드문 형편이다. 지난 20여 년 여러 지역에 버려진 물품을 수집해 작업해 온 작가의 이력이 자연스레 연결돼 이런 작품이 나왔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 누군가 한국 작가 중에서 세월호를 영원히 우리 가슴에 각인할 예술작품을 구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환생, 쓰나미의 기억’은 하나의 전범으로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전시는 6월 1일까지. 02-541-5701.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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