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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유언비어는 불신을 먹고 자란다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세월호 침몰 이후 온갖 유언비어가 돌았다. 미군 잠수함과 부딪쳤다는 충돌설, 구조를 지연시키기 위해 구조함이 늑장 출동했다는 소문에 당국이 민간 잠수사들을 일부러 차단했다는 얘기까지 한때 돌았다. SNS에선 학생들이 선내에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돌며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국은 각종 유언비어에 대해 엄단을 선언했다.



 『유언비어의 사회학』(시미즈 이쿠타로 저)은 유언비어가 발생하는 조건으로 ‘굶주림’과 ‘부족한 정보’를 든다. ①사실을 알고 싶다는 굶주림이 있어야 하고 ②이 과정에서 무언가가 알려졌는데 모든 것은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관심을 받는 뭔가가 있는데 이를 완벽하게 설명해 주지 못하니 ‘빠진 부분’이 유언비어로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유언비어는 지식(정보)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만으론 도저히 수미일관한 보도로 만인을 만족시킬 수 없을 때 성립한다”는 얘기다. 『루머사회』(니콜라스 디폰조 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소문이 퍼지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으로, 정보의 부족에서 불확실성이 발생한다”고 봤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충격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정보의 불확실성이 지배했다. 모두 구조됐다길래 안도했는데 곧바로 아니라는 발표가 나왔다. 세월호 탑승자 숫자도 며칠간 오락가락했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참사가 벌어졌는데 당국의 발표로는 상황을 이해하기는커녕 혼란과 불안이 가중됐다. 이 공백을 유언비어가 스멀거리며 메운 게 된다. 유언비어엔 분노도 담겼다. 『루머사회』는 “사람들이 소문을 믿는 주된 이유는 소문을 받아들이고 싶은 심리적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은 자신의 적대감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기술했다. 세월호 초기 구조 작업과 이후 대응에서 드러난 관(官)의 비효율과 무능은 좌절감으로 이어졌고, 이 좌절감에 기생한 유언비어가 근거 없는 ‘카더라’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유언비어는 사악하다. 사회를 갉아먹는다. 4년 전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나타났듯 무슨 말을 하건 음모론으로 받아치는 ‘신앙 같은 불신’을 사회 밑바닥에 깔아 놓는다. 유언비어 앞에선 진실도 사라진다. “유언비어가 발생한 뒤 진실이 알려지면 유감스럽게도 진의의 태반은 상실된다.”(『유언비어의 사회학』)



 하지만 유언비어만큼이나 답답한 것은 유언비어를 만드는 조건이다. 탑승자 숫자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를 했던 안전행정부와 해경,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 등의 ‘관료 낙하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장소에서 장관 의전에 나서고 사진을 찍는 관료들. 불신을 자초한 관료 사회가 먼저 개조되지 않는 한 유언비어가 기생하는 토양을 걷어내기가 쉽지 않다. 정말 두려운 사회는 유언비어 자체보다 유언비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회다.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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