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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카프카 소설 같은 하루

오늘도 우리 집 아침은 부산하다. 큰아이가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자 둘째도 덩달아 수선을 떤다.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는 아내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일찍 좀 서두르지!” 소리를 질러도 아내도 아이들도 시간에 쫓겨 대꾸가 없다. 허구한 날 되풀이되는, 요란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아침 풍경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달라졌다. 문득 이 아침이 낯설다. 까르르 웃으며 뛰쳐나가는 아이들 뒤로 싸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파트 정문에서 길 하나 건너 학교에 가는 길인데 왠지 모를 불안이 스멀스멀 뒷목을 타고 올라온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문이 닫히자 정체 모를 기운에 다시 휘감긴다. 엘리베이터가 덜컹 소리를 내고 멈춰 설 것 같다. 평소엔 거들떠도 안 봤던 비상벨에 손을 갖다 댄다. 밀폐된 공간에 나 혼자 있다. 흠칫 놀란다. 불현듯 숨이 가빠진다.



 차를 몰고 집을 나선다. 뒤차가 거슬린다. 너무 가깝다. 백미러로 힐끗 보니 뒤차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 같다. 속력을 낸다. 뒤차가 안 보일 때까지 도망치듯이 달린다. 겨우 안심이 된다.



 한남대교에 들어선다. 기분이 이상하다. 다리가 흔들리는 게 분명하다. 얼른 건너가야 하는데 오늘은 차가 유난히 많다. 아직도 나는 한강 위에 떠 있다. 채 2분도 안 되는 시간이 마냥 늘어진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 2주일이 지났다. 사고 뒤에 가족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이 보도는 그러나 사건이 초래한 가장 큰 폐해를 왜곡하고 있다. 세월호와 함께 우리의 일상도 침몰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이, 내팽개친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살아남은 우리가 피붙이만 끌어안는 건 집 밖에서는 이제 믿을 구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배를 타고 제일 예쁘다는 섬을 친구들이랑 가는 길이었다. 뭍에서 겨우 3㎞ 떨어진 바다였다. 그러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카프카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그로테스크한 상황이 어느 날 불쑥 내 집 안방에 쳐들어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리네 일상은 너무 허약한 것이었다. 이 얄팍한 일상마저 무너지면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어 애써 아닌 척하며 살았을 뿐이었다. 아내가 자꾸 아이들을 껴안고 볼을 비빈다. 나는 TV 뉴스를 끄고 가스를 점검한다. 내 위태위태한 하루를 간신히 지킨다.



손민호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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