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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다시 도심으로 … 여의도 떠나는 증권·운용사

#1 대신증권은 지난주 서울 명동 옛 중앙극장터에서 새 사옥 기공식을 했다. 2017년 24층 규모의 금융센터가 완공되면 여의도의 증권·운용사가 옮겨올 예정이다. 당초 명동에 있던 본사가 여의도로 간 것이 1985년이니 ‘30년 만의 귀환’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에 본사를 두지 않은 주요 증권사는 삼성증권·동양증권·미래에셋증권에 이어 네 곳이 된다.



2008 금융위기 이후 새 트렌드
기관투자가 몰린 명동·을지로 선호
대신·미래에셋증권 사옥 옮겨
여의도 사무실은 10곳 중 1곳 비어

 #2 여의도 미래에셋빌딩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199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입한 이후 증권사 설립, 생명보험사 인수를 거치며 ‘성공신화’의 산실이 됐던 건물이다. 운용사와 증권사는 2011년 을지로의 센터원 빌딩으로 이전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현 소유주인 미래에셋생명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좀 커서 이를 줄이기 위해 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2011년 여의도에서 중구 태평로로 본사를 옮겼다. 지난해에는 메리츠자산운용이 여의도를 떠나 종로구 계동 북촌 한옥마을로 들어갔다.



70년대부터 만들어진 자본시장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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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자본시장의 메카’ 여의도를 떠나는 증권사와 운용사가 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른바 ‘여의도식 증권 비즈니스’의 쇠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력 투자자가 개인에서 기관으로 바뀌고, 투자방식도 정보와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단기 투자에서 장기·가치 투자로 옮겨가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는 얘기다.



 여의도에 증권타운이 조성된 건 1979년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명동에서 옮겨오면서부터다. 80년대 중반 대신·대우·럭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등 18개 증권사 본사가 거래소 뒤편에 1차로 터를 잡았다. 90년대 들어 한국·대한·국민 등 3대 투신사와 서울(현 유진투자증권)·제일(현 한화증권)·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의 고층빌딩이 여의도 광장변에 늘어서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그 사이 코스피 지수가 1000(1989년), 2000(2007년) 포인트를 차례로 넘어서며 자본시장은 급팽창했다. 주식 투자자와 거래량은 계속 늘고, 펀드가 대중화되면서 여의도 증권사의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돈과 정보·인프라 3박자가 갖춰지며 여의도가 명실상부한 ‘투자 1번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여의도의 모습을 다시 바꿔놓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주식거래에 따라붙는 수수료 수입은 급전직하로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62곳 증권사 중 28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구조조정도 상시화하고 있다. 2011년 1856개에 달했던 증권사 지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34개로 축소됐고, 증권사 직원은 4만4055명에서 4만241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도 증권사들은 희망퇴직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증권사보다는 형편이 낫다지만 운용사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펀드 환매가 지속되면서 2008년 말 120조원에 육박했던 주식형 펀드 잔고는 현재 55조원대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돈과 사람과 정보가 몰리던 여의도에는 어느덧 빈 사무실이 급증하고 있다.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올 1분기 말을 기준으로 여의도권 오피스 공실률은 11.1%로, 종로·중구의 도심권과 강남권(6.7%)을 크게 웃돈다. 증권업 불황은 갈수록 깊어지는데 여건이 좋던 시절 신축에 들어간 빌딩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단기 위주 영업의 쇠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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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식 비즈니스’의 쇠퇴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저성장과 주식시장의 부진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업의 취약한 구조도 한몫했다. 국내 증권사 수는 1993년 32곳에서 현재 62곳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수는 많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별 차이가 없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10대 증권사는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다. 나머지 증권사도 45%에 달한다. 그러니 매물로 내놔도 시장 내에서 인수합병(M&A)이 잘 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대형사나 중소형사나 어차피 돈 버는 방식이 같은데 합쳐봐야 얻는 건 없고 사람만 늘리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고만고만한 회사들이 수수료 수입에만 매달려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6000억원가량으로 골드먼삭스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성용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이달 초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이를 언급하며 “모든 증권사가 장(場)이 좋을 때 수수료로 큰 수익을 내고 불황 때는 쌓아둔 수익으로 버티는 전략을 써왔다”면서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탈(脫)여의도’는 이런 획일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요즘 돈을 들고 있는 건 개인이 아니라 기관과 기업”이라면서 “이들이 밀집한 도심에서 영업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세 곳을 인수한 데 이어 올 들어 우리F&I도 사들여 부실채권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증권의 투자은행(IB)부문과 연계해 부실채권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본사 이전도 금융계열사를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방식도 서서히 기존 ‘여의도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는 “유동성과 추세에 의존하는 단기 투자, 즉 ‘여의도식 투자법’에 물들지 않기 위해 여의도를 떠났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의 강점으로 언급돼 온 동종업계 네트워크,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정보와 잦은 매매가 큰 미덕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이달 초 강남에서 판교로 본사를 옮긴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도 “시세에 함몰되고 분위기와 루머에 휘둘리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서 “펀드의 트렌드가 장기·가치 투자로 변하면서 운용사가 굳이 여의도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신뢰 회복 위해 수익률과 성과급 연동도



 증권사들도 떠나는 개인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객의 수익률보다는 당장의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잦은 매매에 매달려 온 게 그간의 증권사 영업방식이었다.



주가가 오를 땐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수년간 주가가 횡보하면서 잦은 매매로 갉아먹은 수익률이 눈에 크게 들어오기 시작했고 증권사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를 부추기는 성과급제도가 당장 수술대 위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이달부터 고객 수익률을 직원 성과급과 연동시키는 새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판매실적이 좋은 직원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준 직원이 더 좋은 평가를 받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아예 지점 직원들의 개인 성과급을 없앴다. 대신 팀별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또 고객의 자산을 지나치게 자주 매매할 경우 좋은 실적을 올리더라도 성과에서 빼도록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 이후 고객의 수익률을 영업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정책도 금융투자회사들이 획일적인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전문화와 대형화로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산정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NCR 비율이 크게 높아져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은행(IB)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의 IB업무와 함께 비중이 커지는 기관투자가들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가진 회사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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