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교과서 읽고 수업 집중 … 기본에 충실한 전교 1등

김군은 책상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다. 문제집과 노트 등을 한권씩만 펼치고 공부하다 궁금한 건 교과서를 찾아 확인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책상위 교재  ●수학: 쎈(신사고), 블랙라벨 수1(진학사), 자이스토리(수경출판사), 수능특강 수1(EBS) ●국어: 수능특강(EBS), 한권에 잡히는 현대시(블랙박스), 한권에 잡히는 고전문학(블랙박스), 수능완성 2013(EBS) ●영어: 자이스토리(수경출판사), 사설모의고사(씨뮬), 링크랭크 수능 영단어(블랙박스), 수능특강(EBS) ●사회탐구: 한국사 수능특강(EBS), 법과정치 수능특강(EBS)




[전교 1등의 책상] 서울 우신고 2학년 김현준군

“어떻게하죠. 특별한 공부법이 없는데…. “



 김현준(서울 우신고 2)군은 공부법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연신 머리만 긁적였다. 김군 말처럼 방은 평범했다. 특히 책상 위에는 과목당 문제집 서너 권에 교과서가 전부였다. 다만 정리정돈 잘된 말끔한 책상과 책꽂이가 여학생이 쓰는 공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고등학생은 대개 내신과 수능을 한꺼번에 준비하니 문제집을 여러 권 쌓아놓게 마련인데 노트도 별로 없이 단촐한 책상이었다. 하지만 교과서를 펼치니 전혀 달랐다. 가지런한 글씨로 수업 내용 전체를 옮겨적은 듯 빼곡한 메모가 들어차 있었다. 일주일에 두번 동네 수학 학원 다니는 게 전부인 김군의 1등 비결은 바로 이 교과서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하는 김군은 모든 교과서를 집에 놓고 다닌다.


김군은 학교 사물함엔 교과서를 한 권도 넣어두지 않는다. 전과목 교과서를 집에 두고 시간표에 맞춰 아침마다 챙겨간다. 가방이 무겁지만 교과서로 예·복습 하는 습관 때문에 학교에 놓고 다니지 않는다. 김군은 “노트 정리를 따로 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전부 교과서에 정리한 다음 반복해 읽는다”고 얘기했다. 문제집을 풀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나올 때도 답안지보다 교과서를 먼저 펼친다. 김군은 “답안지에는 문제에 대한 설명만 간략하게 나오지만, 교과서엔 관련 단원의 전체적인 내용과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내용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답안지보다 교과서를 봐야 더 쉽게 이해가 간다는 얘기다.



 이런 습관은 어릴 때 잡혔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도 한번 책을 잡으면 한두 시간은 꼼짝 않고 읽었다.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넘겨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책을 좋아하고 정독하는 습관이 교과서 공부법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군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역사 분야였다”며 “지금도 한국사 과목이 가장 자신있고 재미있다”고 얘기했다. 워낙 독서량이 많아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한두 줄 서술된 내용만 읽어도 뒷 배경이 줄줄 떠오른다”는 것이다. 인문계인 김군은 수능 모의고사에서도 한국사를 택했고, 계속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을 따기도 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정석이라는 건 다들 안다. 하지만 문제집이나 자습서를 보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 교과서를 꼼꼼하게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 자습서에 간단하게 핵심 정리된 내용을 외우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김군은 “교과서도 내용을 압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며 “교과서에서 생략된 내용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채워나가야 이해가 되는데, 자습서 핵심정리만 외워서는 일주일도 안돼 다 잊어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가장 자신없는 과목은 영어. 그래서 교과서에 수업 내용을 빼곡히 받아적고 반복해 읽는다.


 김군이 꼭 지키는 원칙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다. 아무리 컨디션이 나빠도 수업 시간엔 절대 졸지 않는다. 졸음을 참기 어려우면 교실 뒤로 나가 서서 수업을 듣는다. 김군이 학원도 안 다니고 인터넷 강의(인강)도 안 듣다보니, 교과 내용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건 학교 수업 시간뿐이다. “이때 놓치면 만회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필기를 많이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군은 “계속 손을 움직이며 적다보면 졸음도 쫓을 수 있고, 그냥 듣고 지나치는 것보다 이해도 잘 된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어떻게 성적을 올릴 수 있느냐”고 물을 때도 김군은 “수업 시간에 졸지 말고 필기 열심히 하라”고 답한다. “내신시험은 선생님 설명 안에 시험 문제와 답이 다 있다”며 “수업 시간에 졸고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는 건, 쉬운 길로 가로질러 가는 대신 힘든 길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얘기했다.



 인강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필요성을 못 느꼈단다. 자습 시간에 주로 복습을 하는 김군의 공부 습관 때문이다. 학교에서 안 배운 걸 예습하려면 인강의 도움을 받겠지만, 수업 시간에 들은 걸 복습하고 문제 풀이할 때는 인강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EBS 문제집을 풀 때도 인강은 생략하고, 혼자 문제 풀이를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은 교과서를 보며 보충한다.



 김군 스스로 꼽은 자신의 성적 관리 비결은 타고난 성격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금방 훌훌 털어버리는 편이다. 어머니 문인숙(44·서울 구로구)씨는 “어려서부터 한번도 욱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중1 때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겉으로만이 아니라 마음 속에 묻어두지도 않는다. 문씨는 “현준이는 마음에 걸린 일이 있으면 엄마나 친구에게 말하기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래 남자 애들은 말보다 손이 쉽게 나가기도 하고, 이야기하라고 하면 소리를 지르기도 하잖아요. 현준이는 워낙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설명하려고 해요” 



학원이나 과외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학생은 대체로 시간 관리에 엄격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도 단어를 외우거나 복습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김군은 예외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수다 떨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하루 공부 계획표를 짜는 일도 없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오전 10시가 넘어서 일어나,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고 오후 8시에야 본격적으로 공부한다. 이유가 있다. 문씨는 “현준이는 아토피 피부염에 비염도 심하다”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공부해도 피로가 많이 쌓일 것 같아서 되도록 자유 시간을 많이 준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김군의 건강 관리를 위해 밀가루나 고기는 되도록 식탁에 올리지 않고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짠다. 군것질 대신 먹을 수 있게 견과류와 구기자차도 아침마다 챙겨준다. 김군은 “라면이나 과자를 먹으면 비염이 훨씬 심해지고 집중도 안 되는데, 엄마가 음식 조절을 해줘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부 계획을 짜지 않는 건 “매일 일과가 똑같기 때문”이란다. 평소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그날 공부한 내용 전체를 복습하고, 시험 기간을 앞두면 영어와 수학 공부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는 늘 비슷하다. 주말엔 일주일간 배운 내용을 다시 훑어보고 미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만 반복하면 끝이다. 복습 위주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 있어 따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군은 가장 취약한 과목으로 영어를 꼽았다. 1학년 1학기 때 내신 70점대에, 모의고사는 80점대가 나왔다. 중학교 때까지 학원 안다니고 교과서만 갖고 공부해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문씨도 “주변에서 ‘이 상태로 그냥 두면 계속 떨어진다’며 ‘고액 과외 받으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사교육을 고민하던 문씨에게 김군은 “혼자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영어 공부도 정공법으로 했다. 단어장으로 어휘력부터 늘리고, 모의고사 문제를 반복해 풀면서 수능 유형을 익혔다. 2학기에는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모두 95점을 넘겼다. 김군은 “이 방식대로 꾸준히 공부하며 심화시켜나가면 모의고사 만점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점도 다른 전교 1등과 다른 점이다. 용도는 사전 검색과 게임이다. 학교에서 저녁 급식 먹고 야간 자율학습 들어가기 전 친구들과 모여 게임을 한다. 하지만 자습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다. 학교에선 꺼놓고, 집에서 공부할 때는 거실 식탁에 꺼내놓는다. 문씨는 “현준이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봐 자주 다퉜다”고 털어놨다. 김군은 “고등학교 와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오르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스마트폰 역시 공부에 방해될 정도로는 쓰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고 얘기했다.



 김군은 서울대 역사학과에 진학한 후 역사학자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아직 성적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공부 방법을 좀더 다듬고 심화시켜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꼭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