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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고 융합 수업하고 … 확 달라진 일반고

2015학년도 대학 입시 키워드는 간소화다. 수시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정시는 수능 점수가 당락을 가른다. 수시전형 선발 방식이 학생부 하나로 간소화되자 가장 반기는 곳이 일반고다.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일반고보다 대체로 수능 점수가 높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고 학생이 정시를 통해 대학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지난해까지는 수시에서 외국어 시험 성적이나 외부 대회 수상 실적을 보는 특기자 전형 등을 했기에 수시에서도 특목고 학생이 유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비교과 활동을 교내 활동으로 제한했다. 적어도 수시전형에서는 일반고 학생이 특목고·자사고 학생보다 불리할 게 없어졌다. 달라진 입시경향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한 일반고가 많다. 교내 활동을 대폭 늘리고, 동아리와 봉사 활동 등 학생부에 기재할 비교과 활동을 학교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식이다. 영재학교나 전국 단위 자사고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인턴십·융합 수업·R&E(Research&Education·과제연구) 등 차별화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을 지원하는 일반고도 늘었다.



새 학생부종합전형 맞춘 프로그램 속속 도입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는 학교 동문과 학부모 등 인맥을 총동원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관심있어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찾아 직장 견학과 특강을 맡겼다. 우경수 진학부장이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후 학부모와 동문을 일일이 설득했다. 우 부장교사는 “독서나 봉사처럼 천편일률적인 비교과 활동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 같았다”며 “입학사정관 눈길이 압구정고 학생 학생부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압구정고 학생들은 졸업생 등의 도움으로 법원·신문사·방송국에서 현장 학습을 했다.



동북고 융합 수업은 한 수업에 여러 과목 교사가 동시에 들어가 다양한 학습거리를 제시한다. [사진 권영부 동북고 교사]
이 학교는 R&E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학생이 4~5명씩 팀을 짜서 연구 주제를 정하고 6개월~1년간 조사한 뒤 논문으로 발표하는 과제연구를 한다는 얘기다. 영재학교나 과학고에서 주로 하고, 일반고 중에는 과학중점학교가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다. 압구정고는 과학중점학교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 역시 동문·학부모 등이 힘을 보탰다. 학생들이 연구 주제를 정하고 팀을 짜오면 동문과 학부모 중 과학 분야 교수 등 전문가 1명과 압구정고 과학 교사 1명이 멘토 역할을 했다. 2013년에는 11개 팀이 논문을 쓰고 발표까지 마쳤다. 올해는 30개 팀이 R&E를 시작해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 동북고는 융합 수업을 한다. 국어·경제·과학·수학·윤리 등 여러 과목 교사가 모여 1주일에 한번 방과후 수업 시간에 90분간 융합 수업을 진행한다. 융합 수업 모습은 이렇다. 젊은 여자와 늙은 여자 사이의 갈등을 다룬 박완서의 소설 『황혼』을 학생들이 모두 읽어오면 경제 교사는 고령화 사회와 연계한 수업을 한다. 고령화 시대 세대 갈등과 관련한 다양한 통계 자료를 제시해 두 주인공 간의 소소한 갈등을 사회적 범위로 넓혀 생각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는 식이다. 그런가하면 수학 교사는 1960년, 2000년 인구 그래프를 제시한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수치를 살핀 뒤, 2030년 인구 그래프를 예상해본다.



국어 교사는 소설의 이해와 관련한 문학 이론을 알려준 뒤 젊은 여자와 늙은 여자로 나눠 역할극을 해보게 한다. 일주일에 한번뿐이지만 교사는 다른 과목과의 관련성을 찾고 학생이 해볼만한 창의적인 활동을 고안하느라 한달 이상 품을 들인다. 교사 5~6명이 매주 모여 아이디어 회의도 한다. 권영부 수석교사는 “새로운 자극을 주면 의외의 잠재력을 표출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교사는 학생의 이런 새로운 모습을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기재한다”고 얘기했다.



노원구 하계동 대진고는 다양한 교내대회를 마련했다. 수학경시나 영어경시 등 개별 교과 성취도를 높이는 대회부터 봉사활동 수기 공모 대회, 형설(螢雪·반딧불과 눈 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의미의 형설지공에서 따온 말)의 밤 대회 등이다. ‘형설의 밤’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독서 대회다. 간단한 독서 퀴즈부터 쟁점 토론까지 이어진다. 이성권 교사는 “봉사나 독서같은 흔한 활동도 학생이 느끼고 깨달은 점이 분명히 나타나면 경쟁력있는 비교과활동이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활동도 교내대회를 통해 의미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학생의 비교과 활동 지원은 고스란히 교사의 과외 업무로 이어진다. 압구정고 우 부장교사는 “R&E를 맡은 교사는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학생 논문에 필요한 실험을 돕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과외 업무를 자청하는 이유는 한명이라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서다. 일반고 우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이다. 권 수석교사는 “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학생의 입시 결과가 달라지니, 교사가 분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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