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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안에 물 안 찼는데 … 해경, 선내 진입구조 안 했다

세월호가 서서히 왼쪽으로 기울며 침몰하던 지난 16일 오전 9시38분. 현장에 도착한 해양경찰 경비정 123정에서 고속단정(고무보트)이 출발해 세월호로 향했다. 잠시 후 보트는 세월호 3층 뒤쪽에서 5명을 태우고 돌아왔다. 똑같은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3명이었다. 세월호 승무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빠져나온 3층엔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탔다. 학생들을 곁에 놔두고 승무원들이 먼저 빠져나온 것이다. 8분 후인 9시46분 해경이 던진 밧줄을 타고 세월호 조타실에서 이준석(69) 선장이 내려와 해경 함정에 올랐다. 윗옷은 걸쳤으나 구명조끼는 없었고 아래는 맨발에 속옷 차림이었다.



침몰 당시 동영상 살펴보니
“선실 대기”에 갑판에 아무도 없어
선원 추정 3명 먼저 보트로 탈출
구조자 신원파악 제대로 안 해
잠수사도 침몰 6분 뒤에야 도착

 28일 해경이 공개한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구조 동영상 내용이다. 9시28분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때부터 세월호가 뱃머리 일부만 남긴 채 완전히 가라앉은 11시18분까지의 광경이 49개 동영상 파일에 나뉘어 담겨 있다. 123정에 있던 해경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동영상엔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승객들에 앞서 탈출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9시41분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세월호 4층 갑판에 나와 있던 승객 3명을 해경이 구출했다. 학생들이 “안전한 선실에 머물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대부분 선실에 머무를 때다. 진교중 전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대피하라고 제대로 알렸다면 학생을 비롯한 상당수 승객이 갑판에 나와 있다가 구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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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뉴얼 못 따른 초반 구조=동영상에선 해경의 초반 구조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중앙일보가 ‘해경 수색구조 매뉴얼’과 해경의 실제 대응을 비교한 결과다. ‘구조자 신원 파악’부터 하지 못했다. 승객인지 승무원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승무원을 제일 처음 구조해 뭍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사고 선박을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하라’는 또 다른 수칙 역시 지키지 못했다. 선박 내부를 잘 아는 인물이 있어야 배 안 어디에 승객이 있는지를 파악해 구조할 텐데, 해경은 선원들을 육상으로 보냈다가 배가 완전히 가라앉은 오후에야 다시 해상으로 데리고 나왔다. 해경은 28일 전남 진도군 서망항 부두에서 열린 123정 승조원 기자회견에서 “경황이 없다 보니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배가 뒤집혔을 때 구조작업에 꼭 필요한 잠수사는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고 6분 뒤인 11시24분 투입됐다. 배를 타고 온 목포해경 구조대원들이다. 제일 처음 도착한 123정에는 잠수사가 없다. 경상대 박병수(선박운용) 교수는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123정에 잠수사가 없었다면 123정에 출동 명령을 내린 직후 별도로 고속정 등에 잠수요원을 태워 급파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경은 “객실 유리창 안이 보이지 않아 내부에 승객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이 역시 “나무망치 등으로 배를 두드려 생존자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는 매뉴얼에 따르지 않은 것이다. 당시 해경이 선실 승객을 구조한 것은 유리창 하나를 깨뜨리고 빼낸 7명뿐이다.



 ◆구조 매뉴얼 개선 필요=해경은 세월호 안에 승객이 있고 아직 배 안에 물이 완전히 차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해경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배가 너무 많이 기울어져 오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선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9시47분 해경 한 명이 세월호 갑판에 올라 묶여 있던 구명뗏목을 풀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음만 먹으면 배 안에 들어갈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경 구조 매뉴얼에 ‘선내 진입’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매뉴얼에는 ‘전복 선박 내의 인명 구조작업은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군산대 노호래(해양경찰학) 교수는 “상황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선내에 진입해야 하는지 상세한 내용을 매뉴얼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뉴얼에 충실하지 못했던 해경의 초기 구조로 인해 해경 함정들은 현장에서 80명을 구하는 데 그쳤다. 부근 어선이 구한 76명과 별 차이가 없다.



 사고 당일엔 또 해경이 22억원을 들여 설치한 ‘지능형 해상교통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배의 속도가 갑자기 바뀌는 등 이상신호가 발생하면 구조팀과 주변 선박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설비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사고 전후 며칠간 고장 났다. 해경 측은 “복구했으나 고장 난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28일엔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구조팀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시신 1구를 인양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사망자는 189명, 실종자는 113명이 됐다.



진도=권철암·고석승 기자, 최모란·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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