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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오심을 오심이라고 이제는 말해야 할 때

2010년 6월 3일 미국 프로야구 디트로이트의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32·베네수엘라)는 클리블랜드와 경기에서 9회 2아웃까지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날드의 평범한 1루 땅볼이 안타로 판정됐다.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갈라라가가 도날드보다 한 발 먼저 1루를 밟았지만 1루심 짐 조이스는 세이프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1번째 퍼펙트게임이 될 뻔했던 이 경기는 오심 때문에 ‘흔한’ 완봉승으로 둔갑했다. 무명 투수의 꿈 같은 기록을 메이저리그 경력 22년의 베테랑 심판이 망쳤다. 조이스는 다음날 갈라라가를 찾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했다. 갈라라가는 그를 포옹하며 용서했다. 실수와 사과, 그리고 용서. 아주 인간적인 장면이었다.



야구인들, 명백한 오심에도 침묵
보상·보복 판정으로 의혹 악순환
미국처럼 비디오 판독 확대해야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심판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는 스포츠가 주는 좋은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오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대신 메이저리그는 야구장에 ‘과학’을 불러들였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아웃-세이프 판정을 비롯해 몸 맞은 공, 포스아웃 플레이, 태그 플레이 등 비디오 판독 적용 대상을 13개 분야로 확대했다.



 120년 넘는 미국 야구 역사에서 판정은 오로지 심판의 몫이었다. 그렇게 보수적인 그들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국내 프로야구는 오심 탓에 시끄러웠다. 25일 KIA가 2-3으로 뒤진 9회 2사 1, 2루에서 내야안타성 타구를 때린 필이 아웃됐다. 공을 잡는 순간 LG 1루수 김용의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이계성 1루심이 이를 보지 못했다. 27일 NC전에서 두산 오재원이 6회 유격수 땅볼을 치고 1루에서 아웃된 장면도 나광남 1루심의 오심이었다. 현장에선 “우리도 메이저리그처럼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홈런 판정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오심을 오심이라고 인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오심이 나올 때마다 TV 중계진은 곤혹스러워한다. 중계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은 느린 화면으로 몇 번씩 반복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저건 오심입니다”라고 말하는 캐스터나 해설위원은 거의 없다. “여기서 보면 아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본 심판이 세이프로 판정했으니 세이프가 맞을 겁니다”라고 얼버무리기 일쑤다.



 많은 중계진과 취재진은 ‘오심을 공식화하면 심판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같은 야구인이고 선후배이기도 한 심판을 침묵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오심만 아니라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눈감아 주는 것이다.



 사람의 눈과 귀로 하는 판정을 기계로 심판하는 건 매우 잔인한 일이다. 그러나 명백한 오심이라면 미디어가 지적해야 하고, 심판이 인정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게 먼저고 바로잡는 건 그 다음이다.



 지난 10년간 야구 중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장면을 사각지대 없이 잡아낸다. 4개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가 TV와 인터넷으로 매일 생중계된다. 오심을 오심이라고 말하지 않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꽤 많은 심판은 “우리도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들도 실수를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



 오심은 의심을 낳는다. 오심을 저지른 심판이 피해를 보는 팀에 유리한 판정(보상판정)을 하거나, 심판과 맞선 팀에 불리한 판정(보복판정)을 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비디오 판독 확대를 심판들이 찬성하는 건 오심을 인정하고 바로잡고 싶어서다.



 실수를 받아들이고 용서할 준비를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그래야 심판도 실수를 인정할 수 있다. 작은 실수를 덮으려다 더 큰 재앙을 맞닥뜨리는 건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찬가지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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