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민·관·군 거버넌스'가 재난대응의 길이다

세월호 사고대책본부는 사고 13일째인 28일 희생자 시신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민·관·군이 참여하는 특별대책반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헬기·함정·어선·행정선 등을 모두 동원해 시신 수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한 희생자 가족에 한 명의 공무원을 배치하는 ‘일대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관·군의 대응체계가 자리를 잡아가는 형국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사고 초기부터 민·관·군의 아귀가 딱 맞게 돌아갔더라면 참사의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물러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고 초기에 정부가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인 16일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전원구조’라는 허무맹랑한 메시지를 발송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68명 구조’라고 발표했다가 뒤집었다. 해경은 구조현장에 대응하지 못하며 이른바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 민관 협조도 원활하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갔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민간잠수사들이 해경과 마찰을 빚어 한때 철수하거나, 민간 구조장비의 투입을 놓고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청와대와 군의 역할을 두고도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분야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가 두 사람 모두 여론의 질타를 당하고 있다. 사고가 난 맹골수도 부근에는 적지 않은 해군 시설이 있지만 군은 사고 초기에 긴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해경 연락을 즉각적으로 받지 못했다” “작전 수행 중이었다”고 밝혔지만 가장 좋은 장비·인력을 갖춘 군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국가위기 대응체계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유형은 주무부서 연합 대응 방식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라면 해경·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해 대처하는 방식이다. 둘째 유형은 주무 부처들뿐만 아니라 군·경찰·소방청·국정원·복지부·교육부 등 범정부부처가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셋째 유형은 정부를 넘어 민간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체계다. 이번에 정부가 보여준 초기 대응 체계는 첫째 유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재난 유형 역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태풍·폭설 등으로 인한 자연적 재난, 안전불감증·부패 등으로 인한 인적 재난, 국가인프라 붕괴와 역병 창궐 같은 사회적 재난이 그것이다. 현대의 재난은 점점 복합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는 자연적 재난과 인적 재난이 결합된 형태였다. 세월호 참사는 선장·선원의 판단 착오 같은 인적 요소와 함께, 국가재난 대응 인프라 부실 같은 사회적 요소가 얽힌 참사다. 복합 재난 시대에는 민·관·군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현대 행정론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말을 종종 쓴다. 정부 일방의 지배·지시가 아니라, 반관반민(半官半民)·비영리·자원봉사 등이 합쳐져 벌어지는 공공활동을 이른다. 국가위기관리야말로 ‘민·관·군 거버넌스’가 필요한 부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법정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통제권을 장악하지 못하면서 지금 체계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큰 이슈는 재난·안전과 안보를 통합할 것인가다. 둘을 합쳐 이른바 ‘국가위기관리부’ 같은 독립부서를 만들거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역할을 확장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하면 오히려 재난·안전 분야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안보와 별도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구조전문성과 초동대응 능력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 직속 ‘국가재난관리위원회’나 총리실 직속 ‘국가재난처’를 두는 방안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재난총괄기구의 구체적인 골격은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더 들어 결정할 일이다. 어떤 경우든 민·관·군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복잡하고 다양한 ‘미래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면 된다. 우리는 세계 10대 국방대국이다. 민간봉사체계도 선진국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능력과 자발성을 상시 재난대응체계 안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재난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할 것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