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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표적항암제, 백혈병과의 싸움에서 … 승전보

2세대 표적항암제는 혈액 속 암 유전자를 빠르게 파괴해 CML 진행을 막는다.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여 CML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김수정 기자




효과 뛰어나고 1세대 치료제 내성 극복

개인사업을 하는 이석훈(가명·52·서울 마포구)씨는 13년째 만성 골수성백혈병(CML) 환자다. 하지만 일상생활은 남과 다르지 않다. 입원은커녕 하루 8시간 넘게 일을 하고 주말엔 등산을 즐긴다. 병원엔 6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암세포가 늘었는지 경과를 관찰하는 정도다. 표적항암제를 끊은 지도 벌써 9년째 접어든다.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한 덕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동욱 교수는 “현재는 약을 끊어도 재발하지 않는 기능적 완치(암 유전자가 거의 파괴돼 암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 상태”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CML 완치시대. 이제 백혈병을 정복하는 꿈 같은 얘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표적항암제 1호인 글리벡 이후에 암세포의 내성을 극복한 2세대 약들이 속속 등장해서다. CML 치료환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글리벡 내성에도 효과적인 타시그나



CML은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드는 혈액암이다. 9번·22번 염색체가 돌연변이돼 암세포가 증식한다. 대한혈액학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18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매년 300명씩 새로운 환자가 나타나는 셈이다. 전체 백혈병 환자의 15%를 차지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고 CML을 방치하면 가속기를 거쳐 급성 백혈병으로 나빠진다. 암세포가 골수를 가득 채우고 말초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2012년 유럽혈액학회(EHA)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만성 백혈병에서 급성으로 악화하면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요즘에는 CML 치료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CML 치료법은 제한적이었다. 골수이식·항암치료는 위험성이 높고 예후도 좋지 않았다.



1·2세대 표적항암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불치병에서 고혈압·당뇨병처럼 관리하거나 완치 가능한 것으로 본다. 글리벡으로 치료받은 만성 골수성 환자의 8년 평균 생존율은 85%에 이른다. 글리벡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25년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김 교수는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혈액 속에 숨어 있는 암세포만 제거해 암 진행을 억제한다”며 “CML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말했다. 표적항암제로 암 유전자를 없애 만성기→가속기→급성기로 이어지는 사슬을 끊는다는 것. 암 유전자 관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에는 글리벡보다 빨리 암세포를 없애는 2세대 표적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약이 ‘타시그나’다. 암세포 성장·분화를 촉진하는 암 유전자(Bcr-Abl)와 결합해 성장 신호를 차단한다. 기존 글리벡보다 분자학적으로 암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공격해 빠르게 암 유전자를 제거한다.



 글리벡과 타시그나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도 있다. 만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글리벡 투여군과 타시그나 투여군으로 나눠 48개월 동안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암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완전분자학적반응(CMR)에 도달하는 비율이 40%로 글리벡(23%)과 비교해 2배가량 높았다.



 지난해 미국혈액학회(ASH)에 발표한 5년 장기 임상시험 결과도 비슷하다. 혈액 속에서 암 유전자가 거의(0.0032% 이하) 검출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MR 4.5’ 수준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타시그나는 56%, 글리벡은 32%다. 이런 상태를 2~3년 정도 더 유지하면 기능적 완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혈중 약물 농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글리벡 내성에도 효과적이다. 타시그나는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Bcr-Abl 암유전자 변이체 33개 중 32개를 억제한다.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오석중 교수는 “초기부터 강력하게 암세포를 제거해 약을 끊는 것을 포함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복약 순응도다. 표적항암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적정 용량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암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를 철저히 지키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직장생활 등 생업에 종사하다가 약 먹는 시간을 깜빡 잊거나 메스꺼움·근육경련·부종 같은 부작용이 심해 임의로 약 복용량을 줄이는 식이다. 증상이 잘 관리되면 ‘한 번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에 약 복용을 느슨하게 관리한다.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갖는 암 유전자가 늘면서 치료효과가 떨어진다. 결국 가속기·급성기 등 위험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완치 가능한 병에서 다시 불치병으로 바뀌는 셈이다. 김 교수는 “CML 치료는 의사만큼 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같은 약을 먹어도 복약 순응도에 따라 치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CML 환우모임인 루산우회 회원들이 북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봄꽃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루산우회]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동욱 교수(대한암협회 집행이사)

"기대한 약효 얻으려면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 꾸준히 복용해야"



만성 골수성백혈병(CML)은 약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같은 약을 사용하니 약효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약을 언제, 얼마나 처방하고 환자를 관리하는지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다르다. 지난 21일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동욱(오른쪽사진) 교수에게 CML 치료법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만성 골수성백혈병(CML) 치료 전문가다.





-최초의 표적항암제(글리벡)가 나온 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그동안 CML 치료법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글리벡보다 암 유전자 파괴력이 뛰어난 2세대 표적항암제(타시그나·스프라이셀·슈펙트)가 잇따라 나왔다. 초기부터 암 유전자를 빠르게 억제해 기능적 완치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렇다고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표적항암제로 암 줄기세포가 만드는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없애면 더 이상 CML이 진행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장기 생존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CML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복약 순응도다. 기대한 약효를 얻으려면 정확하고 규칙적인 투약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을 놓치거나 약을 임의로 덜 먹으면 그만큼 약효가 떨어진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암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자란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충격·분노·불안·우울한 감정이 뒤섞인다. 혼자 불안감에 시달리다가 치료를 게을리한다. 환우회 모임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좋다. 나도 캠핑·산행· 음악회·CML의 날 등 다양한 환우 모임에 참여해 진료실 안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을 알려준다. 지난주에도 CML 환우들과 함께 산을 탔다.”



-이런 활동이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 아무래도 자신의 병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니깐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완치를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나 역시 더 책임감이 생겨 CML 치료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약을 끊고도 재발 없이 생활이 가능한가.



 “아직은 연구단계지만 미래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표적항암제는 오래 쓸수록 재발이 잦다. 약 복용 최적 기간을 찾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수가 많아 이 기간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복약 순응도가 높은 환자는 암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완전유전자반응에 도달하기 쉽다. 글리벡은 이런 상태를 평균 3년 반 정도 유지하고 약 복용을 중단했다. 전체 약 복용 기간은 평균 6년 반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재발률이 70%로 높았다. 하지만 한국은 이보다 절반 정도 낮은 수준이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이보다 빨리 약을 끊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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