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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음악이 우리 슬픔 달래줄 수 있습니다”

예술 치유. 국내에서는 단어조차 낯선 게 사실이다. 음악·미술·연극·문학 등 예술 장르의 특성을 이용, 전문 치료사의 도움을 얻어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의료 보완법이다. 이소영(46·사진)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은 이 분야의 전문가다. 피아노(서울대)를 전공하고 음악학으로 박사를 받은 그는 암통합치유센터, 정신의학과, 재활의학과를 내원하는 환자와 소아·성인 입원환자 및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음악·미술·문학·연극 등 다양한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국민 한 명 한 명 역시 간접적 피해자이자 위로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따뜻한 시선으로 자기 감정을 돌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 치유를 쉽게 설명한다면.
“예술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은 것은 수십 년 전에 불과하다. 음악 치유의 경우 1, 2차 세계 대전이 계기가 됐다.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심신의 상처를 얻었고, 특히 부상 군인들의 정신적 충격이 컸다. 당시 미국의 음악인들은 이런 환자들을 돕기 위해 병원에서 연주를 하게 됐는데 여기서 의료진도 예상치 못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음악의 치유 효과가 새롭게 인식되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장르는 어떻게 선택하나.
"환자의 취향 혹은 상태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가령 평소 음악을 좋아했거나 악기를 연주했던 사람이라면 음악 치유를 권하는 식이다.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없는 환자에겐 연극이나 그림 그리기처럼 동적인 장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예술 치유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진행된다."

-현재 화가 나고 우울해진 사람들에게 적당한 치유법은 뭔가.
“지금 국민들의 정서는 무기력에 가깝다. 공황 상태나 다름없는 이들에게는 많은 동작이나 행동이 필요로 하는 치유는 부담스럽다. 간단한 악기 연주나 음악 감상, 음악회 관람 등이 바람직하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
“환자마다 처방전이 다른 것처럼 정답은 없다. 음악 선정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듣는 이의 종교, 심리 상태, 교육 수준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위로받았던 음악들이 지금 감정을 실어내기에는 가장 좋다. 휴대 전화에 저장된 노래, 흥얼거리던 찬송가도 다 포함된다. 다만 동일성의 원리는 존재한다. 평소 댄스 음악을 좋아했더라도 우울한 지금 효과는 없다. 감정선과 비슷하게 어느 정도 차분한 음악을 듣다 점차 경쾌하게 가야 한다. 방송사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을 중단하고 감동적인 다큐를 내보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가사도 영향을 미치나.
“아무래도 희망을 따뜻하게 담아내는 노래가 좋다. 남녀의 사랑 노래라도 공동체로 치환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바람직하다. 노래는 해석의 다양성을 지니기 때문에 스스로 감정이입을 시킬 여지가 많아진다. 가령 이적의 ‘거짓말이야’를 들으면서 정부 발표 혼선을 생각하는 식이다.”

-딱히 좋아하는 노래가 없다면.
“라디오가 대안이 될 것 같다. 뉴스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음악 채널을 틀어보는 거다. 방송에서 나오는 청취자들의 사연과 진행자 멘트, 거기에 맞아떨어지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이입시키고 또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음악 치유의 대표적인 방법인가.
“아니다. 소극적 차원에 불과하다. 음악을 들으며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를 직접 그려서 표현하는 것, 혹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 가사를 써보는 것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될 수 있다. 재활 환자라면 소근육 활동을 위해 악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모두 기존에 해결되지 못했던 정신적·감정적 문제를 음악을 통해 분출하는 것이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음악을 들으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이 분산되면서 고통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또 애틋한 과거를 떠올릴 만한 노래를 통해 정서를 순화시키는 사람도 있다. 노랫말 만들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희망적이고 재미난 내용을 포함시키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긍정적으로 흘러간다. 연주 역시 말로 전하기 어려운 부정적 감정을 표출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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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