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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로 대북 경고” vs “북한 퇴로 차단한 느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말레이시아로 떠나기 위해 전용헬기 편으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컬러는 색조가 맑지 않다. 세월호 사건의 분위기도 있고 주제도 핵·안보 문제에 집중돼 답답한 느낌을 준다. 26일 국립외교원 윤덕민 원장과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문정인 교수와 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짚어 봤다.

 -회담 성과가 무엇인가.
 ▶윤덕민 원장=세월호 참사 가운데 열린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공외교로 한국을 배려했다. 세월호의 비극에 동참하는 뜻에서 부활을 상징하는 백악관의 목련을 전달하고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애도를 했다. 양국 관계에 중요한 우정과 신뢰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북한의 4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한목소리로 북한에 경고했다. 도발을 예방하는 차원이었고 제재·응징보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다. 일종의 응급조치다.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재연기한 것도 성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한·미 간의 현안도 있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도 의미가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게 만든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안정을 다졌다고 보긴 힘들다.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다. 새로운 틀을 만들기보다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의 성격이 크다. 기본 점수는 얻었지만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미흡하다. 양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북한의 퇴로를 차단한 것 같다. 핵 문제를 얘기할 수는 있지만 인권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안 좋다. 한반도의 평화도 중요하고 북한이 도발적 태도를 보인 것도 문제지만 다음 단계를 생각하면 신중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출구전략이 없어 문제다. 두 정상이 6자회담을 통해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던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전작권 전환이 다시 연기됐다. 북한의 핵 위협을 고려하면 잘된 결정이라고 봐야하나.
 ▶윤=한국이 주도적으로 대북 억제를 해야겠지만 현 상황은 김정은 체제의 확립 과정에 불안정한 요소들이 드러나고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어서 억지력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안정·평화가 중요한 때에 전작권 전환을 몇 년 연기하는 것이 한국에 중요하다. 지금은 최대한의 억지력을 위해서도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
 ▶문=동의하지 않는다. 전작권이 전환된다고 한·미 동행이 깨지지 않는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뒤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은 부사령관이 되는 체제를 언급했다. 그리고 전환을 연기한다 해도 확보된 시간적 여유를 정보·정찰·감시 능력 개선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돌아보면 진전이 없다. 한국 주도 상황이 돼야 적극 개선될 수 있다. 전작권이 전환되지 않으면 국방부의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동맹 사이에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전작권 전환은 전국의 52개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집결시키는 문제와 미국의 국방 개혁,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미군을 어떻게 배치하고 예산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와 연계돼 있다. 전환시점 재연기가 차질을 일으켜 한미 동맹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박근혜 대통령에겐 업적이겠지만 일시적일 뿐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
 ▶윤=전작권 전환시점 못지않게 내용도 중요하다. 전환 이후 한·미 연합 전력이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서 보면 미군의 한강 이남 평택 배치로 주한 미군의 억제력, 즉 인계철선의 기능은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가 거론됐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단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두천에 강력한 미군 포병을 배치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금 북한 내부가 불안한데 이럴 때일수록 억제력이 중요하다.

 -양국 정상이 언급한 ‘북한의 핵실험 시 강력한 제재’는 어떤 의미가 있나.
 ▶문=양국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강력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인 제재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중국도 함께 갈 것이라는 시사를 했다. 박 대통령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지도부의 의도가 부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윤=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그런 예비 차원의 메시지는 중요하다. 다만 도발을 예방하자는 차원이며 제재·응징보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다. 일종의 응급조치다.

 -중국의 역할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까.
 ▶윤=북한엔 1차 핵실험 결정이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1차 실험 때 중국이 강력히 말렸어도 했다. 중국은 화를 내고 제재했다. 1년 반쯤 얼어붙었다. 그래도 2차 실험을 했다. 6개월도 안 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북에 들어가고 관계가 개선됐다. 3차 핵실험 때 중국이 화를 냈듯 4차 때도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예전 경험으로 미뤄 중국엔 선택지가 없다고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김정은·시진핑(習近平)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면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억제할 수 있겠지만 아니라면 중국도 약하고 소용없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와 관계없이 무기 제조를 위해 필요하면 전후 6개월 사이의 시점으로 결정하는 것 같다. 대외환경이 유리하다고 여겨질 때 실험을 할 텐데 그래서 지금은 시점이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대외적으로 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목격했다. 또 지난 20여 년간 미국과 협상 경험을 통해 재선 대통령은 1기 때는 강력하지만 2기엔 협상을 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또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가질수록 큰 카드를 갖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장거리 미사일과 4차 핵실험을 결합해 승부수를 던지는 오판을 할 수 있다.
 ▶문=미국 인사들은 북한이 기존 패턴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늘 자기중심적이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야 되는데 북한이 미국 대통령을 파악할 만큼 정보수집력이나 판단능력이 있는지 회의감이 있다. 북한엔 또 상황 악화를 원하는 세력도 있는 것 같다. 타이밍을 맞춰 주목을 끈 다음 미국과 협상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 문제 판단이다. 지금은 중국의 설득과 압박이 문제인데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북한의 관계는 깨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를 원할 수도 있다. 오바마가 말한 대로 ‘중국이 우리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북한은 빠져나갈 길이 없어진다. 이건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다. 이판사판으로 나올 수 있어 저주가 되고 재앙이 될 수 있다.

 -북이 핵실험을 하면 가능한 제재는 무엇이 될까.
 ▶윤=지금보다 강도가 높아진 금융 제재나 현재 유명무실한 선박 검사를 강화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중국이 한편이 돼 나선다면 도움이 된다.
 ▶문=북한을 더 압박하려면 미사일·군사와 관련되지 않은 일반 통상에도 제재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엔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북한이 붕괴되고 혼란이 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한국·미국이 원하는 것처럼 중국이 하기 쉽지 않다. 전반적 제재와 압박으로 전쟁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제재를 생각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미국보다 중국에 비중을 둔다는 주장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틀 전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것을 그렇게 해석하기도 한다.
 ▶윤=한·중, 한·미 관계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미국으로 기울었다고 한 이명박 정부 때도 이 대통령은 중국을 매우 중요시했다. 임기 초 한·미 동맹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미국 일변도라는 말을 들었지만 한·중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10~20년 뒤 중국이 미국의 능력과 비슷해질지 모르지만 그런 점을 생각해서도 두 나라와의 관계를 잘 갖고 가는 게 중요하다.
 ▶문=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지 않는다. 한·미 동맹이 토대라는 점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지리·역사적 변수를 고려할 때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한·중, 한·미 관계가 더불어 가는 관계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친중(親中)이란 말을 들었지만 한·미 동맹 관계에서 바뀐 게 없고 오히려 강화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미라지만 미국이 원한 것을 제대로 해 주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한·미 동맹의 틀 속에서 상황에 따라 적응을 하는 것이며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적·역사적으로 맞지 않다. 미국과 중국과의 세력 균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힘의 균형 면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 북한이 핵실험이나 군사적 도발을 하면 중국과 군사적으로 아무리 가까이 하려 해도 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을 질책한 것을 어떻게 보나.
 ▶윤=오바마의 한·일 방문 목적은 아시아 정책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중 중요한 게 한·일 관계 개선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한·일 간의 과거 문제를 해소하고 한·일 관계 토대를 만들어 놨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점은 아베가 역사 문제와 관련해 기본을 벗어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그 점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어 일본에 강력히 경고한 것이라고 본다.
 ▶문=오바마의 한·일 방문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오바마가 한국에 온 것은 아베 총리로 하여금 메시지를 만들게 하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해 한·미, 한·일 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베는 도와주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말할 때 오바마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오바마는 아베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 문제를 풀고 싶었지만 아베는 들어주지 않았다. 아베 때문에 기대한 판이 깨진 것이다.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한 것은 아베를 겨냥한 계산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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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