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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선진 한국'보다 '안전 한국'이 더 중요하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지난주 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5개 국내외 매체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한 매체는 홍가혜씨의 가짜 인터뷰와 같은 주변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또 다른 매체는 이번 사고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달라고 했다.

 나는 지난주 금요일 단원고에 가서 취재하고 온 기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학교 안을 돌아다녔다. 같이 간 사진 기자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클로즈업시키지 않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다른 매체들은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TV 뉴스 촬영팀들은 울고 있는 아이들 면전에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한 리포터는 교실로 들어가 슬픔에 잠긴 학생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아이는 혼자 있게 내버려 둬 달라고 고함쳤다. 밖에서 고함소리를 들은 기자들이 서로 밀쳐가며 교실로 난입해 이 불쌍한 아이를 에워쌌다.

 한 유명 서구 신문은 다음 문구를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한국 여객선 침몰 희생자의 친척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추가 사진: [링크]” 또 세계의 매체들은 ‘한국 문화가 문제였다’라는 식의 상투적인 분석을 유포하고 있다. CNN은 ‘복종 성향이 강한 문화 때문에 학생들이 더 일찍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나는 궁금하다. 미국에서 참사가 발생해도 미국 문화 때문이라고 보도할 것인지.

 사실 한국 사람들보다 더 한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없다. 지난주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삼류다’ ‘도덕적으로 파산했다’ ‘후진국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근래에 우리가 목도한 가장 미개한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미개(未開)’ 발언이 불러온 파장이다. 하지만 내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선진국’ 운운하는 말들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선진국론(先進國論)’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첫째, 선진국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선진국론은 임시변통이나 ‘지금 당장’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부추긴다. 진정한 사회 발전과 한국이 성취한 것들에 대한 긍정적인 성찰을 막는 것도 선진국론이다. 또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병을 도지게 하는 것도 선진국론이다.

 얄궂게도 이 선진국 관념은 한국이 더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을 막고 있다. 지금 당장 중요한 문제는, 무신경한 융단폭격식 보도와 결합된 마구잡이식 패배주의가 앞으로 명백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하게 하는 심리적인 기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안전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는 매일 거리에서 위태로운 순간들을 체험한다. 상관의 압력 때문에 버스 기사나 식사를 배달하는 사람들은 안전보다는 ‘제시간’에 도달하는 것을 더 중시해야 한다. ‘미친 듯이’ 운전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저지선을 친 공사·보수 현장들도 많지 않다.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쉬쉬하는 게 본능이다. 내가 아는 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주 큰 공사 현장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안전 문제를 두고 요령을 피우는 사람들은 엄격하게 처벌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해야 한다. 사고가 난 다음이 아니라 안전 점검이 끝난 다음에 말이다. 일반 국민도 안전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여러분은 차에서 안전벨트를 항상 착용하는가. 아는 사람들 중에 음주 운전하는 사람은 없는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공공 안전에 대한 접근법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전 훈련과 절차, 법규, 집행, 교육, 비상 상황에서 책임자들의 대응 등 모든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배 위, 일터, 거리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곳이 대상이다. 다른 부자나라들의 경우 사람들은 안전 규정이 지나치다고 종종 불평한다. 하지만 규정이 지나친 게 헐거운 규정이 초래한 비극보다 좋다.

 10년 후 세월호의 비극을 되돌아보며 “세월호가 ‘안전 한국’이 시작된 전환점이 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최대 장점은 위기에 빠졌을 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미래의 크고 작은 비극을 막는 게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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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