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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할빠 잡아라 … 원터치 유모차, 스마트 젖병·스푼까지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4개월 된 외손자 김기웅군을 돌보며 분유를 먹이고 있는 옥순자(57)씨. 옥씨는 젖병 내부 온도 변화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스마트 젖병을 사용한다. [김형수 기자]
직장인 정수영(31)씨의 육아 도우미는 친정 엄마다. 지난 1월 1일 첫 아들 기웅(4개월)이를 낳은 정씨는 지난 3개월간 친정에서 살며 엄마 옥순자(57)씨의 도움을 받았다. 이미 손자·손녀 넷을 키워낸 옥씨는 훌륭한 육아 선배이자 정신적 지주다. 출산 100일이 돼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친정 엄마의 도움은 끊이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하는 오는 7월부터는 아예 할머니 옥씨가 육아를 도맡는다. 정씨는 “엄마에게 미안해 육아용품은 최대한 엄마가 원하는 것으로 사다 드린다”며 “눈이 어둡거나 체력이 약한 50~60대를 위한 육아용품이 많이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황혼 육아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맞벌이 가정 510만 가구 중 절반(250만) 가구에서 조부모가 육아를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중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아이는 50.5%, 워킹맘이 아닌 경우도 10.1%가 조부모와 함께 육아를 하고 있다.

 황혼 육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낮시간에 아빠 역할을 하는 ‘할빠(할아버지+아빠)’나 엄마 대신 아이를 돌보는 ‘할마(할머니+엄마)’ 등 조부모들을 잡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지난 1월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임신·출산 육아용품 전시회에서는 스마트 젖병과 이유식 스푼 등 기능성 제품 구매 고객의 50% 이상이 조부모 관람객이었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50~70대 고객의 유아용품 구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① 자동으로 접히는 스마트 보행기. ②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스마트숟가락. ③ 온도계가 달려 있는 스마트 젖병.
 옥순자씨가 사용하는 스마트 젖병이 대표적이다. 토미티피의 ‘클로저 투 네이처 센서티브 스마트 젖병’은 모유 온도인 37도를 기준으로 젖병 내부의 온도센서가 파란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한다. 눈이 어두운 조부모들이 쉽게 온도를 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옥씨는 “앞서 네 명의 손자를 키울 때는 없었던 신제품”이라며 “물 온도를 맞추기에 편하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익스플로라 스마트 온도센서 스푼’은 이유식을 먹일 때 숟가락이 뜨거운 음식에 닿으면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어 음식의 온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물티슈로 쉽게 닦아낼 수 있는 이유식 턱받이, 식기를 식탁에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든 매직매트도 있다.

 높고 무거운 프리미엄 유모차 대신 가볍고 낮은 유모차를 선호하는 조부모들의 입맛에 맞춘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께 아이 둘을 나눠 맡기는 이고운(35)씨는 “집에 유모차가 세 대”라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흔들림이 적고 안전하다는 디럭스형 유모차를 구입했는데 양가 부모님이 모두 무겁고 높다며 손사래를 쳐서 작은 것으로 다시 샀다”고 말했다. 한 번에 접히는 3.3㎏ 콤비 F2유모차나 360도 회전이 가능해 요람과 유모차로 동시에 쓸 수 있는 리안스핀 LX유모차 등이 조부모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미국 포맘스의 오리가미 유모차는 핸들에 달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유모차가 자동으로 접히고 펼쳐진다. 허리를 굽히거나 힘을 쓰지 않아도 돼 할마·할빠들에게 유용하다.

 움직임이 많아지는 6개월 이상의 영·유아는 본격적으로 할마·할빠의 손에 맡겨진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끝난 워킹맘들이 회사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이때 할마·할빠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 모서리 보호대나 코너 보호대 등 유아안전용품이다. 직장인 송지은(35)씨는 “친정 엄마가 16개월 된 아들을 돌보는 데 눈 깜짝할 새에 부딪치거나 넘어져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었다”며 “집안 곳곳에 안전용품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문틈에 손이 끼는 것을 막는 한국 쓰리엠의 손가락 안전보호대, 아이들이 모서리나 코너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쿠션으로 만들어진 각종 보호대, 전기소켓 안전커버 등 종류도 다양하다.

 50~60대가 좋아하는 건강기능식품을 아이들과 함께 먹는 경우도 늘었다.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가 선호하는 홍삼이나 오메가3, 클로렐라 등의 건강식품군에서 어린이용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대상웰라이프 나경호 본부장은 “조부모가 건강기능식품을 살 때 어린이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프렌디’ 육아용품도 불티

할마·할빠와 함께 육아의 새 주체로 등장한 것이 바로 아빠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 휴직이 2003년 104건에서 2013년 2293건으로 22배 증가했다. 프렌디(friend와 daddy를 합성한 말로 ‘친구처럼 친근한 아빠’라는 뜻)들이 늘면서 이들을 노린 장난감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BMW·아우디·벤츠·페라리 등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를 모델로 만든 장난감의 매출이 3배 이상 성장했다. 아빠들에게 평소 로망인 수퍼카를 갖는다는 대리만족을 준 것이 성공 전략이다.

 아빠용 기저귀 가방과 아기띠는 이미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명품백 못지않게 패션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기저귀 가방은 화려한 무늬를 넣는 대신 검은색이나 회색·카키색·갈색 등의 무채색 천으로 만든 백팩이 대세다. 스토케에서 만든 ‘마이캐리어’는 ‘아빠 아기띠’로 불린다. 견고한 안전띠와 엄마들보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아빠들의 체형에 맞춰 긴 안전띠와 알루미늄 등받이를 달았다.

글=채윤경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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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