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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오바마의 직설적 경고

박승희
워싱턴총국장
외교는 어렵다. 말을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부총리는 “외교 투쟁에서 어떤 말은 반드시 공식석상에서 해야 하지만 어떤 말은 무대 아래에서 하는 게 좋다”(『열 가지 외교이야기』 중에서)고도 했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 답변서는 의외였다. 한·중 관계에서 그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걸 환영한다. 다만 한국 안보와 번영의 기초(foundation)는 미국”이라고 했다. 놀랍도록 직설적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워싱턴에선 한·미 관계에 대한 불만이 소리 없이 쌓여 왔다. 전통적인 한·미 동맹 관계에 비춰 볼 때 한국이 중국과 너무 가깝게 지낸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백악관도, 국무부도 대놓고 입 밖으로 표현하진 않았다. 그걸 네 번째 한국 방문을 하루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내뱉은 것이다.

 워싱턴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은 이 얘기를 전해 주자 “정말이냐”고 몇 차례나 물었다. “표현을 보니 백악관의 누가 조언했는지 짐작이 간다”고도 했다. 평소 사석에서 하던 말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하기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게 전화를 건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화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시아 중시 전략과 한·미 동맹의 연관성을 설명하던 중 “세계에서 미국만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두 문장을 연결하면 ‘내가 제일 힘이 세니 중국과 친하게 지내더라도 마음까지 주지는 마라’는 의미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는 안방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허약한 외교”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아시아 순방에서 어떻게든 실점을 만회해야 할 형편이다. 잇따른 중국 때리기는 그런 점에서 미국 국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직설화법을 듣는 한국 정부로선 관전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편드는 상황이 생기는 건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두 가지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하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진전이고, 또 하나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동맹 틀의 완성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으로 쏠리는 건 눈엣가시다.

 한·미 동맹이 우리 입장에서 든든했던 건 늘 안보의 상수였기 때문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미국의 불만 때문에 한·미 동맹이 변수로 바뀐다면 한국 외교는 지금보다 몇 배 더 바빠져야 한다. 미국의 시각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1996년 5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조셉 나이 당시 미 국방차관보는 “아시아의 미군은 동아시아 경제가 호흡할 산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를 지켜보는 불만의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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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