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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말레이시아 여객기 소송…시신 없는 살인사건 유사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여객기가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우고 지난달 8일 사라진 지 47일째다. 해저 4500m까지 내려가는 심해 탐사용 무인 잠수정 블루핀-21은 22일(현지시간) 호주 퍼스 북서쪽 남인도양에서 10번째 수색에 나섰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블랙박스 신호는 지난 8일 이후 끊겼다.

수색작업 장기화로 실종자 가족의 좌절과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항공기 사고 이후 45일간 변호사가 피해자나 가족을 먼저 접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22일부터 이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항공과 실종기 제작사인 미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보잉사 본사가 있는 시카고의 로펌 ‘리벡 로 차터드’의 변호사 모니카 켈리는 이미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인 탑승객의 아버지 자누아리우 시레가르를 대리해 일리노이주 지방법원에 말레이시아항공과 보잉사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다. 소송을 진행하려면 실종 증거가 필요한데 잔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CNN은 22일 “시신 없는 살인사건과 같다”고 보도했다. 미국 로펌의 항공전문 변호사인 다니엘 로즈는 “중요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블랙박스를 찾지 못하거나 한 조각의 잔해도 건지지 못하면 보잉사를 상대로 보상금을 청구하는 게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여객기 실종과 수색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 로펌 변호사는 “가족들의 좌절은 수시로 말을 바꾸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미흡한 정보 공개 탓이 크다. 돈을 받으려고 소송을 진행하려는 가족은 없다”고 말했다.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가족들은 비행기 탑승권을 구입한 나라나 항공사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 또는 최종 목적지인 중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탑승객 중 3명의 미국인 가족은 미국 법원에 말레이시아 항공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가족들이 보험금을 지급받고 빚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망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가족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린 매우 분노하고 있으며 절망과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또 “여객기가 추락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사망증명서 발급 또는 보상금 지급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해선 안 된다”며 말레이시아항공과 당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가족들은 “과거 시도된 적 없는 영국 업체 인마셋(Inmarsat)의 분석 결과만을 믿고 여객기가 인도양에 추락해 탑승자는 모두 숨졌다고 결론 내리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수색작업을 계속해 줄 것도 촉구했다. 호주 합동수색조정센터는 무인 잠수정 블루핀-21을 이용한 심해 수색을 26일쯤 중단하고 수색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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